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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2시 종로 씨네코아 극장 앞에서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의 눈동자가 순간 호기심에 반짝거린다. 유명 스타가 출동하는지 카메라를 들은 장정들이 바삐 잰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흰 서류파일(보도자료)을 들은 많은 이들이 뭔 사건이 터진 듯 속닥거리기에 오는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이네 맘 좋은 아저씨 같은 이가 카메라와 흰 서류파일을 들은 이들의 주 관심대상이 되고, 처음 보는 소년과 꼬마 숙녀가 카메라의 후레쉬 세례를 받자 한가로운 오후에 영화를 보려고 모여든 관객들의 호기심 섞인 관심은 이내 사그라진다.
빅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요즘 젊은 층에게 사랑받는 인기감독이 연출한 작품도 아니니, <초승달과 밤배>에 대한 일반인의 시큰둥한 반응은 마음 한켠 간직할 만한 서운한 일이 아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연출한 ‘장길수' 감독이 5년여라는 시간과 공을 들여 작지만 빛이 나는 영화 한편을 들고 오랜만에 관객을 찾아왔다. 속된말로 씨가 다른 여동생을 미워하고 구박하는 어린 소년 ‘난나’가 세상을 이해하고 동생을 가슴속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향기 그윽한 작품으로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다부진 기대를 안고 말이다.
여동생 ‘옥이’는 등에 천사의 날개를 숨긴 착하고 귀여운 소녀다. 단지 날개가 숨어있는 등이 남들보다 조금 튀어나왔을 뿐, 여느 꼬마숙녀와 별반 차이가 없다. ‘난나’와 동생 ‘옥이’의 갈등과 사랑 그리고 가족애를 60~70년대의 향수어린 이미지들과 함께 예쁘게 포장한 <초승달과 밤배>는 누가 봐도 포근한 기운을 안겨줄 따듯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도 ‘장길수’ 감독은 개봉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해 연신 힘든 촬영과정을 이겨주고 지금까지 기다려준 배우들에게 “미안하단” 말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난나’ 역의 ‘이요섭’은 사춘기에 접어든 여물지 않은 청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동생 ‘옥이’역에 ‘한예린’은 촬영당시 “9살이어서 연기에 대해 잘 몰랐는데 <초승달과 밤배>를 통해 배우로서 성숙함을 더했다”고 어린 꼬마숙녀답지 않은 조숙한 말투로, 찾아온 이들의 놀람과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난나’를 짝사랑하는 연상녀로 나와 난나와 함께 에로틱한 상황을 대담하게 연출한 ‘신지수’는 아역배우의 이미지를 벗고 성인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관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지수’양이 벌써 대학 2학년생이 되었다고 하니,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절로 들은 순간이다.
강부자, 기주봉, 故김일우, 김혜경, 양미경 그리고 지금은 탑스타인 ‘장서희’ 등등, 한국 최고의 주조연급 배우들이 총! 출동하고 故‘정채봉’ 선생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초승달과 밤배>는 8월 25일 관객들에게 전격! 공개될 예정이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지만 큰 영화, <초승달과 밤배> 기대하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