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철저히 성에 대한 이분법적인 시각을 선택지로 내어주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선택을 맡기는 시험지와도 같은 영화이다. 영화 내에서 [클럽 버터플라이]는 '스와핑'(SWAPING ; 부부맞교환섹스)을 즐기는 선남선녀 새내기 중년부부가 얼마나 화려한 부부생활을 즐기는 지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들 내부에서의 갈등 역시 보여주면서 결코 스와핑이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누구나 영화에서 혁(김영호 분)과 경(아니타 분)의 부부생활을 보면 답답하기만 할 것이다. 영화 내내 중년이라고 주장하지만 몸매만큼은 너무나도 섹시하게 빠진 마누라한테 아무런 흥분도 느끼지 못하는 김영호를 보면 동정하게 되고, 이와 달리 매사에 철저하고 깔끔한 우(윤동환 분)를 볼 때면 괜스레 그 거만함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래.... 이 영화는 정말 남자감독이 만든 남자 영화다" 라는 점을 이제 깨닫게 된다.
또 한가지, 의문 내지는 분노가 남는 부분이 경의 강간부분씬이다. 솔직히 너무나도 불필요한 장면이고 연결성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이 부분은 정말 확연하게 강간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다이내믹한 정사씬같은 느낌이 든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정말 경은 이 강간으로 인하여 얻은 것이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뜨거운 '성적욕구' 라는 것이다. 분노와 수치만으로도 부족할 것을 경이 그런 잔인한 강간범에게서 '성적욕구' 를 얻게 된다는 것은 정말 철저하게 남성적인 시각이다. 마치 중년 강간범이 어린 여자를 꼬셔서 강간한 뒤 "같이 즐겼으면서도 저 난리다!"하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말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우선 한가지, 이 영화는 성해방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결혼과 성이라는 문제를 하나씩 들추어내면서 남성의 눈으로 본 이상적인 부부생활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감독은 도덕적으로는 책임감이나 죄의식이 느낄 필요가 없는 스와핑이라는 자극으로 활기찬 부부생활을 즐겨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시각적 탐닉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영화에서 성은 두 가지 양분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숙이 말하는 것처럼 섹스는 무시할 만한 존재는 아니다. 영화 내내 주인공들은 섹스라는 하나의 과정 때문에 서로 갈등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섹스는 하나의 도구이다. 프리섹스주의자인 우와 숙은 모든 생활의 대화가 섹스로 이루어진다. 반면에 섹스가 원활하지 못한 경과 혁은 대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는 섹스가 결코 무시할 만한 존재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본질은 그냥 즐기는 수단의 하나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아직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 경험의 부족으로 인한 제한된 시각에서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한계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영화를 볼 때 결혼생활에서의 성담론이라는 시각은 배제하려고 했다.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배우들은 절대 '스와핑'이라는 소재에만 한해서 보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여전히 이 영화는 나에게 "고급 포르노 영화"라는 느낌밖에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 내 솔직한 감상이다. 아직 미혼인 20살 초반 여학생인 나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