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그녀를 본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화려한 머리색에 뒤질세라 화려한 패션을 자랑하던 그녀. 매일매일 찾아가도 그녀는 항상 거기에 있었다. 궁금했다. 한 떨기 꽃보다 아름다운 백수이기를 갈망하던 시절, 나의 모든 시간을 채워준 영화. 그녀도 본 기자와 마찬가지로 우아한 백조의 나날을 즐기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래서 일까? 그녀에게 애틋한 동병상련을 느끼며 호심탐탄 말 건넬 기회를 노리던 와중........................
울트라급 기능을 자랑하는 본 기자의 레이더망에 이날! 딱 걸렸다. 어렵게(?)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외모와는 달리 새침데기는 아닌 듯 웃으면서 호기심을 보이는 그녀에게 일사천리 직업과 이름을 물었다.
직업: 사진작가
최근경력: 개인전을 열만큼의 화려한 실력으로 인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관객회원 자격으로 행사사진 찍어줌.
최경희: 서울아트시네마 극장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장미라: 전국의 영화제를 찾아다니면서 보지는 못한다.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하는 영화 보기도 빠듯할 때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 매일 같이 찾아오는 이유는 영화의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다. 나도 내가 이렇게 이미지를 좋아했는지를 잘 몰랐는데 영화가 그걸 일깨워줬다.
사진 작업하는데도 많은 공부가 된다. 결국 서울아트시네마 덕분에 삶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짐과 동시에 풍요로워지고 깊어졌다.
최경희: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선 몇 편의 영화를 관람할 계획인가?
장미라: 호호~ 상영하는 모든 작품을 한 번씩은 볼 생각이다.
그녀는 ‘서울아트시네마’의 믿음직한 친구가 돼있었다. 가녀린 체구에서 느껴지는 든든함이 아니라 그녀가 영화를 생각하고 좋아하는 그 마음이 듬직한 것이다. 앞으로도 장미라씨 같은 관객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지켜줄 것이다. 정말 마음이 놓인다. 그녀가 있어서..........
☞ 두 번째 친구
김지운 감독과의 만남이 약속된 극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그 줄 끄트머리에 어리버리 눈빛으로 서 있는 귀여운 두 젊은 총각(?)을 울트라급 레이더망의 도움으로 발견했다. 피부도 뽀얀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기자라는 명함을 앞세워 슬쩍 작업모드에 들어간다.
‘어머~ 오늘 김지운 감독님이 추천한 영화 보러 오셨나 봐요?’
대범하게 치고 들어가는 기자의 질문에 이 두 총각 무척 당황스러워 하더라. 후후 귀여운 것들~ 대답도 듣기 전에 주책없는 아줌마처럼 연속 질문으로 강하게 대쉬했다. 곧이어 이어진 두 총각의 대답은 본 기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대답이 황당해서가 아니라 목소리 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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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허걱! 이 낭랑한 목소리는 술과 담배에 찌들지 않은 성장기 소년의 목소리가 아니던가? 정체모를 두 남정네는 기자의 당황함을 눈치 못 챘는지 또박또박한 말투로 대답을 이어갔다.
“저희는 대구에서 왔어요”
“김지운 감독님 이번 영화제에 오신다고 해서요”
두 친구는 서로 번갈아 한마디씩 했다.
“저는 이형석이라고 하고요 18살입니다”
“저는요. 박진영이라고 하고 형석이와 친구사이입니다”
ㅜㅜ 그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얼추 본 기자와의 나이 차를 속으로 가늠해보니 그들에게 본 기자 완전 이모뻘이었다. 창피한 맘 일단 가라앉히고 그들에게 또 다시 질문을 했다.
이모뻘기자: 김지운 감독님 팬인가 봐요? 그 먼 곳에서 찾아올 정도면
이형석군: 네! 김지운 감독님 팬이어요.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서울아트시네마에도 와 봤어요.
박진형군: 저도 팬이어요. 감독님 얼굴 직접 보고 싶어서 여기에 왔어요.
이모뻘기자: 김지운 감독의 작품 중에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세요?
박진영군: 저는 <달콤한 인생>이요. 남성적이면서도 영상미가 뛰어나서 정말 좋아해요.
이형석군: <장화홍련>이요. 스타일과 영상미가 아름다워서 이 작품을 좋아합니다.
이모뻘기자: 감독님이 추천한 <벌집의 정령>도 보고 감독님도 보는 것도 좋지만 집에는 언제 가려고요?
이형석, 박진영: 영화감독 되는 게 꿈이라서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에 와서 영화강좌를 듣고 있어요. 그래서 친구 집에서 하루 신세지고 내일 돌아가요^^
이형석과 박진영 군은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감독이라는 꿈을 키우기 위해 한발 한발 정진하는 친구들이었다. 김지운 감독은 그들에게 그런 꿈을 심어주는 우상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시네마테크’는 영화를 통해 꿈을 키워나가는 이 두 친구들 같은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꿈 배양소다.
내일의 영화를 당신도 꿈꾼다면 오늘 하루 이 작은 극장의 ‘관객’이 되어주면 어떨까?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