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친구들영화제] ‘오프닝 나이트’는 문소리의 미래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영화를 체험한 문소리 | 2006년 1월 26일 목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25일 서울아트시네마에 ‘문소리’가 찾아왔다.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지 않는데도 그녀가 찾아온 이유는 영화를 체험하길 원하는 관객으로서, 영화의 친구로 남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존 카사베츠 감독의 <오프닝 나이트>(1977년)를 추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은 ‘문소리’는 소탈한 모습으로 영화와 인생 그리고 여배우로서의 삶을 이야기했다.

관객들 또한 스크린에서 만난 문소리보다 실제의 문소리가 가깝게 느껴졌는지 대담한 질문과 ‘예쁘다’라는 낯간지러운 성찬을 쏟아내 어느 때보다 부드러운 극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관객들과 <오프닝 나이트>를 관람한 후, 무대에 오른 문소리. 그녀는 ‘지나 롤랜즈’의 연기에 감동했는지 눈시울이 젖어 있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보다 배우로서 한 여배우의 명연기를 본 느낌은 일반인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나이 들면 연기 안하려고 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욕망을 주체 못하는 존재이기에 아름답게 늙을 수 없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문소리가 현재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볼 때, 그녀가 관객에게 꺼낸 이 첫 인사는 화려한 생활 뒤에 감춰져 있는 쓸쓸함과 자조적인 비애감을 엿보이게 한다. 그러나 대담하게 속내를 털어 놓은 문소리의 말은 영화란, 배우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해주는 계기가 됐음은 분명하다.

영화를 본 후, “나이 들어도 (영화 환경이 받쳐주면) 연기를 계속 할 수 있구나”하며 희망과 위로를 받은 문소리에게 관객들은 영화와 인생에 관련된 폭넓은 질문을 해댔다. 마치 인생상담시간 같은, 주최측의 의도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지만 정작 문소리 본인은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하다. 배우와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흔치 않은 경험을 자신만의 추억으로 만들고픈 관객들의 심정을 헤아린 문소리의 배려일 것이다.

‘티켓파워가 좀 없지 않느냐?’ 는 질문에 문소리는,

“지금 저를 티켓파워 없는 배우라고 이 순간에 낙인찍는 건가요?” 라는 반문으로 웃음을 끌어내 숨겨져 있는 그녀만의 재치와 여유로움을 보여줬다.

영화와 현실, 현실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에 문소리는 “뭐 인생 별것 있나요? 그냥 사는 거지. 돈 벌려고 살고 밥 먹으려고 살고. 그냥 순간과 현실 안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영화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봐요”

언뜻 무성의한 대답 같아도 문소리의 대답 속엔 뼈가 있다.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배우라는 삶을 영위하고 싶지 않은 한 인간의 소박한 의지는 이날 모인 많은 이들에게 배우에 관련해서, 특히 여배우에 대한 평가 기준을 변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문소리를 스크린에서 만나길 희망하는 관객이라면 그녀가 꿈꾸는 영화와 그 영화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은지 한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의 미래가 존재하는 과거의 영화들로 가득한 곳이다. 그곳에 가면 ‘문소리’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

참고로 스타 감독과 배우가 후원하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26일까지 열린다. 아쉽게도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지만 늦게라도 오기만 한다면 그들을 만날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물론, 이번 영화제가 아니라도 서울아트시네마에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오면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 감독은 장담하건데 정말로 자주 마주칠 수 있다.

취재: 최경희 기자

2 )
qsay11tem
기사 보고 감   
2007-11-24 16:47
kpop20
잘 읽었어요   
2007-05-16 22:28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