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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술사
달긴 달았는데, 생각할수록 깔깔한 맛의 사탕같아! | 2005년 5월 19일 목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바즈 루어만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한, 나름대로 감독의 귀여운 면이 엿보이는 장면!
바즈 루어만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한, 나름대로 감독의 귀여운 면이 엿보이는 장면!
영화는 우리 시대의 ‘욕망’을 읽고, 그 욕망을 살짝 비틀어 깜찍한(?) 판타지로 구현하는 도구임이 분명하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요, <연애술사>같은 영화를 보면 그러한데, 그 느낌은 달긴 달되, 썩 내키는 단맛은 아닌, 불량사탕을 먹었을때처럼 깔깔한 맛이다.

어떤 ‘남자’와 ‘여자’가 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예쁜데 시원시원한, 아니 톡 까놓고 말해 터프한 이미지의 여성 캐릭터는 한국영화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로 구축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 여자 ‘희원(박진희)’은 결혼희망기(期) 남성들이 특히나 침흘리는 직업을 가진 ‘교사’인데다, 아무리 ‘터프’한 척 해도 많은 남성들이 ‘귀엽다’고 봐줄 수 있는 예쁘장한 외모의 소유자다.

여기에 그 남자 ‘지훈(연정훈)’은 숱한 여자, 그것도 꼭 모델같은 여자들에게만 중점적으로 작업거는 왕 바람둥이. 작업 거는 방식도 몇 년째 똑같은, 지루한 남정네건만, 모든 여자들이 술술 넘어오는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다. 거기에 ‘마술사’라는 흔치 않은 직업을 가져서일까 카리스마도 있어 보이는 남자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어쨌다고? 차분히 들어보시라! 문제는, 아무리 영화 속에선 평범하다고 외쳐도 스크린밖에선 범상치 않아 보이는 ‘그들’인데, 그들 곁을 맴도는 또다른 남녀는 한술 더뜬‘비현실성’이 보인단 말씀.

‘희원’ 곁에는 그정도면 상당한 ‘킹카’축에 드는 성형외과 의사 ‘준석’이 7년째 그녀를 사랑해왔다며, (관객들은 눈물나지 않는) 순애보를 바치고 있고, ‘지훈’곁에는 그렇게 미모가꾸면서 언제 공부했나싶지만, 어쨌거나 떡 하니 ‘치과 의사’인 글래머 미녀 ‘현주’가 있다(그의 작업엔 왜 그리 쉽게 넘어오셨는지!).

<연애술사>는 ‘지훈’의 바람기로 헤어진 것이 분명해 보이는 헤어진 연인 ‘희원’과 ‘지훈’이 관객들이 보기에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이 막강 연적(戀敵)을 뿌리치고, 어쨌거나 다시금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스토리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더할 나위없이 뿌듯한, ‘순수한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준다. 탐은 엄청 나지만 돈이 최고는 아니야! 잘생기고 예쁜 것도 한때야! 마음이 통해야 최고지! 라는 묘한 삼단논법으로 귀결되는 듯한 영화.

하지만 엄연히 흥행을 목표로 하는 <연애술사>에서 이러한 ‘장치적’인 요소들이 뭐가 그리 대수겠는가. 오히려 이런 장치적인 요소들이 <연애술사>를 재밌게 볼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남자 주인공 ‘지훈’이 ‘마술사’라는 설정은, 이 영화를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반발짝 밀어내는 상당히 구미당기는 요소로 작용한다.

남녀 주인공의 갈등해소 내지 두 사람의 내적 감정이 합치되는 방식으로, 가장 흔한 방식은 아무래도, 간지럽든, 멋지든, 철학적이든 그 ‘대사’이기 마련. 하지만 <연애술사>는‘지훈’이 마술사임을 십분 활용, 영화 스토리를 떠나 그것 자체가 볼거리인 ‘깔끔한’ 마술쇼를 수단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그 마술쇼(지훈이 무대가 아닌, 일상 속에서 간간히 보여주는 마술까지도 포함)는 아닌게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식상한 느낌을 주는 감초격 조연들, 인물들의 대사 등 다소 짜증마저 유발되는 요소들까지 어느 정도 희석시키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연애술사>에서 짚고 넘어갈 요소는 ‘몰래 카메라’소재일 것. 스토리를 출발시키는 원동추이자, 이런저런 해프닝을 유발하는 요소인 이 ‘몰카’에 대해, 이 영화가 가진 시선은 ‘가해자=몰카를 설치한 인간’으로 비쳐진다. 따라서 이 영화의 시선 속에서‘지훈’은 여러 여자를 ‘후린’ 그 쾌락 남용에 대해 비판받지 않은 채, 여자마음을 잘 읽는 ‘사랑스런’ 주인공으로 안전하게 기능할 수 있게 된다. 굳이 이 영화가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다른 인물을 찾자면, 상대가 없는 나머지,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이용해야하는, 그리하여 ‘희원’과 ‘지훈’이 한때 격정적으로 나눈 사랑의 현장(=몰카)까지 보게 된, 비운(?)의 사나이 ‘동선’이다.

‘희원’역시 이 영화 속에선 철저히 ‘피해자’가 된다. ‘몰카’가 학생들 사이에 퍼지면서,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 희원이‘그것도 사랑이잖아...’라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굴때, 모든 관객들은 남녀가릴 것 없이 갑자기 그녀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된다. 특히나 회상 속의 ‘희원’은 긴생머리로 청순미를 자극할뿐더러, 현재에선 다소 능글맞은 바람둥이로 느껴졌던 ‘지훈’마저 과거 속의 희원과 더할나위없이 잘 어울리는 성실한 연인 그 자체니, ‘이봐. 이런 사랑스런 남녀가 그렇게 사랑해서 한건데 그걸 왜 몰카로 찍고 난리야!’라는 영화 속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 와중에 꼬집고 있는 다른 사람들로는, 희원의 ‘몰카’를 알고, 냉정하리만치 휙 돌아서는 ‘성형외과의사’, 위신 떨어질까 당장 자르기에 바쁜 ‘학교’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흠, 그렇게 따지면 이 영화의 성에 대한 시선은 상당히 파격적인 것도 같은데(주인공들때문에라도 여관 출입남녀들이 나름대로 다 떳떳해지는!), 희원과 지훈을 결국 연결시켜놓았으니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해야돼’라는, 은근하게 편협한 시선도 보여지는 것같다.

어쨌거나, 그냥 가볍게 웃고 즐기면 되는데 이리도 오버하며 읽은 게 살짝 민망스러워 이쯤해서 정리하면, 이 영화 <연애술사>는 군데군데 지루함이나 식상한 기분을 떨쳐내면, 그럭저럭 재밌게, 대단하진 않지만 가볍게 곱씹을 수 있는 꺼리도 제공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박진희의 귀여운, 연정훈의 매력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7 )
naredfoxx
재밌게 봤어요 ㅋㅋㅋㅋ   
2010-01-01 19:48
ejin4rang
과연 연애술사?   
2008-10-10 09:15
callyoungsin
서로 싸우면서 정드는...   
2008-05-15 15:46
kyikyiyi
두 멋진배우가 만드는 사랑이야기   
2008-05-09 15:29
qsay11tem
신나는 영화에여   
2007-11-23 12:07
kgbagency
기대안하고 봤는데 많이 웃었었다   
2007-05-19 12:52
js7keien
모텔과 몰카 사이에서 서성였던 배우들, 그리고 영화   
2006-09-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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