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형>의 성공징표-행운의 만원
<우리형>의 스텝을 꾸리고 있던 당시, 안권태 감독은 이 영화의 촬영감독으로 황기석 감독이 적역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욕심나는 촬영감독과 작업을 하고 싶은 열망으로 '삼고초려'라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안감독은 결판을 내고자 황감독을 찾아갔다. 안감독의 뜨거운 열정과 작품에 대한 확신은, 신인감독을 반신반의 하며 바라보던 황감독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렇게 5시간이 넘는 긴 설득 끝에 안감독은 드디어 "해 봅시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너무 기쁜 마음으로 앉아있던 커피숍을 나오던 길, 안감독의 눈에는 길가에 떨어져 있는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주워든 안감독은 이 지폐가 행운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소중하게 간직했다. 그날 이후 <우리형>은 국내 최고의 스텝들을 어렵지 않게 꾸릴 수 있었으며, 안감독은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도 이 지폐를 행운의 마스코트로 여기며 지니고 있다.
휴일에만 등교하는 사람들
한 때 부산지역 일부 중?고등학교에 휴일에만 등교하는 한 무리가 출몰하곤 했다. 이들은 바로 <우리형>의 제작진. <우리형>에는 신하균과 원빈의 고등학교 분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학교 안에서 촬영하는 횟수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방학도 아닌 학기 중에 촬영을 하자니 평일에 촬영을 했다가는 학생들의 지대한(?) 관심으로 도저히 촬영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곤했다. 결국 <우리형> 제작진은 휴일마다 학교에 들어가 촬영을 해야 했다. 게다가 특정 학교에서 찍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여러곳의 학교를 돌아가면서 게릴라 식 기습촬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빠른 정보력으로 귀신같이 촬영장소를 알아내 스텝들을 놀라게 했다. 한때 <우리형>의 촬영장소 확정은 '부산일급비밀'로 분류되었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신하균과 원빈, 스캔들 날 것 같아!
촬영장에서 말이 없고 조용하기로 유명한 신하균과 원빈. 처음에 스텝들은 누구보다도 사이가 좋아야 할 두 사람이 데면데면한 것 같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곧 기우로 밝혀졌다. 알고보니 둘은 계속해서 사적인 자리(?)를 만들고 있었던 것. 촬영이 끝나면 게임방으로 직행하여 '친선경기'로 우애를 다지고 서로를 남몰래 챙겨주고 있었다. 특히 포스터 촬영현장에서는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제대로 목격할 수 있었는데, 바닷가 촬영지에서 서로에게 물을 튀기며 장난치기도 하고, 얼굴에 묻은 모래를 털어주기도 하는 등 마치 연인의 모습을 방불케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한 삼복더위에 겹겹이 옷을 겹쳐 입고 고생했던 촬영지에서는 얼음찜질과 부채질을 해주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 둘이 사귀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왔을 정도. 4개월여의 촬영기간 동안 꼭 닮아버린 신하균-원빈 형제는 최고의 호흡을 선보이며 스텝들을 흡족하게 했다.
매케한 연기로 가득찬 소각로 액션장면 #액션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학교 뒤편 언덕,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로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오픈세트에서 안권태 감독과 배우, 무술감독은 액션장면 촬영 며칠 전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이들은 소각로 전체에 매트리스를 깔아놓고 원빈, 신하균, 김태욱의 액션장면을 하나하나 정교한 합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안권태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자연스럽지 않다는 이유였다. 감독이 액션장면에서 원한 것은 배우들이 휙휙 날아다니는 비현실적 액션이 아니라 '고등학생에게 있을 법한' 현실감과 더불어 치열함을 살린 '날것', 그 자체였다. 결국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주요 연결고리의 굵직한 부분만 합을 맞춰 가기로 결정했다. 나머지는 배우들의 몫이었고, 그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빈! 너는 타고난 액션배우야!"
하루가 멀다 하고 도전하는 패거리들을 처리하는 동성고등학교 싸움짱인 '종현' 캐릭터 때문에 액션 장면이 많았던 원빈. 그동안 스크린에서 여린 이미지의 연기를 보여줬던 그였기에 신재명 무술감독의 걱정은 태산 같았다. 게다가 원빈이 소화해 내야 하는 액션장면은 배우들이 엉겨붙어 싸우는 '막싸움'이었다. 이런 액션장면은 배우가 가진 고도의 운동신경과 타고난 감각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도 매우 높았던 것. 하지만 원빈은 이런 무술감독의 걱정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액션장면 촬영 당일, 원빈은 그야말로 '비호'같이 움직였다. 패거리들을 제압하는 눈빛은 형형하게 살아있었다. 알고보니 원빈은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운동 마니아'였고, 연예인 축구단에서 센터포워드로 놀라운 활약을 펼치는 등 타고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는 '준비된 액션배우'였던 것이다. 놀라운 액션연기를 '퍼펙트'로 처리하고도 "감독님, 한번 더 가죠?" 라고 말하는 원빈에게 신재명 무술감독이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였다. "빈! 너는 타고난 액션배우야!"
#동생을 구하려는 형-신하균의 부상투혼이 이어지고...
원빈과 김태욱이 용호상박으로 주먹을 휘두른데 이어 이번엔 신하균의 차례가 돌아왔다. 동생을 때리는 '나쁜놈'에게 앞뒤 가릴 것 없이 무작정 달려들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아야 하는 신하균. 그는 몸을 아끼지 않고 극 중 '성현'의 감정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겼다. 싸움이라곤 해본적도 없는 극중 성현이 막무가내로 쫄바지에게 뛰어드는 이 장면은 영화속에서 성현이 종현에 대한 애정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장면. 촬영에 앞서 신하균은 자신은 원래 때리는 연기보다 맞는 연기에 익숙하다며 동료배우와 스텝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여유로운 모습까지 보여줬다. 촬영이 시작되자 망설임없이 김태욱에게 달려든 신하균은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복부와 얼굴을 가격당했다. 그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투혼으로 이 날 신하균의 연기는 감독이 원하던 그대로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그가 복부에 타박상을 입은 것도 촬영이 끝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던 일이었다. 촬영이 끝나자 신하균은 연기에 몰입하느라 아픈 줄도 몰랐다며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 스텝들의 귀감을 사기도 했다.
#<우리형>의 백미! 형제의 비밀 아지트, 등나무
어느 학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등나무 그늘. 패싸움을 하고 나란히 벌을 받게 된 성현과 종현이 그늘에서 잠시 쉬고 있다. 이때 갑자기 등나무 위로 올라가자는 제안을 하는 성현. 초록색 융단같이 펼쳐진 등나무 위에 드러누우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지는 그 기분을 성현은 동생에게도 살짝 가르쳐 준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전 스텝에겐 비상이 걸렸다. '누우면 행복해지는' 등나무를 찾기 위해 주된 촬영지인 부산뿐만 아니라 인근지역 학교의 등나무란 등나무는 모두 뒤지고 다녔던 것. 하지만 결국 맘에 꼭 드는 등나무를 찾지 못한 제작팀은 뼈대부터 새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꼬박 이틀밤을 새워가며 완성한 등나무는 풍성한 잎들이 침대처럼 푹신하게 깔린 형제의 아지트로 탄생했다. <우리형>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히는 등나무씬은 스텝들의 고집스런 프로정신과 노력으로 관객의 뇌리에 깊이 박힐 명장면이 될 것이다.
#첫사랑의 설레임 그대로! 원빈과 이보영의 풋풋한 첫키스
<우리형> 시나리오에 적힌 키스장면의 한 지문- '삐죽 내민 종현의 입술이 미령에게 다가간다' 라는 문장을 보면 난생 처음 뽀뽀를 해보는 종현의 어설픈 행동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영화에 출연한 이후 단 한번도 키스씬을 선보인 적 없던 '대한민국 대표미남' 원빈이 도전하는 키스씬은 일찍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원빈과 호흡(?)을 맞추게 된 행운의 여인은 인근지역 최고의 퀸카로 등장하는 미령역의 이보영. 대한민국 뿐 아니라 아시아의 사랑을 가득 받는 대스타 원빈과 키스를 하는 장면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원빈은 잔뜩 긴장해 있는 이보영에게 살짝 미소를 보내며 분위기를 조성했고, 이윽고 떨리고 쑥스러운 감정과 친밀한 감정이 교차하는 남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스텝들의 철저한 보안과 경계태세 속에서 아름답고 풋풋한 첫키스 장면을 무사히 마친 후 두 배우는 서로 쑥스러워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고.
#아니, 원빈에 입에서 저런 욕이?
한 문장을 말하는데 접속사와 조사만 빼고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을 맺는 거친 입담을 자랑하는 영화속 종현. 화가 나서 마구 쏟아 내는 욕, 자신에게 도전하는 불량학생 무리들에게 툭툭 던지는 냉소적인 욕, 친구들에게 장난치면서 하는 욕 등 그 버전도 다양한 종현의 대사를 위해 원빈은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했다. 결국 말투, 행동거지, 평소습관까지도 모두 종현의 그것으로 바꾼 원빈이 촬영에 들어가자 그의 평소 모습을 아는 스텝들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촬영장이 떠나가라 욕을 내질렀기 때문. 평생 하고 살 욕을 <우리형>에서 다 쏟아 낸 것 같다고 털어놓는 원빈은 이미 미소년에서 멀리 떠나 와있었다. 외모 뿐 아니라 속까지 종현에게 푹 빠져버린 원빈의 모습은 촬영 내내 거침없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으며 여유가 느껴졌다.
#애드리브 대마왕 원빈 VS. 진지개그의 신화 신하균
원빈이 <우리형>을 찍으면서 새로이 발견한 재미는 바로 '애드리브'. 매번 촬영마다 자신이 준비해 온 애드리브를 잔뜩 쏟아내면서 촬영장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기 일쑤였다.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샘솟는지 모르겠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은 안권태 감독은 원빈이 자유로운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 주었다. 이에 고무된 한 사나이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신하균. 하지만 매사에 진지하고 다정다감한 성현의 대사에는 도저히 애드리브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고민에 빠진 신하균이 낸 대안은 바로 '진지개그'다.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진지한 대사를 읊는 중에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웃음을 노린 신하균의 의도는 적중했다. 스텝들은 신하균이 개발(?)한 '성현스러운' 대사에 번번히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던 것. 원빈과 신하균의 즐거운 촬영장 만들기 노력은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할 뿐 아니라 촬영장 분위기에도 한 몫을 해냈다.
#스토커보다 무서운 팬들의 아우성
<우리형>의 촬영이 진행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어김없이 나타나는 팬들. <우리형>의 막강 지지층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텝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한다. 잘생긴 배우도 구경하고 촬영장도 구경하면서 신이 난 팬들의 입장만을 고려할 수 없는 것이 촬영장의 현실이기 때문. 스텝들은 현장통제에 애를 먹는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전담 마크맨을 편성하기에 이르렀다. 성별, 연령별로 나눠진 전담 마크맨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중고생 팬들부터 나이든 할아버지 팬까지 지능적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텝들도 통제하지 못하는 움직임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졌다. 조그만 정보라도 얻어가기 위해 스텝들의 미니홈피까지 들어온 팬들이 사진을 마구 '퍼' 가기 시작했던 것. 한 스텝은 지금까지 영화를 여러 편 해왔지만 이렇게 팬들의 아우성이 심했던 적은 없었다며 <우리형>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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