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동갑내기 과외 하기>로 500만 관객을 끌어 모은 권상우 김하늘 커플이 또다시 만나 <연애소설>을 찍은 이한 감독과 영화를 찍는다’는 평범한 서두를 뽑을까 하다가 저번 달 가판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가 싶더니 금새 잠잠해진(어떻게 잠잠해 졌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결혼설’이 나돈 두 배우가 현장에서도 연애질을 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한걸음에 달려갔다…'라고 화끈하게 자판을 쳐내려 가리라 다짐했건만, 현장공개가 열린 곳은 다름아닌 ‘국기원’. 그것도 체감온도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 오후 4시쯤에야 시작된 <청춘 만화>의 현장은 너무나도 추웠다. 내리 다섯 시간을 그야말로 달~달 떨다 들어오니 그 화끈한 마음은 가슴에만 담아두게 되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영훈의 시상식 장면이 한참이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 얇은 도복차림의 이상우는 경기에서 1등을 한만큼 좋아하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는데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기에 몰두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러나 “뒤에 엑스트라들이 너무 호응을 안 해. 박수 동작을 크게 하고 지금 겉옷 입고 계신 분들 다 외투 벗으세요!”란 지적에 다시 한번 촬영에 들어가야 했다. 2등과 3등은 아쉬워한 표정을 지어달라는 주문과 함께 뛸 듯이 좋아하는 표정을 짓던 이상우의 촬영이 끝나자 이소룡 헤어스타일의 권상우가 등장했다. 언론에 공개된 스틸 사진 속의 머리보다 훨씬 자란 모습은 액션스타를 꿈꾸는 태권도학생의 모습 그대로 였다.
그러나 2등 시상대에 오르자 시나리오상의 내용대로 침울한 표정을 내내 지고 있던 권상우는 몰려든 취재진들의 관심에 쑥스러운 듯 연신 기침을 해댔다. 1등에게만 환호하라는 감독의 지시가 내려오자 주변 상황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 권상우 특유의 무표정한 연기가 계속되었다. 권상우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500만 달러에 일본에 선 판매되는 실적(?)을 올린 <청춘 만화>는 아침부터 계속된 현장에서 그의 모습을 보러 한국에 왔다는 일본 팬들이 몰려들어 연신 “스고이(대단해)~”를 외치며 현장을 떠날 줄을 몰랐다. 권상우의 멋진 미소는 간단한 시상식 장면이 끝난 후 같은 태권도학과로 보조 출연했던 경희대 학생들하고의 기념촬영에서나 잠깐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촬영현장에서는 낯익은 얼굴을 한 명 볼 수 있었는데 만화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박광수씨였다. 내년 6월에 멜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박광수씨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사랑이야기로 인사드릴 것 같다.”면서 촬영에 앞서 현장분위기를 눈 여겨 볼 겸 친한 감독과 함께 왔다는 귀중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곧이어 진행된 촬영장면은 경기가 끝난 후 지환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김하늘의 단독 컷이었는데 전체 장면에는 지환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지민(장미인애)과 영훈, 지환이 모두 옆에 서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작은 체구의 김하늘은 수수한 옷차림위로 두꺼운 점퍼를 걸친 모습이었다. 원래 국기원 입구에서 촬영되야 했던 이 장면은 영하의 날씨로 인해 국기원 내부로 수정되어 촬영되었다. 다행히 다리부분은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에 두꺼운 어그부츠를 신은 채 촬영에 임한 김하늘은 경기에 실망한 지환이 지민과 걸어나오면서 마주치는 장면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달래가 밝게 웃으며 “수고했어” 라고 말하면 (덤덤히)”고마워.담에 보자.”라고 휙 스쳐 지나가는 간단한 장면은 영훈이 “지환이 녀석 많이 늘었어.요즘 경기하는걸 보면 무서울 정도라니까”란 대사까지 이어져야 했지만 조금 더 길게 쳐다보며 표정을 담으라는 감독의 요구로 재촬영에 들어간 뒤 단박에 OK되었다. 모니터를 하러 뛰어온 김하늘이 오전에 촬영된 부분도 더 보겠다고 하면서 옆에 있는 권상우한테 “영훈이는 발이 이렇게나 많이 올라가는데 지환이는 (손동작을 연신 흉내 내며)이것 밖에 안 해? 둘이 싸우는 거였어?”라고 말하자 “아이구.시나리오를 이해 못하고 있어. 지금.”이라며 쫑크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제부터 그들의 친근함이 살짝 드러난 기자간담회 내용을 공개한다. 분명 <청춘 만화>가 완성되면 전작에서의 호흡을 뛰어넘는 엄청난 흥행작이 나올 거란 기대를 하면서.
● 기자간담회 일문 일답 ●
촬영중의 헤어스타일이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권상우는 깔끔한 비니를, 김하늘은 차분하게 드라이한 상태로 나타난 김하늘은 이한 감독과 들어오자 마자 플래시가 터지자 “시사회에 온 느낌인데요.(김하늘)”, “이번 공개는 온라인 매체라고 들었는데 그럼 바로 바로 기사 올라가겠네요?(웃음) 재미있는 영화 찍고 있으니까 좋은 기사 빨리 올려주세요.(권상우)”라는 애교 섞인 당부로 시작되었다.
감독님은 <연애소설>후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모티브가 궁금하다. 특히 두 배우들은 <동갑내기..>이후 두 번째 영화인데 어느 부분에서 호흡이 가장 잘 맞는지 궁금하다.
이한 감독: 무엇보다 내 자신이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싶었다. 억지로 때리거나 웃는 영화보다 자연스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영화. 그 점에 중점을 두고 찍었다.
권상우 : 워낙 친분이 있어서 특별 나게 어떤 신이 편하고 그런것보다 부담 없고 친한 느낌 그대로다. 앞으로 찍을 장면 중 투투의 ‘1과1/2’을 부르는 신이 있는데 무척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것 같다.
김하늘: 사실 <동갑내기..>찍을 때 처음 만났는데 나보다 신인이었을 때 만난 셈이다(웃음)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건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구나.’였다. 그런데 지금도 촬영해보면 그때처럼 한 장면 한 장면 되게 노력해서 찍는다. 그 점이 아직까지 변한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간단한 캐릭터 소개를 부탁 드린다.
권상우: 극중 ‘이지환’은 태권도 학과고 성룡을 좋아하는 학생이다. 20대 초반으로 스턴트맨 지망생으로 박카스 청년 같은 이미지랄까. 큰 시련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성장영화 속의 건장한 청년으로 봐달라.
김하늘: ‘진달래’는 싫은 것보다는 좋은 게 많고 친구가 많은 캐릭터다 최고의 연기자가 되고 싶은데 무대공포증이 있다. 지환과의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이다.
감독님께 오늘 촬영한 부분의 설명을 부탁 드린다. 권상우씨는 태권도도 직접 하시던데 따로 연습한적이 있는지? 김하늘씨가 촬영한 부분도 직접 설명해 달라.
이한 감독:지환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씬이다. 체급이 달라서 다른 싸움이었지만 같이 싸우는 것처럼 찍었다. ‘질투’와 ‘전의’에 불타는 모습이랄까? 상우씨의 표정이 좋아 너무 만족한다.
권상우: 워낙 험한 신들을 많이 찍어서 액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특별히 준비한 건 없고 영화에서 스턴트를 하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은 영화다. 그 장면은 감독님 말씀처럼 개인적으로도 ‘감정씬’이라고 생각하고 촬영했다.
김하늘:오늘 장면은 내 입장에서는 ‘질투’와는 좀 다른 의미다. 저런 식으로 무표정한 모습이 처음이라 그걸 보고 안타까워하는 장면이다. 서서히 ‘질투인가?’라는 느낌이 퍼지는 것 같다.
특히 전작인 <동갑내기..>와 비교하는 질문이 이어지자 두 배우는 겉으로 보여지는 게 코믹인 것 같아도 시나리오의 느낌이나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꽤 진지하다면서 “시나리오 부분에 지금은 밝힐수 없는 ‘시련’부분이 있다. 그부분이 <동갑내기..>와 다르다고 본다. 물론 비교를 안할 수는 없겠지만 전작이 컵라면이라면 이 영화는 ‘봉지라면’이다. 눈물과 재미가 있기 때문에 좀 다르게 봐주셨으면 한다.”란 설명이 덧붙여졌다.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쓰면서 더 많은 대중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사람을 보는 긍정적인 시각을 다룬 영화.”라는 연출의도를 밝혔다.
캐스팅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감독님은 두 배우를 염두 해 두셨는지? 배우들은 서로가 캐스팅되고 나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다.
이한 감독: (질문이 떨어지자 마자)네! 그 전날 아주 좋은 꿈을 꿨는데 운 좋게도 상우씨한테 한다고 문자가 왔더라.
권상우: (단호히) 사실과 다릅니다. (웃음) 잠자기 전에 한두 장만 읽어보려다가 끝까지 읽게 됐다. 그리고 나서 매니저한테 물어봐서 감독님 연락처로 시나리오 잘 봤다고 ‘만’ 보냈다. 그러고서도 바로 촬영에 못 들어갔는데 지금 이렇게 하게 된걸 보니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김하늘: 지금은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먼저 캐스팅됐었나?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권상우씨가 떠오르더라 유머러스하고 감각 있고. <동갑내기..>때 생각하고 되게 잘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김하늘씨는 실제 13년간 만난 이성친구가 남자로 느껴진다면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어떤걸 택할 것 같은지?
김하늘: 사실 개인적으로 남자와의 ‘우정’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남자 ‘친구’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옆에서 권상우, “여자친구도 별로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라고 바로 면박을 준다.)13년 동안 친구여서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지 않다.
보도자료에는 ‘코믹액션로맨스판타지’라고 써있는데 정확한 장르가 궁금하다. 또 권상우씨는 명실공히 ‘한류스타’로 불리고 있는데 일본에서 어떻게 불리는지 알고 있나?
이한 감독: 그렇잖아도 마케팅 팀하고 장르 때문에 회의를 했었다. 사실 ‘퓨전 멜로’가 아니냐고 했었는데 그건 너무 진부하다고 하더라.(웃음) 굳이 코믹과 멜로를 따진다면 60:40정도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한가지는 그 사이를 관통하는 두 사람의 ‘우정’이다.
권상우: 사실 ‘한류배우’라고 하면 왠지 ‘하류배우’로 들린다. 주변사람들만 ‘권사마’라고 부르지 특별히 불려지는 건 없는 것 같다. 김하늘의 경우 영화에서 흥행도 잘되고 연기도 되는 배우로 세손가락 안에 꼽는 여배우다. 둘이 했던 작품이 잘돼서 그 믿음이 깔려있는 것 같다. 또 감독님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있어서 나만 잘하면 될 거란 생각을 한다.
취재_이희승 기자
사진_권영탕 사진기자
☞ 일명 바가지머리의 권상우를 더 보고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