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연일 높은 관심 속에 축제의 마당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영화제 2틀 째인 20일에는 모든 좌석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로 인해 꽉~꽉! 채워졌다.
특히, 이날은 시네마테크의 친구 중에서도 세련미와 스타일을 앞세운 작품들로 젊은 층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는 김지운 감독이 자신이 추천한 영화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벌집의 정령>을 직접 소개하는 특별한 만남의 자리를 기약한 날이기도 했다.
찾아온 관객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거의 소개가 안 된 영화 <벌집의 정령>보다 ‘김지운’ 감독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고 찾아와서 인지 시종일관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해 마치 여기가 개봉관 아니냐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주기도 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서울아트시네마 로비에 두툼한 다홍빛 코트에 독특한 색감이 눈에 띄는 청바지와 파란색 운동화를 신은 ‘김지운’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도 영화를 보기 위해 혹은, 자신을 보기 위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을 빨리 만나고 싶었는지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관계자들을 일순 긴장시켰다. 드디어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짤막한 소개와 함께 무대에 오른 김지운 감독은 예의 그 조용한 말투로 관객들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 자리에 모인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독점하며 영화의 환상으로 이끄는 최면제 같은 요술을 부린다.
“작년에 모로코에 가서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벌집의 정령>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직 한국에 잘 알려진 감독은 아니지만 빅토르 에리세는 뛰어난 영화적 완성도를 이룩한 감독입니다.” 김지운은 이 영화를 추천한 뒷얘기를 차근차근 들려줬다.
“모로코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스페인어에 불란서 자막으로 봐서 이해를 완벽하게 못했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미학적 아름다움은 제 넋을 빼놓고 말았습니다.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마냥 좋은데 한국어 자막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것도 필름으로 거기다 한국어 자막으로 볼 수 있어 큰 축복을 받았다고 여깁니다.”
“제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공식기자회견을 하면서 내가 추천한 영화에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문근영 같은 ‘아나 토렌토’라는 배우가 나온다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 인터넷뉴스에서 문근영과 아나 토렌토를 사진으로 비교대조하면서 ‘스페인의 문근영?’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더라고요.” 애교어린 그의 푸념에 일동 폭소를 터트렸고 시네마테크를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 공간은 따듯함과 공감으로 빈틈없이 매워져 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스타 감독과 배우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개최한 이유는 영화 보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서울아트시네마’ 극장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김지운 감독은 서슴없이 시네마테크에서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고 당당히 말한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면 그에게 마르지 않는 창작의 욕구를 자극하는 시네마테크를 같이 공유하고 같이 즐기자. 그 이유 하나 때문이라도 ‘서울아트시네마’는 10년, 20년 후에도 우리 곁에 있어야할 필요성을 얻는다.
우리가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를 10년이 지난 후에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길 원한다면 가끔씩 만이라도 이 작은 공간을 기억해주고 찾아와 주시라.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