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영화제] ‘누가 나 좀 말려줘!!’ 오승욱 감독, 그분이 오신 날.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만난 석양의 갱 같은 그분 | 2006년 1월 23일 월요일 | 최경희 기자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만난 석양의 갱 같은 그분 | 2006년 1월 23일 월요일 | 최경희 기자
우린 그의 영화를 기다린다. 오승욱 감독은 신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2000년에 <킬리만자로>라는 문제적 작품을 만든 이후로 지금까지 차기작을 만들지 않고 있다. 그의 문제적 행동에 많은 영화관계자들은 궁금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표명했다. 한 작은 극장에 그가 두문불출 나타난다는 정통한 소식을 접하고 찾아간 21일 서울아트시네마. 어디가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체구의 그가 역시나 영화는 안 ‘만들고’ 영화를 ‘보기’ 위해 거기에 있었다.
잘 나가는 감독, 배우 평론가가 발 벗고 나선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못 말리는 영화광 오승욱 감독도 역시나 빠지지 않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갱들>을 추천했다. 영화 보는 즐거움에 푹 빠져 도통 자신에 대해서는 함부로 입을 떼지 않는 그가 침 튀기면서 재미만땅 보장한 작품인 만큼 관객들은 재미에 있어서는 보증수표를 미리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객석은 영화 시작 한참 전부터 촘촘히 채워줘 있었다.
귀에 익숙한 영화음악에 맞춰 진정한 영화인답게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오승욱’ 감독.
스파게티웨스턴과 마카로니웨스턴이라는 곧잘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명칭을 설명하면서 시작한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서부극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영화역사 강의시간 같았다. 그의 말 한 마디를 놓친다면 쉼 없이 쏟아지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관객들은 필기할 시간도 없이 그의 말을 경청하고 또 경청했다.
오승욱 감독의 말솜씨는 어느 정도인지 예전부터 짱깨영화 DVD 코멘터리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날은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응용력을 발휘해 영화를 말로 표현해 내는 솜씨는 가히 최고였다. 사실, 한 작품 밖에 아직 만들지 않은 오승욱 감독은 대중에게 그리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날 그가 추천한 영화를 보고 그의 영화 이야기를 들은 관객들은 혹시 <석양의 갱들>을 세르지오 레오네가 아닌 오승욱 자신이 만든 게 아닐까 하는 허무맹랑한 의심을 품었다고 하니, 그의 화려한 언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가능할 듯.
스파게티웨스턴 영화들만 모아서 영화를제 열고 싶다는 이 못 말리는 영화광 ‘오승욱’ 아니. ‘승욱지오 레오네’는 영화를 본 다는 게 얼마나 다양한 얘기꺼리를 생산할 수 있는지 관객들에게 몸소 증명해냈다. 그의 주옥같은 어록을 오늘 여기 다 적지 못하는 게 아쉬울 지경이다. 그의 말에 빠져 필기 못한 사람이 사실 본 기자였음을 이 자리를 빌려 자백한다. ㅠㅠ;;
오승욱 감독의 차기작이 보고 싶다. 그 궁금함에 어찔할 바를 모른다면 서울아트시네마에 가서 그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그는 사람의 넋을 빼고야 마는 말발로 즐겁게 대답해 줄 것이다. 물론 그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그가 보는 영화 한 편 정도는 같이 봐줘야함은 예의임을 잊지 말자!
영화잘보기의 전도사 ‘오승욱’ 감독. 그와의 인터뷰가 곧 예정돼 있다. 우리 모두 그분의 말씀을 맑은 물에 몸 씻고 기도드리는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기둘려보자.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