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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죽는 세 명의 남녀가 브로크백으로 보낸 3장의 엽서.
브로크백 마운틴 | 2006년 3월 6일 월요일 | 무비스트 기자단 이메일


<와호장룡> <헐크>로 유명한 이안 감독의 최신작 <브로크백 마운틴>에 무비스트 기자단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제각기 다른 이유로 이 영화에 열광했다.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으면서도 보편적 ‘사랑’에 마침표를 거침없이 찍어버린 <브로크백 마운틴>은 화려한 수상경력과는 무관하게도 예술영화가 아니라 대중적 멜로드라마임이 확인됐다. 이 사실을 간파한 똑똑(?)한 기자단은 당 영화를 사회적, 철학적으로 고고하게 해석하는 글쓰기 방식의 만행!을 그세 포기해버렸다. 대신, 20년간 지속된 에니스와 잭의 관계에서 이해되거나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최대한 솔직담백한 글로 표현하려 애썼다.

20대의 건강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생활력으로 평소 오만한 삶을 누린 이희승 기자는 브로크백에서 그들에게 생긴 낯선 감정과 육체적 충돌에 놀라움과 슬픔을 동시에 보았다고 기술했다. 그녀의 이 같은 격정적 고백에 이 기자의 지인들은 “평소답지 않게 순진한 척 하는 것 아니야?”라는 일관된 반응으로 맞받아 쳤다.

곧 죽어도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결과라며 개뿔 우겨대지만 어쨌든, 결혼적령기를 멀리 떠나보낸 연로한 총각 서대원 기자는, 피터 잭슨의 <킹콩>을 보았을 때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느낌의 절절함을 맛보았다고 자백했다. 이로 인해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의심하는 주변 사람들을 본의 아니게 양산했으며 술의 힘을 빌려 애써 만든 화목한 인간관계가 지금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최경희 기자는 경력 10년째인 야오이만화 마니아임을 커밍아웃한 상태다. 자신의 침대 밑에 야오이 만화를 수백권 쟁겨놓고 밤이면 밤마다 탐독하던 자칭 야오이소녀인 그녀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야오이 보듯 그들의 사랑을 단박에 받아들였다. 주변인들은 영화에 대한 그녀의 평가가 남자주인공 미모에 따라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증언해 향후 갈등의 소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소싯적 다들 한번쯤은 경험해봤으리라 본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음악을 제 머릿속에 통째로 담고자
뜬 눈으로 밤을 새며 리플레이를 거듭했던 아득한 순간,
이내 그 황홀경한 음악을 정성스레 녹음해
누군가에게 비밀스럽게 건네줬던
밀교의식과 같은 그 은밀하면서도 숭고한 행위를....

물론, 처음 듣는 순간부터 음악이 마치 제 것인 양
가슴 깊은 곳에 내리 앉은 이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는 고단하게만 느껴지는
주파수의 울림으로 낯설게 다가갈 수도 있다.

하나, 이것 역시 겪어봤으리라 생각한다.
당시 손사래 치며 멀리했던 바로 그 음악이
언제고 다시금 당신과 기필코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을.
세월을 물리치며 세대를 아우르는, 찰나의 감정으로 소비되지 않는,
묵직한 정서와 탁월한 감동을 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웨스턴으로 흘러들어가 두 남자의 영겁에 이를
사랑이야기를 껴안은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유년시절 한때 저 내밀한 강추에의 잠자는 욕망을
사정없이 깨우기에 부족함 없는 근사한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보고 난 후에도 만화『아기와 나』로 유명한 ‘라가와 마리모’의 『뉴욕뉴욕』이 떠올랐다. 이안 감독의 역작 <브로크백 마운틴>과의 첫 만남에서 떠오른 것이 야오이 계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화라니. 영화의 완성도와 ‘히스 레저’ ‘제이크 길렌할’의 연기에 빠진 이들은 일명 응큼한 여성들의 쎅한 취미생활(?) 쯤으로 오인 받는 야오이와의 비교 자체를 거부할지도 모르겠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숭고한 인간의 감정, ‘사랑’을 다뤘다. 하지만 그 사랑을 좀 더 파고들어가 동성애라는 측면만 보자면 야오이와 상당히 비슷한 문법구조를 가지고 있다. 야오이 만화의 특징은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설사 나온다 하더라도 그들은 주인공 남성의 감정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이해심 많은 직장동료, 친구로 ‘잠시’ 등장할 뿐이다. 여름 한철 브로크백에서 양을 치며 사는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길렌할)에게 브로크백은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살게끔 만들어주는 안전한 공간이자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차단해주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된다. 때문에 여성은 영화의 시작부터 그들 사이에 오고가는 감정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물론 에니스에겐 약혼녀와의 결혼이라는 목표가 있었지만 대자연의 안락함은 세상사 이치를 외면하도록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중반에 이르러서도 각자의 가정을 꾸린 에니스와 잭에게 아내는 그들의 감정을 억누르게 하는 억압체제의 상징이며 방관자로 등장할 뿐, 이미 서로를 너무나 그리워하는 그들의 감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한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잭과 에니스, 가끔씩 낚시를 한다는 핑계로 몰래 만나는 브로크백 마운틴 속에서의 잭과 에니스의 모습이 병렬 배치되면서 어떤 생활이, 누구와 함께 할 때 주인공이 진실로 행복한가? 에의 답은 자연스럽게 (관객의 인정 하에) 도출된다. 야오이는 영화보다 노골적으로 두 주인공 남성의 시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감정’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브로크백 마운틴>과의 큰 차이는 없다.

그들의 직업과 영화 오프닝에서 설명된 연수로 미국사회의 이면은 짐작 가능하지만 시대적 상황만큼은 거의 묘사되어 있지 않다. 대신, 1968년부터 시작해 근 20년간 이어지는 그들의 ‘가능한 오랫동안의 만남’은 각자의 가족이 해체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인간의 순수한 욕망과 생태적 본능을 거스르는 감정을 직시하게 만들어 편견의 관계 즉, 동성애를 보편적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지점까지 도달한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만화 『뉴욕뉴욕』에서도 주인공들은 왜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가? 대한 진지한 탐구가 역경과 시련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펼쳐져 종국에 와서는 눈물로 온통 얼굴이 범벅 된 독자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지금 흘리는 눈물은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겠다는 뜻인가?”

이안 감독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가장으로서의 에니스와 잭보다 자연 속에서 오직 서로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카우보이 잭과 에니스에게서 인간, 그 본래의 모습을 발견한다. 68혁명이 전 세계의 문화지형을 바꾸고 있을 때 구시대의 흔적 카우보이들은 고통스런 기억을 몸 안에 숨기고 숨 죽여 눈물 흘릴 뿐이다. 달라진 시대에도 에니스가 뿌리치지 못한 가족은 자연을 ‘선택’해 삶의 터전을 일구는 카우보이들의 뼛속까지 박힌 인이자 숙명의 다른 표현일 게다. 그 결정론적 운명에 배반되는 잭과 에니스 간의 긴 그리움은 자연에 ‘순응’하는 가장 순수한 형태로의 인간 본성이다.

『뉴욕뉴욕』을 보고 흘린 눈물이 게이 커플인 케인과 멜의 사랑을 인정한다는 뜻에서의 눈물인지 아니면 그들의 절절한 관계를 보고 복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해 흘린 단순한 눈물인지는 사실, 지금까지도 답을 못 내린 상태다. 다만, <브로크백 마운틴>에서의 잭과 에니스의 사랑이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그들에게 각인되는 모습은 차마 외면하기 힘들다.

‘게이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 이야기다’라고 자신의 영화를 정의한 이안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돌아가고픈 브로크백이 되는 그들의 진심이 무형의 사랑을 눈으로 보게 만들어서다. 물론, 꽃미남만 등장하는 야오이처럼 제이크 길렌한과 히스 레저의 반반한 외모가 이토록 쉽게 그들의 사랑에, 영화에, 올인하게 만드는데 일조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 여기서 잠깐!
꽃미남끼리의 사랑(섹스로 표현되는)과 라이프를 순정만화 풍의 그림으로 그린 야오이 만화는 엄밀히 따져 퀴어 커뮤니티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동성애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퀴어 커뮤니티의 범주 안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사실 오해다. 야오이는 대부분 이성애자인 여성작가가 그리며 그걸 소비하는 독자층 또한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이성애자 싱글 여성들이다. 남성들이 포르노를 보듯, 야오이는 여성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성적 판타지물에 가깝다. 때문에 <브로크백 마운틴>과의 비교자체는 처음부터 아귀가 맞지 않는 설정이겠으나, 동성간의 사랑이라는 측면만 따로 떼어 내고 감정의 흐름에 포커스를 맞춰 이글에서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흥행 면에서 볼 때 평론가가 극찬할수록 잘된 영화는 많지만 영화기자가 칭찬한 영화가 잘된 경우는 쉽게 볼 수 없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평론가와 영화기자 모두가 만족해 하는 보기 드문 경우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히스레져와 제이크 질렌홀이 주연을 맡은 <브로크백 마운틴>은 가상의 공간인 '브로크백' 이란 산에서 양떼를 방목하기 만난 두 카우보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둘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지 '성향'의 문제라기보단 대자연에 흡수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자연스럽다. 그들이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4년 만에 재회하고, 20년 동안 사랑하면서 지내는 동안 그 둘은 이성간의 사랑만이 당연시 되는 1970년대 미국 사회에 속에서 그 어떤 커플보다 아름답게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잭이 에니스에게 "말할게 사실, 가끔 네가 너무 그리워서 그걸 못 참을 때도 있어"라는 멘트는 그 둘이 남자이기에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브로크백 마운틴>을 그저 그렇게 본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동성애'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보수적인 가치관을 피력하거나 영화제마다 무슨 '싹쓸이'하다시피 노미네이트 되는 '꼴'이 '왠지 밉다'란 진부한 의견밖에 내지 못하겠다.

분명, 나는 이 영화를 보자마자 "생각보다 별로"란 평가를 내렸고, 마음에 드는 건 엔딩 크레딧에서 영화를 본 사람만이 공감하는 노래 두 곡뿐이었다. 확실한 해피엔딩이나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불행하게 끝나는 다소 '정직'한 영화만을 편애하는 나로선 뭔가 더 보여줄 듯 하면서 끝나버리는 영화에는 그리 호감을 느끼질 못하기에 더더욱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로크백 마운틴>은 긴 여운 뒤에 감동이 밀려오는 내공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와호장룡>을 통해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오리엔탈리즘을 제대로 깨달은 이안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성애 영화를 만들었다. <브로크백 마운틴>.

적극 동감하거나, 생각보다 별로인 러브스토리의 재해석

6 )
qsay11tem
후회가 ..   
2007-11-24 16:18
kpop20
제목만듣고 바로 선택했었던 영화인데...   
2007-05-16 22:23
hrqueen1
우정과 사랑......
어느것이 진실이고 어느것이 소중한 걸까요?   
2006-09-17 08:44
tadzio
역시 최경희 기자님 저랑 너무 생각이 잘 맞으시는 듯. 늘 글 보면서 공감하고 웃는답니다.   
2006-03-14 19:39
qhtek
이안 감독과 나는 궁합이 영... 안 맞는듯.. ㅡㅡ;;
몰입이 안 되더이다..   
2006-03-07 11:18
nmnchu879
정말 보고 싶게 만드는궁   
2006-03-0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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