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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무비스트에 들어가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질문이 올라와 있다. 그 질문의 골자는 “현재 18세 미안 학생이다. 그런데 <친절한 금자씨>를 꼭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 그래도 나이 때문에 결국 못 본다면, <친절한 금자씨>에 관련한 책이라도 보고 싶다. 언제쯤 출간되나?”였다. 나이제한 즉, ‘관람등급’은 엄청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친절한금자씨’에 대한 대중의 욕구마저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18세 관람등급’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야심작은 전국누계관객수 360만 명을 넘어서면서 영화의 등급이 흥행에 큰 족쇄가 아님을 증명하였다.
등급마저도 불친절했던 ‘금자씨’의 친절한 성공은 한국영화 관객층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일까? 상반기 두 편의 블록버스터 <역도산>과 <남극일기>가 관객 1000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재앙으로 초라하게 막을 내리면서 한국영화의 위기론은 수면으로 부상했다. 이런 불길한 조짐이 극장가를 드리울 때, “너나 잘하세요”하면서 나타난 작가주의 ‘웰 메이드’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최악의 조건에서 닻을 올린 화려한 유람선과 그 불안한 모양세가 비슷해 보였다. 두어 번은 걸러지는 관객층, 금자의 복수와 구원이 과잉된 비주얼 앞에서 난해함으로 치닫는데도 불구하고 360만이라는 (성인)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성과는 놀라움을 떠나서 경악하게 할 만한 대성공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웰컴 투 대박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의 연이은 쾌속흥행질주는 ‘금자씨’의 성공으로 인한 반동효과로 해석되어진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한국영화는 이 분위기를 발판삼아 추석연휴 빅3인 영화인 <외출>, <형사>, <가문의 위기>가 대박바통을 이어받으려 하고 있다. 침체되어 있던 상반기 한국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경쟁하듯 연일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이 때,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뒤늦은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은 올 한해 남은 기간 동안 우리 영화의 수치적 결과를 예상 가능하게 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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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차이로 개봉한 단 두 편의 영화 스크린 점유율을 합하면 전국 스크린 장악율은 60%를 훌쩍 넘어버린다. 즉, 7월 말부터 8월달까지 극장에서 (관객입장에서) 만나기 쉬운 영화라 해봐야 <친절한 금자씨>와 <웰컴 투 동막골> 외에는 없었다. 거의 단합내지는 독과점 현상으로까지 읽힌다. 두 영화가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칠 수 있던 배경에는 역시나 한국 영화시장의 최강자인 투자/배급사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웰컴 투 동막골>은 KTF의 투자지원을 받아 “쇼박스”가 투자/배급을 전담했다. 제작비 80억 원, 손가락만 가지고 계산해도 <남극일기>의 제작비와 똑같은 금액이다. 여기서 플러스 되는 금액은 마케팅 비용이다. 영화를 광고함에 있어 ‘동막골’의 컨셉은 12세 관람등급에 걸맞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대국민 영화를 지향했고 그에 따른 홍보활동을 펼쳤다. “네티즌이 감동한 영화”,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수식어가 영화의 광고카피로 따라다녔고. 영화가 주는 전체적인 ‘감동’이 구라가 아닌, 진실임을 ‘보증’하는 문구들로 가득 메워졌다. 전국20만이라는 한국영화사상 초유의 대규모 시사회를 통해 취합한 관객의 의견은 유용한 마케팅 자료로 활용됐다. 영화에 별반 관심 없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웰컴 투 동막골>의 광고들은 믿음이 가게 만들어졌다. 이런 물세 틈 없이 진행된 영화의 마케팅은 관객천만시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몸부림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다.
확실히 ‘동막골’은 관객천만을 바라보고 만들어진 자신감 넘치는 ‘웰-메이드’ 기획영화다. 또한 그 자신감이 허장성세만도 아니었다. 현재 <웰컴 투 동막골>의 전국누계관객수는 현재 700만 고지를 넘어섰다. <말아톤>이 유일무이한 대박영화로 기록되는 비참한 결과는 다행히도 피하게 된 것이다.
<웰컴 투 동막골>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대박’감이 분명하다. 신인답지 않은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 배우들의 캐릭터 융화력, 그리고 아름다운 화면 속에서 적절하게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동막골’의 보여준 외적인 결과치 즉, 평면적 수치들은 한번쯤 재고해 볼만 맹점을 지니고 있다. 공식적으로 열린 10만 시사회, 비공식으로 열린 10만에 가까운 추가 시사회들이 개봉 첫 주 관객스코어에 포함됐다. 반칙이라고 섣불리 단정 짓기에 앞서, 개봉 전 열리는 모든 영화의 시사회들은 개봉 첫 주 관객수에 포함되는 게 관행임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근대 뭐가 문제냐고? 숫자가 문제여서 그렇다. <친절한 금자씨>의 개봉 첫 주 스코어가 140만을 넘었는데 <웰컴 투 동막골>이 한 주 만에 그 기록을 갱신(<친절한 금자씨> 146만, <웰컴투동막골> 148만)했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언론의 입을 빌려 공개됐다. 두 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경쟁 영화이기도 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라이벌 관계인 두 투자/배급사의 보이지 않는 완력싸움과 자존심이 걸린 작품들이었다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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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친절한 금자씨>의 마케팅 컨셉은 신비주의였기에 일반인을 대상 시사회마저도 전야제 딱 한번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즉, 개봉 스코어에 포함되는 시사회 관객수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자씨’와 3만명 차이로 이긴 ‘동막골’의 첫 주 관객수는 신빙성이 떨어지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 간과된 게 있다면 바로 두 영화의 등급 차이다.
<웰컴 투 동막골>은 보는 기준에 따라 전체 관람가일 수도 있는 ‘12세이상 관람등급’을 받았고, <친절한 금자씨>는 18세 이상만 봐야 하는 상업영화로서는 최고등급인 ‘18세이상 관람등급’을 받은 상태다. 관람등급에 제작사, 투자/배급사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좁은 한국영화시장에서 그나마 없는 관객을 또 연령대별로 쪼개야 한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뭘 하든 비교되는 두 영화지만 개봉 첫 주 성적들은 비교대상에서 제외되었어야 하는 게 마땅했다. 영화를 보는 대상들이 다르기에 하는 말이다.
8월 후반에 들어서자 두 영화의 스코어는 확연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당연한 결과다. 아무리 극장수를 중간에 <친절한 금자씨>가 늘렸다 치더라도 관람등급은 보고 싶어도 영화를 못 보는 관객들을 양산한다. 그리고 입소문을 제대로 탄 ‘동막골’은 극장을 이용, 일 년에 고작 한두 편의 영화를 볼까말까하는 잠재 관객까지 극장가로 불러들였다. 거기다 KTF 이동통신사를 사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몇 백만 관객돌파 기념 무료 영화상영회” 행사를 개최, 하루에 천 명씩 뽑는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아침 조조관람은 무조건 무료인 행사도 동시에 진행돼 영화의 입소문은 입소문대로 맹위를 떨쳤고, 개봉 후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무료로 봤던, 조조관람을 했든 관람객 수는 여전히 ‘동막골’의 누계관람객 수에 포함되기에 두 영화의 편차는 나날이 커져만 갔다.
여기서 잠깐, 이 글의 저의가 대기업 “쇼박스”가 자신들이 성공시킨 <말아톤>의 성공요인을 스스로 면밀히 분석해 그 데이터를 근거로 ‘동막골’ 마케팅을 펼쳐, 다시 한 번 극장가를 평정한 것을 부정하겠다는 데에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단지 평정했다는 근거가 경쟁영화인 <친절한 금자씨>와의 은근슬쩍 이루어진 비교에 의해 부각된 게 문제일 뿐. 전후사정 다 빼고 숫자만 가지고 이슈 만들기를 좋아하는, 같은 장단에 놀아난, 언론 또한 그 책임대상에서 예외이지는 않다.
초원이가 극장가를 끝까지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에 ‘진심’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동막골’에도 분명 같은 ‘진심’이 담겨있다. 그걸 제발 숫자놀이로 퇴색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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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감독이 창립한 “모호필름”의 첫 창립 작품이다. 3편의 영화까지 ‘CJ엔터테인먼트’에게 투자를 받기로 계약을 체결한 후의 첫 영화이기도 하다. 제작비 42억 원으로 만들어진 <친절한 금자씨>는 현재까지 관객수입만 따져서 3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상태다. 근대 ‘금자씨’의 성공은 다른 차원에서 해석해 볼만 흥미로운 단서들을 갖고 있다. 정말 영화 자체만 가지고 이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는 전작을 능가하는 과잉된 비주얼과 단박에 이해하기 힘든 난해함이 공생하는 영화다. 작품 주제가 복수와 구원인 만큼, 한 장면에 응축된 의미들 또한 다양하게 해석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거기다 18세등급 영화이기에 스타 감독 박찬욱과 톱스타 이영애라는 메리트를 빼면 관객에게 어필할 상업성 또한 검증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친절한 금자씨>가 최고의 뉴스거리임에 분명한데 포 빼고 차 빼고 나면 이슈-파이터한 정도에서 만족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었을 것이다. ‘동막골’도 마찬가지지만 ‘금자씨’ 또한 CJ엔터테인먼트의 자제 극장망이 없었다면 현재의 성공은 불가능했다. “쇼박스”는 메가박스, 'CJ'는 CGV라는 극장망을 가지고 동시에 투자와 배급을 진행하는 대기업들이다.
쇼박스가 ‘동막골’의 벤치마킹을 <말아톤>으로 했다면, CJ는 강혜정, 박해일 주연의 <연애의 목적>(제작:싸이더스 픽쳐스, 투자/배급:CJ엔터테인먼크)으로 18세관람등급 영화의 시장성을 검증했을 것이다. 위에서 상반기 히트작이던 <연애의 목적>을 다루지 않은데도 여기에 있다. 배급과 마케팅이 어떤 식으로 협력해야만 18세등급짜리 영화를 성공시킬지 에 대한 노하우가 한 커플의 귀엽고 외설스러운 연애행각을 통해 쌓였을 것이다.
‘금자씨’의 흥행성적은 무턱대고 많은 수에 극장에 걸어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18세이상 관람등급 영화가 뽑아낼 수 있는 최고점의 수익을 위해, 수익분기점을 최적의 상태로 고려해 만든 노력의 결과다.
이렇듯, 관계자들의 내심은 어떨지 모르지만 ‘금자씨’는 복수도 성공하고 흥행에도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이 흥행성적이 ‘쾌거’라고 대접 받지 못한 이유는 <웰컴 투 동막골>의 거침없는 초대박행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게 보이는 숫자들 때문이다.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의 경쟁은 본인이 영화 쪽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의 관심 밖 일이다. 그러니 자신들의 성공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어쩔 수 없이 지겹도록 듣고 또 듣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순위와 또는, 전국누계관객수 얼마? 다.
상황이 이러니, 자존심 높은 ‘금자씨’의 속은 타들어 갔을 것이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자구책이 <친절한 금자씨> 두 번 보기 운동이다. 한번 보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다는 게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었기에 한 번 더 본다는 것은 영화를 내 것으로 잘근잘근 씹어 먹기 좋은 방법이긴 하다. 하여튼 ‘금자씨’의 욕심과 자존심은 당할 자가 아무도 없다는 건, 여기서 인정! 그게 잘 성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현재 추석연휴를 맞아서 극장가는 연일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욘사마의 <외출>, 강동원의 <형사>, 그리고 다시 돌아온 조폭영화 <가문의 위기>가 치열하게 승자를 가리는 중이다. 혈전을 방불케 하는 한국영화의 흥행전쟁은 오랜 침체기를 빠져나와 간만에 보는 현상인 만큼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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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히트작이 없던 건 아니지만 블록버스터라고 간판 내건 영화마다 실패를 거듭하고, 영화는 그럭저럭 성공했으나 다른 영화들의 동방흥행을 이끌지 못해 맥이 끊기던 영화계에서 현재의 분위기를 만들어준 건, <친절한 금자씨>와 <웰컴 투 동막골>의 공이 크다. 특히, <친절한 금자씨>는 여러 가지 악조건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기획과 마케팅을 잘 활용해 영화의 흥행을 이끌어내 그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신만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동막골’이 대박의 길로 빠르게 진입하도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후에 개봉한 <박수칠 때 떠나라>를 포함한 현재 상영작까지 동방 흥행을 이끌어냈다.
2005년 후반까지 가야 정확하게 판가름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한국영화산업의 침체를 벗어나게 해준 작품은 단연코, <친절한 금자씨>로 봐야 한다. 그 놈의 숫자놀이에 민감한 사람들이 설사 인정 못한다할지라도 속을 꽉 채운 내실 있는 성공은 아직까진 ‘금자씨’인걸. 우짜라고? 그러니 “너나 잘하세요!”
닥터 무비스트에 들어가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질문이 올라와 있다. 그 질문의 골자는 “현재 18세 미안 학생이다. 그런데 <친절한 금자씨>를 꼭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 그래도 나이 때문에 결국 못 본다면, <친절한 금자씨>에 관련한 책이라도 보고 싶다. 언제쯤 출간되나?”였다. 나이제한 즉, ‘관람등급’은 엄청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친절한금자씨’에 대한 대중의 욕구마저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18세 관람등급’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야심작은 전국누계관객수 360만 명을 넘어서면서 영화의 등급이 흥행에 큰 족쇄가 아님을 증명하였다.
등급마저도 불친절했던 ‘금자씨’의 친절한 성공은 한국영화 관객층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일까? 상반기 두 편의 블록버스터 <역도산>과 <남극일기>가 관객 1000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재앙으로 초라하게 막을 내리면서 한국영화의 위기론은 수면으로 부상했다. 이런 불길한 조짐이 극장가를 드리울 때, “너나 잘하세요”하면서 나타난 작가주의 ‘웰 메이드’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최악의 조건에서 닻을 올린 화려한 유람선과 그 불안한 모양세가 비슷해 보였다. 두어 번은 걸러지는 관객층, 금자의 복수와 구원이 과잉된 비주얼 앞에서 난해함으로 치닫는데도 불구하고 360만이라는 (성인)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성과는 놀라움을 떠나서 경악하게 할 만한 대성공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웰컴 투 대박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의 연이은 쾌속흥행질주는 ‘금자씨’의 성공으로 인한 반동효과로 해석되어진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한국영화는 이 분위기를 발판삼아 추석연휴 빅3인 영화인 <외출>, <형사>, <가문의 위기>가 대박바통을 이어받으려 하고 있다. 침체되어 있던 상반기 한국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경쟁하듯 연일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이 때,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뒤늦은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은 올 한해 남은 기간 동안 우리 영화의 수치적 결과를 예상 가능하게 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한 주 차이로 개봉한 단 두 편의 영화 스크린 점유율을 합하면 전국 스크린 장악율은 60%를 훌쩍 넘어버린다. 즉, 7월 말부터 8월달까지 극장에서 (관객입장에서) 만나기 쉬운 영화라 해봐야 <친절한 금자씨>와 <웰컴 투 동막골> 외에는 없었다. 거의 단합내지는 독과점 현상으로까지 읽힌다. 두 영화가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칠 수 있던 배경에는 역시나 한국 영화시장의 최강자인 투자/배급사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확실히 ‘동막골’은 관객천만을 바라보고 만들어진 자신감 넘치는 ‘웰-메이드’ 기획영화다. 또한 그 자신감이 허장성세만도 아니었다. 현재 <웰컴 투 동막골>의 전국누계관객수는 현재 700만 고지를 넘어섰다. <말아톤>이 유일무이한 대박영화로 기록되는 비참한 결과는 다행히도 피하게 된 것이다.
<웰컴 투 동막골>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대박’감이 분명하다. 신인답지 않은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 배우들의 캐릭터 융화력, 그리고 아름다운 화면 속에서 적절하게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동막골’의 보여준 외적인 결과치 즉, 평면적 수치들은 한번쯤 재고해 볼만 맹점을 지니고 있다. 공식적으로 열린 10만 시사회, 비공식으로 열린 10만에 가까운 추가 시사회들이 개봉 첫 주 관객스코어에 포함됐다. 반칙이라고 섣불리 단정 짓기에 앞서, 개봉 전 열리는 모든 영화의 시사회들은 개봉 첫 주 관객수에 포함되는 게 관행임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근대 뭐가 문제냐고? 숫자가 문제여서 그렇다. <친절한 금자씨>의 개봉 첫 주 스코어가 140만을 넘었는데 <웰컴 투 동막골>이 한 주 만에 그 기록을 갱신(<친절한 금자씨> 146만, <웰컴투동막골> 148만)했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언론의 입을 빌려 공개됐다. 두 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경쟁 영화이기도 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라이벌 관계인 두 투자/배급사의 보이지 않는 완력싸움과 자존심이 걸린 작품들이었다는 게다.
반면, <친절한 금자씨>의 마케팅 컨셉은 신비주의였기에 일반인을 대상 시사회마저도 전야제 딱 한번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즉, 개봉 스코어에 포함되는 시사회 관객수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자씨’와 3만명 차이로 이긴 ‘동막골’의 첫 주 관객수는 신빙성이 떨어지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 간과된 게 있다면 바로 두 영화의 등급 차이다.
<웰컴 투 동막골>은 보는 기준에 따라 전체 관람가일 수도 있는 ‘12세이상 관람등급’을 받았고, <친절한 금자씨>는 18세 이상만 봐야 하는 상업영화로서는 최고등급인 ‘18세이상 관람등급’을 받은 상태다. 관람등급에 제작사, 투자/배급사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좁은 한국영화시장에서 그나마 없는 관객을 또 연령대별로 쪼개야 한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뭘 하든 비교되는 두 영화지만 개봉 첫 주 성적들은 비교대상에서 제외되었어야 하는 게 마땅했다. 영화를 보는 대상들이 다르기에 하는 말이다.
여기서 잠깐, 이 글의 저의가 대기업 “쇼박스”가 자신들이 성공시킨 <말아톤>의 성공요인을 스스로 면밀히 분석해 그 데이터를 근거로 ‘동막골’ 마케팅을 펼쳐, 다시 한 번 극장가를 평정한 것을 부정하겠다는 데에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단지 평정했다는 근거가 경쟁영화인 <친절한 금자씨>와의 은근슬쩍 이루어진 비교에 의해 부각된 게 문제일 뿐. 전후사정 다 빼고 숫자만 가지고 이슈 만들기를 좋아하는, 같은 장단에 놀아난, 언론 또한 그 책임대상에서 예외이지는 않다.
초원이가 극장가를 끝까지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에 ‘진심’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동막골’에도 분명 같은 ‘진심’이 담겨있다. 그걸 제발 숫자놀이로 퇴색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감독이 창립한 “모호필름”의 첫 창립 작품이다. 3편의 영화까지 ‘CJ엔터테인먼트’에게 투자를 받기로 계약을 체결한 후의 첫 영화이기도 하다. 제작비 42억 원으로 만들어진 <친절한 금자씨>는 현재까지 관객수입만 따져서 3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상태다. 근대 ‘금자씨’의 성공은 다른 차원에서 해석해 볼만 흥미로운 단서들을 갖고 있다. 정말 영화 자체만 가지고 이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
쇼박스가 ‘동막골’의 벤치마킹을 <말아톤>으로 했다면, CJ는 강혜정, 박해일 주연의 <연애의 목적>(제작:싸이더스 픽쳐스, 투자/배급:CJ엔터테인먼크)으로 18세관람등급 영화의 시장성을 검증했을 것이다. 위에서 상반기 히트작이던 <연애의 목적>을 다루지 않은데도 여기에 있다. 배급과 마케팅이 어떤 식으로 협력해야만 18세등급짜리 영화를 성공시킬지 에 대한 노하우가 한 커플의 귀엽고 외설스러운 연애행각을 통해 쌓였을 것이다.
‘금자씨’의 흥행성적은 무턱대고 많은 수에 극장에 걸어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18세이상 관람등급 영화가 뽑아낼 수 있는 최고점의 수익을 위해, 수익분기점을 최적의 상태로 고려해 만든 노력의 결과다.
이렇듯, 관계자들의 내심은 어떨지 모르지만 ‘금자씨’는 복수도 성공하고 흥행에도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이 흥행성적이 ‘쾌거’라고 대접 받지 못한 이유는 <웰컴 투 동막골>의 거침없는 초대박행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게 보이는 숫자들 때문이다.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의 경쟁은 본인이 영화 쪽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의 관심 밖 일이다. 그러니 자신들의 성공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어쩔 수 없이 지겹도록 듣고 또 듣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순위와 또는, 전국누계관객수 얼마? 다.
상황이 이러니, 자존심 높은 ‘금자씨’의 속은 타들어 갔을 것이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자구책이 <친절한 금자씨> 두 번 보기 운동이다. 한번 보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다는 게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었기에 한 번 더 본다는 것은 영화를 내 것으로 잘근잘근 씹어 먹기 좋은 방법이긴 하다. 하여튼 ‘금자씨’의 욕심과 자존심은 당할 자가 아무도 없다는 건, 여기서 인정! 그게 잘 성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현재 추석연휴를 맞아서 극장가는 연일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욘사마의 <외출>, 강동원의 <형사>, 그리고 다시 돌아온 조폭영화 <가문의 위기>가 치열하게 승자를 가리는 중이다. 혈전을 방불케 하는 한국영화의 흥행전쟁은 오랜 침체기를 빠져나와 간만에 보는 현상인 만큼 반갑기 그지없다.
상반기에 히트작이 없던 건 아니지만 블록버스터라고 간판 내건 영화마다 실패를 거듭하고, 영화는 그럭저럭 성공했으나 다른 영화들의 동방흥행을 이끌지 못해 맥이 끊기던 영화계에서 현재의 분위기를 만들어준 건, <친절한 금자씨>와 <웰컴 투 동막골>의 공이 크다. 특히, <친절한 금자씨>는 여러 가지 악조건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기획과 마케팅을 잘 활용해 영화의 흥행을 이끌어내 그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신만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동막골’이 대박의 길로 빠르게 진입하도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후에 개봉한 <박수칠 때 떠나라>를 포함한 현재 상영작까지 동방 흥행을 이끌어냈다.
2005년 후반까지 가야 정확하게 판가름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한국영화산업의 침체를 벗어나게 해준 작품은 단연코, <친절한 금자씨>로 봐야 한다. 그 놈의 숫자놀이에 민감한 사람들이 설사 인정 못한다할지라도 속을 꽉 채운 내실 있는 성공은 아직까진 ‘금자씨’인걸. 우짜라고? 그러니 “너나 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