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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칼럼 from USA] 왜 미국에는 한국식 멜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2005년 10월 17일 월요일 | 이영순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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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한국의 극장가에는 주로 30대 여성의 욕망을 담은 멜로 영화가 봇물이다. <사랑니>, <너는 내 운명>, <사랑을 놓치다> 등이다. 이전의 20대 영화에서 30대로 캐릭터가 달라졌을 뿐 한국 멜로 영화만의 특징인 유별난 감상주의와 신파성을 전달하는 영화들이다. 반면에 미국 극장가는 <마흔살 숫총각(The 40-Year-Old Virgin)>, < The Baxter >,<천국처럼Just like heaven> 등 고전 멜로 영화들이 나왔다.

미국은 한국멜로 영화처럼 ‘특이한 사랑 혹은 불륜’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이들의 현실은 불륜을 하면 바로 이혼을 하거나 동거를 해도 통계적으로 60%이상은 결혼으로 이어지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계절적으로 가을은 로맨스보다는 축제와 명절 시즌이다. 할로윈용으로 <찰리와 초콜릿공장>, <세레니 Serenity>등과 추수감사절 용으로 로만 폴란스키감독의 <올리버 트위스트> 등 휴머니즘 영화들이 나온다. 관객은 영화만을 보지만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는 입장에선 철저히 장사 속을 따진다. 그렇기에 영화는 상업적인 예술이며 동시에 현실세계의 사실을 반영하므로 예술보다 우선하는 삶의 리얼리즘을 갖는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멜로 영화들이 여전이 나오는 걸까. 캐릭터가 20대여성에서 30대로 바뀐 것은 새롭기보다는 진부한 충무로의 소재찾기이다. 시대변화에 따라 과거 비경제 활동인구인 30대 여성들이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됐다. 이제 그녀들은 당당히 영화의 소비자로 등극된 것이다. 그런데 연령층과 성별을 떠나 신파성 멜로영화가 여전이 나오는 것은 우리들에게 닫힌 욕망에 대한 최면제가 필요했던 것이라 본다. 멜로영화의 근본 태생이 그렇다. 전쟁터에서 나온 위로이자 최면이 멜로 영화장르였다.

30대 여성과 10대 고교생의 로맨스인 <사랑니>는 미국판 사랑니 버젼인 < Book of Love,2004 >와 등장인물과 줄거리에서 비슷하다. 미국판 버전은 영화는 16세 동네 수영선수인 청소년과 30대 유부녀가 어긋난 만남을 가지면서 가족이 해체되는 줄거리이다.

이처럼 제도 밖을 벗어난 영화 속의 주인공들에게 욕망은 법과 도덕보다 우선이 되는 절대적인 가치가 된다.

이렇게 비관습적인 30대 여성들의 로맨스는 여성들의 존재욕구나 욕망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소재로 이용되는 것이지 주제를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닌 것이다. 거꾸로 이 영화들은 여성보다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풍부하게 만드는데 기여한다. 또한 어떤 어려움에도 사랑은 절대적이며 영원하다는 기존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법을 더욱 확고히 해준다.

미국은 멜로영화 외에 로맨스를 어떻게 다루는가. 한국에 수입되는 로맨틱 코메디나 섹스코메디외 소설을 읽어보면 좀더 구체적이다. 뉴욕 베스트셀러에 최근 로맨스 소설 , , 등은 공통점을 갖는다. 먼저 욕망을 절대적인 가치로 두지않는다. 사랑도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로맨스로 인해 장기간 생활에 문제가 되면 폐인이 되기보다 사랑과 섹스중독에 관한 상담심리치료를 받거나 정신과 상담의를 찾아간다. 사랑을 믿지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절대적인 삶의 중심에 놓지 않는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은 ‘성’을 중심에 놓는 경향이다. 그러나 섹스가 사랑의 전부이다거나 사랑으로 둔갑시키거나 영화나 드라마,소설에서 의도적으로 설정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의도하는 목적으로는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나 할리퀸 문고등으로 배출한다.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롭 레이너 감독의 최근작은 <알렉스와 엠마>는 흥행해 실패했다. 할리우드 멜로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보다 섹스를 파는 섹스 코미디로 턴한 지 오래이다. 우리는 섹스 코미디를 한국멜로 영화장르에 받아 들였다가 한물 간 후 주로 외화수입에 의존한다. 20,30대를 위한 <프렌즈>, <섹스앤시티>와 섹스소재가 일부 들어간 <위기의 주부들> 등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는 문화와 문화를 배출하는 방식의 차이로 한국식 멜로영화가 나올 수가 없다.

여전이 각종 영화제, 케이블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문화수단이 있더라도 드라마와 영화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생의 중심부에 절대적인 사랑을 놓는다. 이유는 이땅에서 사는 것이 순간 최면제가 필요할 만큼 사는 게 고달프기 때문이다. 멜로영화의 흥행은 순수성의 회복이 아니라 지금이 딱 전쟁통의 격변기라 여기면 된다. 신파와 유별난 감상주의는 이제는 버려야 할 요소들이다. 앞으로 최면제가 아닌 각성제로서의 멜로영화 장르의 부활을 꿈꾼다.

왜 그렇게 눈물이 펑펑 쏟아지던지. 내가 안아본 그 어떤 여자보다도 뜨겁고 보드라운 공례의 속살 때문이였을까? 아니면 가난으로 헐벗은 우리 자신의 못남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서 이게 진짜 사랑이라는 걸까.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중에서-

11 )
id77777
뭐 이런 당연한걸
  
2010-04-06 23:24
joe1017
병걸려서 죽기만 하는 새드엔딩의 한국식 멜로가 좋기만 한건 아니에요   
2010-03-16 16:25
apfl529
좋은 글 감사~   
2009-09-21 18:23
iamjo
불고기랑 햄버거가 아닐까요   
2009-08-14 16:34
qsay11tem
문화적 차이가 아닐런지   
2007-11-25 13:09
kpop20
문화코드가 다르니까 그런것 아닐까요?   
2007-05-17 11:56
m41417
전 우리나라식 멜로는..된장찌개와 오뎅국물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만의 감성이 뚝뚝 묻어져 있어 정말 감칠맛 나고, 정감이 뚝뚝 흐르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정이 많고 따뜻한것을 좋아하다 보니 영화도 그런식으로 흐르는것도 같아요. 영화를 색다른 소재, 전혀 새로운 형식에 도전한다던지 그런것이 아니고 단지 우리나라의 특유의 감성에 호소하는데 더 많은것을 쏟는것 같은 느낌 말이죠. 미국과 우리나라 둘다 감성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좀 멜로를 떠나서라도 감성에 호소하지 말고 치밀한 생각을 요구하는 스토리가 담긴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2005-10-17 23:09
gracehpk
흠.. 괜히 딴지 거는 거 같다면 죄송합니다.. 님의 글중에 제가 무식하게도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오해한것이 있다면 말 해 주세요..   
2005-10-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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