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니엘 우를 잘 모른다(혹은, 기억 못한다). 홍콩을 중심으로 다작하는 스타일의 배우인데도 우리가 그를 모르는 잘 모르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홍콩영화가 더 이상 우리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때쯤, 그가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뉴 폴리스 스토리>에서 악당 ‘죠’역을 멋들어지게 연기하면서 한국관객들에게 알려진 다니엘 우는 중국의 스필버그라고 불리는 펑 샤오강 감독의 대하무협멜로 <야연>에서 햄릿과 닮은 황태자 우 루안으로 출연한다.
<야연>의 한국개봉 홍보차 내한한 다니엘 우를 무비스트가 짧게나마 접선하는 데 성공했다. 무비스트만을 위해 사진 포즈를 잡아주는 다니엘 우를 옆에서 지켜본 기자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캐주얼한 정장차림인데도 그에게는 아직도 비극적 사랑에 절망하고 권력의 야욕에 분노하는 황태자 우 루안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를 직접 자신의 카메라에 담은 권영탕 기자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사진촬영임에도 불구하고 다니엘 우는, 현대적인 W호텔의 전경 속에서 황태자의 우아함을 연출하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우린 다니엘 우를 또 한 번 만났을 있을 것 같다. 그가 직접 연출하고 출연까지 한 영화 <사대천황>이 1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사아 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됐다. 범아시아 아이돌 밴드 ‘얼라이브’의 성장과 좌절 그리고 대망의 성공를 추적한 이 작품은 홍콩연예계의 스타메이킹 시스템의 허와 실을 파헤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 다니엘 우는 그렇다고 감독으로서의 욕심이 강한 것 같지는 않다. 배우 안에서 감독을 생각할 뿐이라고 말하는 다니엘 우는, 새로운 역할을 연기하고픈 욕심에 1~2년에 1편 정도만 자신이 직접 영화를 연출하고 싶어 한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에 목매기보다 아직 해보지 못한 캐릭터로 배우로서의 영역을 넓히고 싶은 이 배우에게 우린 어긋나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점쳐본다.
과거의 다니엘 우를 잘 몰랐다(기억하지 못했다)는 점이 지금에 와서는 호기심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그의 영화들이, 앞으로의 그의 영화들이 몹시도 궁금해진다. 우선 그의 영화들부터 찾아봐야겠다.
취재/글_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 최경희 기자
사진_ 권영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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