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베일’ 둘러보기
“강물 속의 물방울 두 개가 미지의 곳으로 묵묵히 흘러간다. 그 두 개의 물방울은 스스로에게는 뚜렷한 개별성을 띠었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특징 없는 강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본문 54) “그리고 광대한 자연 앞에서 용서라는 실마리를 찾음으로써 속박처럼 자신을 얽어 맸던 잘못된 사랑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한다.”(옮긴이의 글)
가족 위에 군림하는 속물적인 엄마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나이에 쫓겨 도피하듯 결혼한 키티가 사랑에 빠진 매력적인 유부남 찰스 타운센드는 그녀의 지루한 삶에 삶의 의미를 가져다 준 남자다. 그러나 불륜 사실이 만천하에 까발려지려는 순간 앞길이 창창한 찰스는 키티를 배신하고, 키티의 정신세계는 산산조각난다. 서머싯 몸은 지적이고 냉철한 월터의 비극적 종말과 아름답지만 경박한 키티의 힘겨운 성숙을 통해 인간의 한없는 나약함과 인생의 아이러니들을 끄집어낸다. 작가가 인용한 셸리의 시(“오색의 베일, 살아 있는 자들은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처럼, 인간을 덮고 있는 아름다운 베일을 들추면 희망이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인생이라는 베일 너머로 아른거리는 것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절망이기도 하다.
● 배우들의 열정
많이 알려졌다시피 나오미 왓츠와 에드워드 노튼이 <페인티드 베일>에 보인 애정은 남다르다. 그들이 주연은 물론, 제작, 기획까지 담당하게 된 사연은 8년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스로 ‘중국통’이라고 할 만큼 중국 문화에 매료되어 있던 노튼이 <페인티드 베일>을 본 뒤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각색에 대한 끊임없는 조언을 하면서 문학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에 생명력을 더한 것. 특히 차기 영화의 스케줄로 인해 영화에 참여할 수 없었던 나오미 왓츠를 끊임없이 설득해 ‘키티’역을 맡도록 이끌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정열적인 사랑이야기와 주인공들에 대해 흥미를 가졌던 왓츠 역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를 자청, 중국 오지에서의 촬영도 묵묵히 이겨내며 “낯선 중국 땅에서 혼자 외롭고 힘들었을 ‘키티’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며 연기에 몰입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자신과 함께 작업했던 존 커란 감독을 노튼에게 추천해서 주연배우가 감독을 섭외하는 독특한 케이스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키티와 부적절한 관계를 맞는 매력적인 외교관 ‘찰리’는 리브 쉐레이버가 맡아 열연했는데, 평소 존 커란 감독의 팬이었던 리브는 흔쾌히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들의 불륜은 키티와 찰리 부부에게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준 중요한 요소이라고 생각했기에 매우 보수적이었던 그 당시 사회에 불륜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했다. 최근 임신설이 도는 나오미 와츠의 남자친구이기도 한 리브는 중국의 촬영 경험이 영화를 이해하고 배우들의 결속력을 다지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고 회고한다.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조연인 마을의원 ‘웨딩턴’은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네버랜드를 찾아서> 등에 출연한 토비 존스가 맡았는데 월터 부부의 유일한 친구이자 영화 후반 키티의 내면적 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인물로 나온다. 그 역시 다양한 내면 세계와 신비스러운 웨딩턴의 역할에 단번에 매료돼 도교적 사상을 지닌 개성 넘치는 인물로 재 탄생시켰다.
● <페인티드 베일>이 탄생되기까지
1993년 영화 <필라델피아>의 각본을 써 유명세를 타고 있던 론 니스워너는 몇 년간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다가 우연히 프로듀서인 사라 콜레튼에게 <페인티드 베일>의 원작을 보여주는데 그녀 역시 이 작품의 판권을 구매하기 위해 몇 년간 공들여 왔다는 사실을 알고 의기투합해 영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하지만 초고가 나온 지 어언 10년이 지나고, 주연 배우들이 합류한지 5년 만에야 제대로 된 프로덕션 단계가 가능했을 정도로 <페인티드 베일>을 만들기까지의 여정은 험난했다.
동서양의 문화적인 충돌이 있을 거란 우려도 중국영화진흥위원회의 협조를 통해 원활히 진행돼 40명으로 구성된 외국 프로덕션들과 260명의 중국인 스텝, 그리고 12명의 통역가가 공존하는 글로벌 한 분위기에서 더디지만 알차게 완성되어 갔다. 촬영 초반 영화적으로 가장 긴장감이 있고 감정이 녹아 있는 장면을 찍어야 했던 처음 몇 주간의 적응기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시장통 같은 현장과 촬영팀간의 의견조율은 영화에 참여하는 베테랑 배우들마저 지치게 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이 작품의 영화화를 고대했던 배우들은 ‘중국에서 촬영하는 방법’ 또는 ‘중국에서 겪을 수 있을만한 일들의 대처 법’ 같은 책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에너지를 영화에 함축시켜 많은 시련과 희망들이 담겨 있는 영화로 완성시켰다. 특히 1920년대의 런던, 상하이 그리고 중국 외곽지역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투입된 소품팀과 아트팀의 고생은 말할 수 없었는데 1966년 마오쩌뚱이 주도한 ‘문화혁명운동’ 이후 공산당이 그 당시의 건물이나 유물을 파괴하였기 때문에 그 당시 유물들을 구하기 어려웠음에도 현지 출신의 아트 디렉터를 고용하는 기지를 발휘, 영화에 필요한 소품들을 구매해 영화의 현실감을 높였다.
2007년 3월 29일 목요일 | 글_이희승 기자
자료협조_㈜ 민음사 / 영화인
간단하게나마 20세기 거장과 명 배우들이 만난 <페인티드 베일>의 매력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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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분에게『인생의 베일』을 증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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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 3월 29일~4월 8일
● 당첨자 발표: 4월 9일
● 당첨인원: 10명 각 1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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