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나 부족 한 것 없는 부유한 삶을 즐기는 애완용 쥐 ‘로디(휴 잭맨)’는 궁전 같은 숙소에 시간 마다 짜인 오락과 스포츠를 즐기는 럭셔리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살아있는 친구는 인간인 주인뿐이다. 착실하고 귀여운 애완용으로 길러지던 그가 하수구의 역류로 집안에 들어오게 된 망나니 쥐 ‘시드’ 때문에 변기 밑 지하 세계 ‘래트로폴리스’로 흘러가게 되면서 만나는 시궁창 쥐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소란스럽기 그지 없고 우매하며, 거칠기 그지 없는 삶의 연속이다. 자신의 집인 렉싱턴의 저택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지하 세계를 주름 잡고 있는 ‘개구리 파’ 보스의 타켓이 된 여장부 리타의 도움이 필수인데, 모험심 강한 그녀가 온실의 화초처럼 곱게 살아 온 로디를 변화시키는 모습은 여태껏 스테레오 타입으로 존재하던 남녀의 역할 자체를 유쾌하게 뒤집는다.
특히, 변기 속에 빨려 들어간 주인공 ‘로디’가 래트로 폴리스에 도착하기 전 하수구 안을 어지럽게 떠 다니는 틀니와 버려진 금붕어, 쓰다 버린 칫솔과 각종 소품들이 만나는 장면은 자잘하지만 한때 유용했던 물건들이 인간들에게 어떻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지를 가볍게 비꼬기 까지 한다. 특히 이 영화의 유일한 악당인 토드 (이완 캑컬린)가 사실은 영국 왕자 최고의 애완용 두꺼비였다가 새로 들어온 ‘쥐’ 때문에 버림받고 결국은 하수구 쥐들을 한방에 물(?)먹이려는 야심을 꿈꾸게 됐다는 점, 그의 꼴통 부하인 ‘화이티(빌 나이)’가 사실은 실험용 쥐인데 그 부작용으로 온 몸이 하얗게 됐다는 내용은 <플러쉬>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부끄러움까지 갖게 만든다.
토드의 사촌이자 해결사로 나오는 ‘개굴레옹( 장 르노)’이 프랑스 출신이라 피를 나눈(?) 사이라도 태생적 앙금을 가진 채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영화적 스토리가 느슨해질 즈음 흘러나오는 흥겨운 팝송이 결국엔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풍요로움만이 진정한 행복 이라는 세상의 익숙한 진리를 즐겁게 마무리 시킨다. 더불어 영화의 마지막 안락한 지상의 세계를 버리고 지하로 들어간 로디와 그의 자리를 꿰찬 시드의 운명이 어떻게 변모하는 지를 발견한 관객이라면 <플러쉬>가 지닌 또 다른 심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11월 27일 월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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