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의 산악영화, 그 산을 넘는다. 산악영화 <빙우>
<빙우>는 산악영화다. 산이 공간적 배경에서, 산악인들인 극중인물이, 산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 또 잃는. 산이라는 존재가 주는 본능적인 경외감과 스펙터클, 그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도전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 <빙우>를 이루는 가장 큰 줄기이다.
끝없이 펼쳐진 눈부신 설원과 바닥을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크레바스, 바라만 보아도 아찔한 빙벽. 그 위에서 가느다란 로프 한 줄, 피켈 하나에 몸을 의지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는 긴박한 순간들… "단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란 조지 말로리(George Mallory, 1924년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실종)의 말처럼 <빙우>의 인물들은 혹독한 추위와 위험에 맞서 빙벽을 오르고 또 오른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긴장감마저도, 그들에겐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희열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조난이 닥친다. 인간의 미약함을 비웃듯 거대한 힘을 과시하는 자연 앞에서 그들은 죽음의 공포를 직면하고. 극한상황에 내몰린 그들은 갈등하면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을 용서하고 용서받는 그들. 결국 영화 <빙우>의 산은 단순한 도전의 대상을 넘어 용서와 화해, 나아가 상처를 치유받는 정화의 공간이다.
웅장한 스펙터클과 숨막히는 서스펜스, 자연에 맞서는 인간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 그 화려한 매력을 알면서도, 한국에서는 한번도 시도되지 못했던 산악영화. 헐리우드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그 거대한 산을 국내최초의 산악영화 <빙우>가 지금 넘어선다.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캐나다 록키 산맥을 로케이션 장소로 선책, 경험 많은 현지 스탭들의 기술력을 확보하였고, 세계 정상급 산악인인 정승권씨가 시나리오 감수에서 배우들의 등반훈련, 촬영 과정 전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참여하며 사실감 높은 산악장면을 책임진다.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이 담긴 <빙우>의 산악 장면은 이후 미니어쳐 촬영, 컴퓨터 그래픽 등과 정교하게 결합되어 박진감 넘치는 영상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두 사람의 기억이 하나의 사랑을 완성한다 멜로영화 <빙우>
<빙우>는 멜로영화다. 지금껏 보아왔던 그 어떤 멜로영화와도 다른, 새로운 구조와 색깔을 가진. 죽음이 다가오는 현재의 산에서, 인물들의 회상을 통해 하나둘씩 펼쳐지는 과거의 사랑. 현재와 과거를 반복적으로 오가며 보여지는 두 빛깔의 사랑이 조각처럼 맞물려 마침내 하나의 멜로로 완성된다.
산에서의 절박한 순간순간마다, 가슴 속에 각인된 그녀에 대한 아름답고 시린 추회(追懷) 속으로 빠져드는 두 명의 산악대원. 그들은 함께 조난을 당해 얼음동굴로 피신하기 전까지,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조금씩 드러내기 전까지 각자의 기억 속에서 안타깝게 스쳐간다. 이미 결혼한 처지였기에 그녀를 마음껏 사랑할 수 없었던 남자와,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기에 사랑을 삭일 수 밖에 없었던 남자. 허락되지 않은 격정적인 사랑과 쓸쓸한 외사랑은 정 반대의 지점에 위치한 것이지만, 두 사람을 이상하리만치 닮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기억이, 사랑이 조각조각 맞추어져가면서 드러나는 한 명의 여자. 두 사람의 그리움이 한 여자를 향해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지나간 사랑은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만큼 그들의 마음을 시리게 하는데…
두 사람의 기억을 통해 완성된 세 사람 사이의 엇갈린 사랑. 그것은 그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산에서의 관계와 감정까지도 좌우하기에 더욱 안타깝고 절실하다. 그녀를 추억하기 위해, 혹은 그녀를 잊기 위해 오른 산에서 그녀의 남자를 만난다면… 영화 <빙우>의 플롯은 그렇게 드라마틱하고도 정교한 구조를 갖고 있다. 조금씩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그녀와 재회한 두 명의 산악대원. 그리고 그들의 가슴에 맺힌 눈꽃같이 맑은 사랑. 현재와 과거, 그리고 산과 도시의 절묘한 조화로 <빙우>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새로운 멜로를 선사한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