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유치한 내기에서 출발하는 <마이 베스트 프렌드>는 사소하지만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영화다. 누구나 경험해봤을 주변인에 대한 고민. 주변에 널브러진 인간관계의 목록 안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벗의 존재를 확인해보는 작업. 물론 그 때마다 쉽게 지나쳐버리곤 했겠지만 한번쯤 핸드폰을 열어보며 전화할 상대를 찾는 쓸쓸했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이런 생각은 그리 동떨어진 영화적 고민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이 베스트 프렌드>는 그런 고민을 발랄한 위트를 통해 재미를 더하고, 인물의 심리 변화를 설득력 있게 다루며 무겁지 않는 감동을 빚는다.
<친밀한 타인들>을 통해 무관계의 인간들이 관계로 맺어지는 마법을 묘사하던 빠트리스 르콩트 감독은 <마이 베스트 프렌드>를 통해 유대감에 인색했던 인간이 관계 안에서 소통을 꾀하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다룬다. 다소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탄력을 받는 건 두 남자의 유대관계가 재치 있는 대사를 곁들이며 설득력 있게 진전되는 덕분이다. 이건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서도 기인하는 사실인데 특히 어떤 영화든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에서 확실한 연기력을 보장하는 다니엘 오떼유의 연기는 감질 맛을 낸다.
프랑스 특유의 낭만적 기질과 일상적 유머가 녹아있는 <마이 베스트 프렌드>는 가볍지만 진지한 일상적 고민을 담백하게 포착한다. 파트로클레스의 죽음을 슬퍼한 아킬레스가 친구를 잃은 슬픔에 눈물로 화병을 가득 채웠다는 ‘고대 그리스 화병’에 얽힌 전설만큼이나 <마이 베스트 프렌드>는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내 친구를 보고 싶다는 애틋한 그리움을 진하게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있을 때 잘해야 되는 건 애인뿐만 아니라 친구도 마찬가지인가보다.
2007년 5월 3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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