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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렬의 영화칼럼
가볍다! 가볍다? 가볍다. | 2001년 8월 30일 목요일 | 정성렬 이메일

20대 여성들이 소비문화의 중심에서 시장을 흔들고 있다. 서울의 유명 L백화점의 최근 매출 현황에 따르면 얼마전까지 주고객대상이었던 30대 여성의 소비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20대 의 소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때문에 이들 20대 여성고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과 브랜드 선정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성향에 대 한 심층적인 이해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20대 여성들이 이처럼 구매력을 발휘하는 까닭은 몇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남성들과는 달 리 여성들은 20대 중반이면 사회적인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경제적인 독립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게 된다. '가정'이란 공동 체 속에 묶이기 전인 이들은 먼저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계획하고 그것에 따라 소비를 한 다. 게다가 이들은 미디어에 민감하며 유행에 뒤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소비시장에 '붐' 을 조성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낸다. 간단한 예로 넘쳐나는 패션잡지들 혹은 쇼핑전 문지들 들 수 있는데, 이것들은 대부분 20대 직장여성들을 그 타깃으로 하고 있다. 다 그렇 지는 않겠지만, 이들에게 사회적인 책임이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다.

20대 여성의 구매력은 비단 백화점에 진열된 물질적인 상품에만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 니다. 그들의 소비방법은 일련의 문화현상으로 나타나 새로운 창조활동을 촉진한다. 최근 흥 행몰이를 하고 있는 <신라의 달밤>이나 <엽기적인 그녀> 같은 영화들은 재미있고 유쾌하 며 또한 가벼움 일색이다. 영화의 내용을 주도해 나가는 중심 또한 여성등장인물에서 찾을 수 있는데, <신라의 달밤>의 경우 두 남자의 사랑을 한꺼번에 받는 "김혜수"가,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씩씩한 행동으로 남자를 리드하는 "전지현"이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다.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가 흥행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겠지만, 보지 않으면 이야기에 낄 수 없을 거라는 초조함과, 그들 안에서 퍼지는 입소문으로 인해 전국관객 200만이나 300만 이니 하는 거대한 기록을 만들어 내며 20대 관객들을 꾸준히 스크린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20대 중심의 이 같은 관람문화는 하나의 유행처럼 행해지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20대의 소 비경향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자료라 할 수 있겠다.

소비시장의 변화는 20대 관객을 잃으면 흥행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영화시장에 심어주게 되었고, 영화를 좀더 가볍고 트랜디하게 만드는데 신경을 집중하게 하고 있다. 오 는 31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베사메무초>같은 경우 이미숙, 전광렬 등 중견배우들을 기 용해 위기의 30대를 그렸다고는 하나 영화적 전개모습은 여타 로맨틱 코메디와 별반 다를게 없다. 가정의 위기라는 설정이 보여주는 진중함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으며, 단지 가정 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여성)'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려한다. 하지만 그렇 다고 '어머니'의 모습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찾으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1억'과 '하룻밤'이 라는 '주부'로의 고뇌는 너무 쉽게 풀어져 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대충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영화의 지속적인 상승무드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풍요 속의 빈곤'을 우려하기 도 한다. '흥행'이라는 압박으로 인해 '다양성의 결여'라는 치명적인 결핍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 영화사들이 20대 위주의 기획영화들을 통해 그 입지를 굳혀가면서 새롭고 실험성이 강한 비주류 영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 근에 개봉된 <썸머 타임> <노랑머리2>등은 소리소문도 없이 간판을 내려야 했고 일부는 극장을 잡지 못하고 개봉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물론 영화의 완성도에서도 그 문제 를 찾을 수 있겠지만,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소름> <수취인 불명>등도 관객 의 외면을 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최근 한국영화들을 보면 마치 밀어주기를 하는 것처럼 한 몇몇 영화에만 기형적으로 관객이 몰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위 '대박'이란 수식어가 너무도 많이 보여지고 있는 나머지 그러한 흥행작들 뒤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는 여타의 한국영화의 존재감은 더욱 미 미하기만 하다. 수백만의 관객을 끌어들인 영화들 뒤에는 조용하게 간판을 내려야만 했던 작은 영화들이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화라는 문화장르가 무엇보다 '흥행'과 '유행'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성공적인 관객몰이 뒤에 그 이익을 어떻게 재투자 할 것인가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 다. 단순히 현재에 만족하며 새로운 시도를 게을리 한다면 언젠가 40%에 육박하는 한국영 화의 부흥이 다시금 도태(淘汰)되어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보다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관 객에게 공급하는 영화인들의 자세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영화에 다양한 관심을 보이는 성숙된 관객의 자세 또한 한국영화를 더욱 더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리란 생각 이다.

7 )
kpop20
신선하고 독특하고 다양한 영화가 많이 출시되길...   
2007-05-25 23:01
soaring2
관객의 자세도 중요하죠^^   
2005-02-13 21:24
moomsh
신라의 달밤도 재밌음 ㅋ   
2005-02-07 23:40
moomsh
요즘 우리나라 영화보면 장르가 너무 단순하다는..   
2005-02-07 23:40
moomsh
엽기적인 그녀 너무 재밌게봄 ㅋㅋ   
2005-02-07 23:40
moomsh
한국영화 화이팅!!   
2005-02-07 23:39
cko27
ㅎㅎ한국영화를 천만관객시대로 열어주기위한 발돋움을 했던 영화들이네요.   
2005-02-0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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