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영화들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장르에 따라, 관객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그 성격을 달리 하지만 결국엔 ‘감동’이다.
허나, 전 지구적으로 인스턴트 문화가 대세를 이루며 우리 일상을 잠식하고 있기에 감동의 두께는 얇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자판기가 생산해내는 그것처럼 스크린은 이미 소비적이고 1회적인 웃음과 눈물로 범벅이 된 상태다. 시퍼런 멍이 가슴에 남을 만큼 묵직한 감동을 전하는 영화를 마주하기가 참으로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때문에 록키의 여섯 번째 시리즈인 <록키 발보아>가 너무도 반갑고, 실베스터 스텔론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팍팍한 세태는 왕년에 잘 나갔던 그의 희미한 존재감마저 갉아먹었고, 한물 간 마초로 몰아붙이는 분위기를 가속화시켰다.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의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몸 근육만이 스크린에 출렁일 뿐 관객과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을 그 무엇은 좀체 포착되지 않았다. 고만고만한 영화에 출연한 퇴물배우로 전락한 셈이다. 허나, 영화의 대사처럼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야수를 어찌할 수 없‘기에 스탤론은, 환갑의 나이에 절치부심! 16년 만에 링 위에 다시 선다. 물론,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조롱과 비난으로 그를 깎아 내리기에 바빴다. 그렇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스텔론은 세간의 시선을 멋지게 뒤집어 버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필라델피아 박물관 계단을 뛰어올라 벅찬 의지를 다지고,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과 함께 허름한 체육관에서 도달하기 힘든 목표점을 향해 안간힘을 쓰는 그의 고단한 모습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이다. 이에 더해, <록키 발보아>가 더더욱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실베스터 스텔론 그의 인생사와 영화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굴곡 많은 그의 삶과 복싱 영웅 록키의 역사는 한 치 없이 서로를 반영한다. 성공스토리와 가족영화에서 대면할 수 있는 보편적 감동이 배가 되고 진정성을 얻게 되는 건 바로 이러한 신화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말은 많지만 쓸 말은 적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이는 정말이지 보기 힘든 지리멸렬한 현실에서, “세상의 온갖 편견과 좌절에 맞서 극복하는 인생이야 말로 값진 삶”이라는 아들에게 들려준 말을 육순의 나이에 온몸으로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 스텔론의 <록키 발보아>는, 찬사와 존경으로 그득한 관객의 마음을 얻을 자격이 충분히 있는 위대한 영화다. 이 놀라운 경험을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글: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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