<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이하, <슛뎀업>)은 <Shoot’em up>이란 원제보다도 한국 관객들의 의표를 찌르기 위한 직설을 전면 재배치했다. 한국으로 수입된 외국 영화들이 국적 불명의 유치한 제목으로 변모되는 작태에 실소를 금치 못하는 누군가라면 이 제목에도 비슷한 기운을 감지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비디오 가게에 걸맞을법한 유치 찬란한 제목으로 치장한 이 작품은 당신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은 아니더라도 간과할 수 없는 독특한 재미가 충분하다.
만화적 비현실성이 가미된 <씬시티>의 무국적 강렬함이 연상되는 톤다운(tone down)된 색채감에 <황야의 무법자>같은 마카로니 웨스턴 무비에나 어울릴 법한 비장한 음악, 그리고 마치 <영웅본색>에서 이쑤시개를 문 주윤발의 가오만큼이나 무표정한 얼굴로 모 초코바 CF처럼 터프하게 당근(!)을 잘라 씹어먹는 사내. <슛뎀업>의 풍경은 시작부분에서 느껴지는 다채로운 인상만큼이나 쉽게 정의하기 힘든 작품이다. 너무나도 단순하지만 그 저돌적인 흐름이 때론 당황스러울 정도로 과감하기 때문이다. 단지 불의를 참지 못하는 그 사내, 스미스(클라이브 오웬)의 성격 하나만으로 거침없이 총구에 불을 뿜어대는 <슛뎀업>은 단순한 플롯에 장황한 연출력을 마구잡이로 갈겨댄다. 너바나(Nirvana) ‘Breed’의 스트레이트한 기타 훅을 배경음으로 저돌적인 액션으로 돌진하는 <슛뎀업>의 초반 액션씬은 작품의 정체성 그 자체다.
물론 <슛뎀업>이 액션의 쾌감을 절정으로 이끄는 작품이라 단순 명료하게 정리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마초적인 화끈함과 스타일리쉬한 매끈함을 동시에 지닌 액션 영화의 장점을 고루 섭렵하지만 이는 지극히 전형적이지 않은 연출력을 통해 독특한 이력으로 적중된다. 그리고 그 독특한 이력서를 완성한 영화만의 비결은 캐릭터들의 특이성에 있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뛰어난 상황 판단으로 주변의 도구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맥가이버적인 창의력, 백발 백중의 사격술과 빗발치는 총알 세례를 과감히 뚫고 다수의 적들과 홀로 맞서는 배짱. 다소 황당할 정도로 거침없는 액션 시퀀스를 직접 발로 뛰며 짜는 스미스(클라이브 오웬)의 탁월한 능력은 <슛뎀업>의 액션들이 채우는 쾌감의 특이 사항들이다.
직접 재배한 당근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채식주의자적 온순함과 깜빡이를 넣지 않고 끼어드는 차량처럼 예의 없는 것들을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감, 마지막으로 위기의 순간에서조차 여성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잊지 않는 세심함까지 고루 갖춘 젠틀한 마초는 특별하면서도 선이 굵은 쾌감과 웃음을 동반한 <슛뎀업>의 매력을 고스란히 짊어진 주춧돌과도 같다. 또한 변태적인 악랄함과 잔인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다가도 아내의 전화에 팔불출 같은 남편의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허츠(폴 지아매티)와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도발적인 섹시함에 상반되는 모성적 본능을 아우르는 도나 퀸타나(모니카 벨루치)까지, 배우들의 이미지에 절묘하게 맞붙는 양면적 입체감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캐릭터 설정은 <슛뎀업>의 단순한 플롯과 황당한 전개력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다.
마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고급 단계로 넘어가는 액션 게임처럼 <슛뎀업>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흐름을 쫓아가는 쾌감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동시에 개별적인 액션씬들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때론 B급 유희적인 속성의 열악함을 연출하며 의도적으로 싸구려적인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탁월한 공간 연출과 창의적인 동선을 직조함으로써 작품의 근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어느 누구에겐 말도 안 되는 장면들로 채워진 황당한 액션 잡탕물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얼리즘보단 미학을 선택한 액션의 과잉은 극단적 쾌감을 선사한다. 믿던 놈한테 배신당하는 허접한 액션 영화를 경멸한다는 조롱적인 대사처럼 <슛뎀업>은 어리석을지언정 순수하게 장르적 쾌감에 충실하고자 한 유기농 액션 영화다. 게다가 총기를 인정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고 풍자하는 정직한 마인드까지 갖춘 <슛뎀업>의 거침없는 언사 또한 미약하나 존중할만하다.
2007년 10월 2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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