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과는 '동지적 결합', '나쁜 남자'등 영화 다섯편 합작
방송보다 스크린이 더 매력적, 감독이나 극장운영도 하고 싶어
조재현은?
1965년 서울생. 경성대 연극영화과, 중앙대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과 졸업. 89년 KBS 13기 탤런트. 90년 극단 종각을 설립 '우묵배미의 사랑' 등 제작. 연극 '에쿠우스' 등 출연.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 청룡영화상 남우신인상(92년) 수상. 현 SBS드라마 '피아노'에서 열연, 인기절정을 이룸. 11일 개봉하는 영화 '나쁜 남자'(김기덕 감독-LJ필름 제작)에 출연, 광기어린 연기를 펼침.
▷배우가 된 동기는?
▲어릴땐 그림을 그렸어요. 중 3때 누나가 서울 공간사랑에서 '결혼'이란 연극을 보여 주었어요. 배우가 관객보다 많았어요. 가시방석도 그런 가시방석이 없더라구요. 첫 경험인데다가 출연배우가 말까지 시키더군요. 참 황당했어요. 그런데….
▷연극내용 때문인가?
▲한 10분이 지났어요, 연극에 저 자신도 모르게 빠져 버리더군요. 극중에 배우들이 관객으로부터 볼펜, 손수건을 빌려다가 돌려주는 장면이 있어요. "우리 삶은 덤으로 사는 삶입니다. 소중히 살다가 깨끗이 돌려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전 차에 받힌 것처럼 충격을 받았어요. 어느 누구도 해주지 않은 말을 가시방석 앉아 들은 거지요. 그때 내가 할일은 바로 저거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는데?
▲서울예고 떨어지고 연극영화과 있는 고등학교엘 갔지요. 그리고 대학에선 연기전공을 했구요. 연극 한편이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은 거에요.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소극장 연극을 제작, 연출했는데?
▲막상 서울에 오니 아는 선후배도 없고 막막했어요. 그래서 극단 종각을 창립, 창단작으로 '세발자전거'를 비롯해 '우묵배미의 사랑'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지상으로부터의 20미터'등을 만들었어요. 연출도 하고, 출연도 하고, 연극세상속으로 들어간 셈이지요.
▷본격적인 연기는 '청부' 부터인가?
▲'세발자전거'를 끝내고 대학로 극장에서 공연한 하이네 뮐러의 '청부'(이윤택 연출)에 출연했어요, 기주봉, 김학철 선배님과 함께 공연을 했지요. 반응이 좋았어요. 이 작품에 이어 연극연출가 김아라선생님의 '에쿠우스'에서 엘런 역을 맡아 주인공으로 얼굴을 내밀게 되었어요.
▷현재는 극단 배우세상 멤버인데?
▲연극은 제 연기인생의 고향입니다. 이윤택, 김아라 선생님께 배웠고, 김갑수 선배님을 사모했어요, 그 선배의 연기를 사모했어요요. 김선배와 배우세상을 만들고 '좋은녀석들' '물고기 남자' '칼멘'등을 선보였어요. 올 3월에는 극작가 김태수씨의 희곡으로 다시 연극 무대에 설 겁니다.
▷김기덕 감독과의 인연은?
▲그냥 만났어요. '악어'란 작품 하자고 연락이 와서 그냥 만났지요. 같이 작업하면서 시로 믿고 의지했어요. 감독과 배우라는 남남으로 만나 힘든 작업을 함께 했지요. 남들이 인정 안해준 작품이 되었지만 김기덕감독과는 영화동지가 되었어요. 작품을 하면서 서로 자유로울수 있었어요.
▷다섯번째 작품인 '나쁜 남자'는?
▲김감독의 영화 중 줄거리 쉽고, 대중적인 코드가 있는 영화입니다. 한 깡패가 여대생에게 수모를 당하자, 그 여자를 창녀로 만들어 버립니다. 둘만의 사랑은 있지만 섹스는 없지요. 이들은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 남자는 여자를 트럭에 싣고 그녀의 몸을 팔러 다니죠. 운명이라는 이름의 김기덕식 판타지가 있는 영화입니다.
▷그 판타지는 대단히 허구적인데?
▲어느 여자가 그 시간 속으로 흘러왔다는 것, 사실적, 논리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그런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난다는 것, 그 운명같은 인생을 담고 있어요. 보이지 않은 힘으로 밖엔 설명이 어렵겠지요. 그러나 그런 삶은 현실에 존재합니다.
▷김기덕 감독과 지속적인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지닌 감독입니다. 그는 지식에 의하기 보다는 직접 체득한 이론과 상상력으로 영화를 만듭니다. '실제상황'이란 영화를 할때 출연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너무 제 자신이 발가벗겨지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못하겠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오히려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고민을 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그런 인간적인 면을 좋아해요.
▷TV드라마 '피아노'도 인기인데?
▲7년여만의 주인공인것 같아요. 순탄하지 못한 인생을 지닌 한억관이라는 인물과 그 주변부적인 인간들을 통해 삶과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지요. 한 아비의 지독한 자식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비열하고 나쁜 남자역을 많이 맡았는데?
▲네, 주변에서 그런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고정화된 게 아니냐고 각정도 합니다.저를 독립영화 배우로 생각하는지 학생들이 단편영화출연 요청을 해오곤 해요. 올해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기대됩니다.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만족시킬수 있는 영화의 흥행배우로 말입니다.(웃음)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조재현 선배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들 했는데?
▲역할이 좋았지요. 드라마 '피아노'를 통해서 메이저 배우로 돌아왔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웃음) 요즘엔 영화 '나쁜 영화'를 보고 캐스팅 제의가 많이 들어와요. 전 인기보다는, 다양한 인간을 그려내는 연기안에서 살고 죽는 자유인입니다. 그런 배우로 남고 싶어요.
▷연극, 영화, TV드라마 등 다 매체를 넘나들고 있는데?
▲연기 그 자체의 본질은 같아요. 다만 연극하시는 분들은 순수해서 깨끗하다 못해 미련한 여자같아요. 방송은 능력있고 금방금방 마음을 줄것 같은 여자 같고, 영화는 구애하고 싶은 미지의 여자 같아요. 영화는 제게 있어 가장 매력적인 여자인 셈이지요.
▷앞으로의 계획은?
▲몇 몇 메이저 영화사로부터 출연제의가 오고 있어요. 인기에 연연치 않고 제가 할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하고 싶어요. 좋은 작품이면 장르가리지 않고 할 생각입니다. 나중엔 영화감독이나 극장 운영같은 것도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