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레지던트 이블>(2002) 이후 15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전투력 최강의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T-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 언데드들을 피해 백신을 손에 넣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이준기는 백신을 개발한 조직 엄브렐라의 사령관 ‘리’역으로 특별출연 해 ‘앨리스’에 맞서는 액션 대결을 선보인다.
비디오 게임 ‘바이오 하자드’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는 첫번째 작품 <레지던트 이블>을 시작으로 <레지던트 이블 2>(2004) <레지던트 이블 3: 인류의 멸망>(2007)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2010) <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2012)까지 총 5편을 선보였다. 매 작품에서 주인공 ‘앨리스’역을 소화한 밀라 요보비치는 시리즈의 감독 폴 앤더슨과 2009년 결혼했으며, 이번이 여섯 번째 협업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북미보다 이틀 빠른 1월 25일 국내 개봉한다.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
Q. 15년간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총 6편을 제작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A. 밀라 요보비치(이하 ‘밀라’): 일단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싶다.(웃음) 나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참 멋진 여정을 걸어왔다. ‘앨리스’라는 주인공을 연기하면서 내 삶도 함께 성장했다. 배우로서 <레지던트 이블>의 전사 역할은 중요한 커리어가 됐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통해 사랑하는 남편을 만났고, 아이를 둘 낳았다. 이번 작품에는 우리의 딸도 출연한다. 이 시리즈에서 ‘앨리스’를 연기한 건 내 인생을 바꿔놓은 멋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Q.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팬들에게 선보이는 마지막 작품으로서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A. 폴 앤더슨(이하 ‘폴’): 마지막으로 만드는 작품인 만큼 팬들의 기대 수준을 한껏 높이고 싶었다. 전편에서 보여준 것 보다 더 대단한 액션이 기다리고 있다. 시리즈의 첫 편인 <레지던트 이블>(2002)에 이어 강력한 호러씬도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앨리스’라는 캐릭터를 관객에게 다시 한 번 소개하고, 그녀가 겪는 여정과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 등을 지켜보면 좋을 것이다.
Q. 밀라 요보비치와 이준기의 호흡은 어땠는지.
A. 밀라: 일단 이준기라는 멋있는 배우와 호흡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다. 무엇보다 그는 무술을 정말 잘 하는 배우다. 세트장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액션씬을 소화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고, 또 그 태도에서 많은 걸 배웠다. 특히 그가 가수로도 활동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더 좋아졌다.(웃음) 아주 재능이 많은 사람이다. 나 역시 배우이지만 가수로서 일해 본 경력이 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한다. 무엇보다 이준기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일 하는 배우였다. 나는 그런 배우는 전부 다 좋아한다. 아, 사실 내가 제복 입은 남자에게는 무조건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준기가 제복 입은 걸 보니 안 넘어 갈 수가 없었다.(웃음) 너무 좋았다.(웃음)
Q. 이준기 배우의 경우 할리우드 작품 첫 출연이다. 소감이 궁금하다.
A.이준기(이하 ‘이’): 일단 제안이 왔을 때 상당히 놀랐다. 시리즈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는 중요한 작품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정중히 고사했는데 폴 앤더슨 감독이 내가 출연한 작품의 액션씬, 감정씬을 직접 체크하고 다시 메일로 제안을 줬다. 이렇게까지 연락을 해 주는 게 너무나 영광스러웠기 때문에 작은 역할이나마 작품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출연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욕심도 있었다. 할리우드의 배우, 제작진과 작업하면서 그들의 열정 그리고 여유를 경험했다. 스탭들의 인성 또한 최고였다. 그 과정을 통해 나 역시 성취감을 느꼈고, 스스로 좀 더 발전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그간 팬으로서 영화에서만 보던 밀라 요보비치와 함께 액션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는 것 또한 너무나 행복하다.
Q. 이 작품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되길 바라나.
A. 이: 음. 자꾸 할리우드 진출 작품이라고 보도되어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지만.(웃음) 배우로서 새로운 문화계 인사들과 작업하고, 또 그 작품으로 다양한 세계의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도전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다. 물론 이번에 내가 맡은 작품은 크게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촬영 현장에서 열심히 임했다. 카메오라고 해서 너무 쉽게 일 하고,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그게 한국 배우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확장될 것 같아서 늘 조금 더 생각하고 행동했다. 밀라도 그 점을 좋게 봐준 것 같다. 나에게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영화에 대한 내 열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꿈도 조금 더 크게 꾸게 됐다.(웃음) 그래서 밀라에게 계속 이야기 하는 중이다. 남편에게 내 이야기좀 잘 해줘서 같이 일 하게 해달라고.(웃음)
A. 밀라: 그런데 우리 영화에서 이준기가 맡은 역할은 절대 작은 파트가 아니다. 그가 겸손하게 얘기 했을 뿐이다. 카메오라는 건 본래 대단한 스타가 영화에 잠시 반짝 하고 나온다는 의미라서, 그 자체로 대단한 주목을 끈다. 그래서 영화를 촬영 할 때 카메오에 그만큼 비중을 두는 거다. 나도 언젠가 카메오로 출연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관객들에게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줘서 많은 팬이 생겼다.
A. 폴: 이준기는 밀라한테 더 이상 그런 부탁을 안 해도 된다. 내 마음은 이미 정해졌다.(웃음)
이준기는 우리 현장에서 110%의 열정을 보여준 배우다. 예정에 없던 추가적인 촬영이 생겼을 때도 기존의 일종을 조정해가면서 현장에 남았다. 그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 나는 영화를 찍을 때 가족같다는 느낌이 드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준기는 정말 우리 ‘패밀리’같다.
A. 밀라: 내가 이준기가 나오는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고 싶다! 출연료 대신 한국 화장품으로 보답해줘도 된다.(웃음)
A. 이: 밀라를 카메오로 출연시키기 위해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할 감독이 많을 것 같다.(웃음) 밀라와 폴은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너무나 많이 준 사람들이다. 칭찬을 너무 많이 해줘서 부끄러울 정도다.
Q. 이번 작품에 특별히 한국인 캐릭터를 출연 시킨 이유가 있다면.
A. 폴: 액션 영화 감독으로서 희귀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배우를 좋아한다. 특히 강한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그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 하는 재능 있는 배우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안타깝게도 그런 배우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준기를 알게 됐을 때는 드디어 밀라 요보비치의 적수가 될 수 있는 배우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그의 작품을 보고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서 같이 일 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정도니까. 게다가 우리 영화는 미국이 아니라 전 세계의 멸망을 소재로 한다. 때문에 전편에서도 여러 나라의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그런 특색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레지던트 이블>(2002)때부터 이어진 것이다. 특히 그 작품은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독립영화였고, 대신 한국 자본이 일부 투자됐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자체가 한국에 대한 각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배우와 캐릭터를 넣고 싶었다.
Q. 좀비가 출몰하는 등 장르적인 면에도 충실한 걸로 보인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좀비라는 소재가 익숙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 흥행에 대한 자신이 있는가.
A. 폴: 그 말에 대해서는 내가 조금 반박 해야겠다. <부산행>이 흥행하지 않았나.(웃음) 게다가 브래드피트도 좀비물 < 월드워 Z >에 출연했다. 전 세계적으로 좀비라는 소재 자체의 인기는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의 모든 배역을 좀비만으로 가져가면 이야기를 끌고나가기 힘들겠지만, 좀비라는 소재로 출발해서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요소를 잘 접목시킬 수 있다는 걸 한국 영화가 보여주지 않나. 그런 요소를 이야기에 잘 엮어서 풀어내면 된다. 우리 작품에도 액션, 호러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심금을 울리는 코드도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Q.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강한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대표적인 할리우드 작품이기도 하다.
A. 밀라: 내가 <제 5원소>(1997)에 출연 할 때만 해도 여자 주인공이 규모있는 액션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난 액션도, 무술도 너무 좋아하고 와이어 작업도 즐긴다.(웃음) 무엇보다 평범한 캐릭터가 싫었다. 그래서 강한 여자를 연기하는 걸 늘 좋아했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서도 만약 평범한 여주인공을 연기하라고 했다면 나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을 거다. 물론 그쪽에서도 나한테 출연해달라고 하지 않았겠지만.(웃음) 아무튼 이런 내 성향 덕분에 강한 여성이라는 역할 자체에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다.
A. 폴: 밀라 요보비치가 한 말에 좀 더 보태자면, <제 5원소>나 <레지던트 이블>시리즈는 모두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제작되지 않은 영화들이다. 요즘에는 많은 여주인공이 액션물에 참여하지만 당시에는 <레지던트 이블>에 출연한 밀라 요보비치가 선구자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5년 전에 우리 영화가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만들어졌다면, 아마 지금 여러분이 아는 우리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Q. 밀라의 경우 SNS에 딸이 태권도를 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A. 밀라: 내가 워낙 무술 광팬이지 않나.(웃음) 태권도 같은 무술은 보는 것 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내 딸은 세 살 때부터 LA에서 태권도를 배웠다. 사실 여자도 좀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태권도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태권도를 보면, 한 단계 높은 급수로 올라가기 위해서 상당히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그 과정에서 사람이 성장을 한다. 나는 인생도 그런 거라고 생각 한다. 또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전편들도 한국 영화에 나오는 격투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 문화는 태권도를 통해 접하기 시작했지만 요즘에는 한국의 음식도 좋아하게 됐다. 한국은 정말 내 스타일이다.(웃음)
Q. 어제(13일) 입국해서 무엇을 했는지.
A. 밀라: 도착하자마자 이준기에게 문자를 보냈다.(웃음) “What’s up! 우리 도착 했잖아! 이제 뭐 할거야?”(웃음)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목록을 쭉 보냈다. 쇼핑도 하고,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도자기도 사고싶다고. 그랬더니 이준기도 여기, 여기, 여기를 가면 된다고 목록을 보내주더라. 그래서 어제 저녁에는 인사동에 갔다. 아름다운 도자기를 하나 샀다. 저녁때는 불고기를 먹었고, 이준기가 한국 화장품을 선물로 줬다. 또 족발을 꼭 맛 봐야 된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솔직히 껍질 부분은 별로고 안에 있는 살코기가 더 맛있더라.(웃음) 아무튼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영화를 하면 이런 게 참 좋다. 어느 나라를 방문해도 그 나라에 친구가 있는 느낌이다. 이준기가 언젠가 LA에 오면 꼭 우리 부부에게 연락을 해주면 좋겠다. LA에도 친구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란다. 재미있는 곳은 다 구경시켜 주겠다.(웃음)
Q. 한국 팬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A. 이: <레지던트 이블>의 15년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것, 다시 한 번 두 분께 축하드린다. 내가 밀라에게 한국에 왜 오지 않느냐, 너무나 많은 팬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때 꼭 한국에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 이번 영화의 멋진 액션을 통해 관객분들도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렸으면 좋겠다. 또 ‘앨리스’라는 최고의 전사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니 많은 기대 해줬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와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드리겠다.
A. 폴: 빨리 극장에서 우리 영화를 만나 보길 바라겠다.(웃음) 이준기가 말한 것처럼 멋진 액션도 많고, 무지하게 무서운 장면도 준비했다. 끝에 가서는 눈물이 찔끔 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 기대해 달라.
A. 밀라: 내가 한국에 오다니 꿈이 현실이 된 것 같다! 특히 이준기가 한국의 좋은 화장품을 소개해줘서 너무 좋다.(웃음) 어제 이준기가 나에게 알려준 말을 해보겠다. “레지던트 이블 마니 사랑해 주세효!”(하트)
● 한마디
센 언니 밀라 요보비치가 좀비를 압살하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스펙타클
2017년 1월 13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pgot@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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