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심장에 기대어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낸다는 첼로는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악기다. 공포의 소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올 여름 한국 영화계는 특히 다양한 소재의 공포영화가 쏟아져 나왔고, 그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 <첼로>가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 영화계의 눈과 귀가 쏠려있는 상태다. ‘호러퀸’으로 자리매김한 성현아의 연기는 묘한 공포감을 일으키고 조연이지만 주연과 맞먹는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들이 어우러져 말그대로 일사천리로 찍은 영화<첼로>. 제작 기간이 짧았다고 마냥 허술한 것만은 아니다. 기억이 현실이 되고 다시 공포가 시작되는 특이한 설정부터가 충분히 색다른 출발을 했다. 극중 연기와 음악을 담당한 첼리스트들이 바라본 <첼로>의 리뷰는 글짓기에 대한 공포(?)를 호소해, 유감이지만 짧은 시간 구술정리 식으로 무비스트에 전해졌다.
● 김원정(영화 <첼로> -첼로 코디네이터 )
올 여름 공포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첼로>는 10년 전 연주가 지금 나의 가족들을 죽인다는 끔찍한 설정에서 시작된다. 그것도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하다는 악기 첼로를 매개체로 현실화된다. 남편이 영화 쪽 일을 하는 관계로 <첼로>의 시나리오 단계부터 참여하게 된 나는 영화 속 제 2의 주인공과 다름 없는 첼로에 대한 전체적인 코디네이터를 담당하게 되었다.
홍미주(성현아)는 10년 전 단짝이었던 친구 김태연(박다안)의 죽음을 계기로 첼로를 관두고 대학의 음악 강사로 출강한다. 영화 속에서 화성학 점수를 항의하러 온 학생은 현실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아마도 극 중 악역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그런 장치를 쓴 것 같다. 영화 속 만년 2등과 1등과의 갈등은 영화 속에서 흔히 대비되는 갈등 구도이고 실제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음악도 뛰어나게 잘하고 게다가 착하기 까지 한 친구들은 어디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악기를 다룬다는 건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지만 예술은 천성적으로 타고난걸 무시하진 못한다. 극 중 홍미주는 그런 음악가의 삶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영화전체적으로 보자면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포'가 제대로 느껴지는가가 1순위지만 <첼로>야 말로 그 감정이 극명하게 나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소재와 스토리텔링 면에서는 가장 참신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사상 유례없는 짧은 촬영기간이 한 몫 하긴 했지만 가장 깔끔하게 공포영화의 맛을 보여줌과 동시에 원래 바이올린 곳이었던 곡을 첼로로 변환시켜 나오는 웅장함이 공포를 배가 시킨다. ‘첼로’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악기로 표현되어 왔던 만큼 인간의 욕망을 다룬 공포영화로 적격인 셈이다.
●이정민(극중 박다안 동생역-성남 시립 오케스트라 소속)
사랑스런 두 딸과 자상한 남편, 친동생 같은 시누이는 안락한 생활을 보여주지만 우연히 친구 태연의 동생이 귀국연주회를 갖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집안에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10살부터 첼로를 시작했지만 첼로는 활을 잡는 법이나 앉는 자세에 따라 소리 나는 게 틀리다. 극 중 발달장애를 가진 큰딸이 첼로에 집착하면서 엉터리로 현을 키는 장면은 무의식 중에 자신을 괴롭히는 홍미주(성현아 분)의 10년 전 기억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며 홍미주의 팔에 박힌 상처가 주는 의미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밝혀진다.
죽은 친구와 함께 연주했던 테이프가 배달되어 오면서 한국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원혼'과 '저주'의 막은 서서히 오른다. 영화 속에 보여지는 동기들간의 경쟁심리는 사실 위계질서가 칼 같다는 예고와 음대를 다녔어도 실질적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에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경쟁심리는 적당하게 다뤄졌다고 본다.
자기파멸로 가는 홍미주의 인과응보는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차이가 있지만 극중 6중주와 무대의 독주를 대역했어야 했기에 개인적으로 무섭기 보다는 힘듦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소재를 다룬 만큼 공포의 무게감은 진부하지 않다. 불안감과 공포를 조성하면서 긴장감을 끌고 가는 소재로 적격인 영화 <첼로>. 이제 그 평가만이 남았다.
구술정리-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