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거의 매회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순항 중인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정성일 평론가가 추천한 작품은 <흩어진 꽃잎 broken blossoms>이다. 영문제목만 들었을 때, ‘자무시인가?’라고 오해하게 만들었던 이 영화는, 그러나 ‘영화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초기 영화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D.W.그리피스의 작품. 일각에서는 ‘평론가다운 선택’이라는 반응이 있었으나, <흩어진 꽃잎>의 두 번째 상영이 있었던 22일 저녁, 정성일 평론가는 그러한 평가를 모조리 부정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이루어진 작품 소개의 시간,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소개로 쑥스러운 듯 관객 앞으로 나선 정성일 평론가는....................
“<흩어진 꽃잎>은 사랑과 슬픔에 관한 영화이며 세상에서 가장 슬픈 미소를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한 그는, 스무 살 때 미국문화원에서 영화를 본 뒤 너무 슬퍼서 명동 거리를 엉엉 울며 걸었던 일화를 소개하고,
"오리엔탈리즘의 대명사라는 기존의 평가나 남성이데올로기를 위한 판타지라는 페미니스트들의 비난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때마다 나는 늘 그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슬프단 말이야!'라고 항변한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마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하는 기분"이라는 정성일 평론가의 애정 어린 설명에 이어 상영된 영화 <흩어진 꽃잎>은 소개 그대로 슬픔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감성적인 작품. 아버지에게 학대받던 소녀와 평화를 꿈꾸던 착한 중국인 남자의 짧고도 서글픈 사랑을 담은 영화는 1919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편집리듬과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연기가 돋보인다. 일부 관객은 실제로 상영이 끝난 후 울어서 붉어진 눈시울을 하고 극장에서 나가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날의 상영 이후에는 추천 영화인과 함께 하는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이유인 즉,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울먹이며 대화를 할 수는 없다"는 정성일 평론가의 단호한(?) 의지 때문이었다.
사진제공: 서울아트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