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Titanic, 1997)
1998년 벽두의 화제는 단연 [타이타닉]이었다.
1997년 말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되었을 때 일으킨 돌풍에 관한 소식들이 이미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알려져 있었고, 셀린 디온이 부른 애절한 주제가는 영화 개봉 전에 일찌감치 소개되어 길거리마다 울려퍼지고 있던 참이었다. 이미 [로미오와 줄리엣]의 성공에 힘입어 수많은 소녀팬들이 우글거리던 레너드 디카프리오 주연에 스펙터클한 영상에 있어서는 헐리우드 최고인 제임스 카메론의 재난+로맨스 영화 [타이타닉]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흥행 성공이 예약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리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극장이 미어 터지도록 찾아왔고, 온갖 TV 프로그램들과 심지어는 유람선에서도 연인들의 '타이타닉 흉내내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을 정도였다. '내 생애 최고의 영화', '최고의 데이트 무비', '너무나 감동적인 사랑영화' 등 [타이타닉]은 말 그대로 '만인의 영화'가 되었다.
[데드 얼라이브]에서 좀비들을 잔디깎는 기계로 쓸어버리는 장면은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장면이다. 오히려 현실감이 너무 없고 만화적이기까지 하여 그렇게 잔인하고 역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차가운 바닷물에 빠진 채 동사하는 사람은 어떤가. 동사가 왜 그토록 무서운 줄 아는가? 동사하는 사람은 죽음이 자신에게 서서히 다가온다는 사실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몸의 저 말단부분인 팔다리에서부터 천천히 조직들이 정지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심장이 멈추기 직전까지 희생자는 자신의 몸의 부분 부분의 기능이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멈추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때의 공포라는 것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것이어서, 호러영화 따위는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단계의 것이다.
타이타닉호의 참사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재난 가운데 하나이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뇌리 속에서는 그날의 아비규환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비극적인 사건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 [타이타닉]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은 모두, 그 수많은 희생자들 가운데 단 두명을 위해서만 눈물을 흘렸다.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소녀팬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던 레너드 디카프리오와 그의 연인 케이트 윈슬럿, 단 둘 뿐이다. 말하자면 [타이타닉]에 등장한 모든 재난 장면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그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사실인가? 또한 그것을 '감동'과 '감탄', 그리고 '눈물'로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반응이야말로 진정한 '호러'가 아닐까? 호러영화를 '사람 죽이는 끔찍한 영화'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은 모두 [타이타닉]을 다시 봐야한다. 3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보통 호러영화 100편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1,500여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어간다. 이거야말로 '생(生)호러'다.
(자료제공 : www.horrorzo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