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 있던 시대의 열려 있는 사람들
18세기 후반의 조선에서 요부와 바람둥이가 정절녀를 유혹, 그 사건이 양반 사회를 발칵 뒤집는 스캔들이 되는 위험한 일이 가능했을까? 영화는 Yes 라는 도발적인 대답으로부터 출발한다. 감히 발칙한 시대 멜로 란 형용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이유.뉘앙스가 도발적인 영문 제목 스캔들. 욕망에 대해 너그러웠던 고려시대를 일컫는 남녀상열지사 란 부제가 나란히 붙은 데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시대보다 한 발 앞서 갔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폐쇄된 조선 양반 사회, 그 속에서 숨쉬고 있었던 사랑과 욕망의 드라마를 모던하게 펼쳐 보인다. 욕망의 시대, 사랑이 있었다!
욕망,질투,배신,음모.그리고 경쾌한 대사들이 빚어내는 재치 있는 유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에는 여느 멜로 영화와 달리,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의 요소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 정절녀를 정복하기위해 요부와 바람둥이가 전개 시키는 치밀한 음모와 역동적인 작업 과정은 ‘선수’ 라는 단어에 걸 맞는 재미를 선사하고, 옆 집 도령과 남편의 소실을 엮어 보려는 요부의 계략은 농익은 유머로 웃음을 유발한다. 한편 이들의 작업 뒷편에서, 정절녀와 바람둥이가 주고 받은 아름다운 연서들은 멜로 드라마 특유의 아련함을 쌓아 나간다. 엎치락 뒤치락, 밀고 당기는 게임의 긴장감 속에 멜로적 감성이 쌓여 나가는 색다른 맛은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흥미롭게 만드는 또 다른 감상 포인트
Colorful 조선 - 한국 최초의 코스튬 드라마
영화 속 색(色)은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채와 은밀하게 감도는 에로틱함. 두 가지를 동시에 의미한다. 정조 연간. 경제,문화의 모든 면에서 피어 올랐던 황금기 조선의 화려한 상류 사회. 그 스타일 속으로 걸어 들어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백의민족이란 말이 무색하게 컬러와 스타일로 압도해 들어 온다. 자체 제작 의상만 120여벌. 디자인의 변화 폭이 크지 않다는 한복에 대한 통념에 정면 도전, 치마의 폭 수와 저고리 품, 재단선 하나에 까지 이르는 디테일의 묘사를 통해 서구의 어떤 클래식 드라마보다 더욱 화려한 Fashion을 선보이는 것. 요부 조씨 부인의 강렬한 Red와 Violet. 정절녀 숙부인의 주조인 White, Black, Gray, Brown 등의 색채. 같은 비단임에도 인물별로 느낌이 확 다른 Fabric 의 사용은 사극에서는 한번도 사용된 적 없는 Modern한 채도와 명도,디자인으로 각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Colorful하게 책임진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이런 영화입니다. 복원과 상상 사이의 줄타기 – 새롭게 살아난 조선의 라이프 스타일
18세기 조선을 향한 대장정. 감독과 제작진을 가장 괴롭힌 것은 고증 자료의 부족이었다. 사료는 천편일률적으로 정치사 및 궁정사 위주였고,영화를 찍는 데 필요한 것은 당시 양반들의 실제 생활사였으니 말이다. 한계에 봉착한 제작진은 개연성 있는 상상력을 발휘. 있었을 법한 과거를 만들기로 한다. 현실을 토대로 있을 법한 미래를 창조하는 SF 영화처럼 말이다. 그 결과, 조씨 부인의 내당인 부용정 뜰 안으로 연꽃이 곱게 핀 연못이 들어오고, 여인들은 장미향유로 머리를 단장한다. 사대부 집안의 인테리어는 막 소개되기 시작한 중국 문물로 채워지고 화병 그득 꽂힌 빛깔 고운 생화가 액센트를 더한다. 사대부 아녀자들 사이에 춘화가 유통되는 것도 그 중 1가지. 그 시절 연인들의 밀회가 어떻게 이뤄졌을 지, 신윤복의 그림 1장에서 단서를 발견하기도 하는 등 고증과 상상력의 퍼즐로 만들어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공간과 디테일은 여느 사극 속 공간과는 다른 정중동의 색다른 멋과 스타일을 선 보인다.
배용준,전도연,이미숙. 그들 모두의 의미 있는 변신 - 스캔들
브라운 관의 다정한 연인이되 단 한번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없었던 배용준. 현역 여배우 중 가장 긴 연기 경력을 지녔으면서도 자신의 이름으로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드문 존재. 이미숙. 그리고 캐릭터 연기의 대명사로 기억되는 전도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만들어 간 주연 배우의 이력은 영화 속 그들의 변신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도회적이고 핸섬한 기존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180도 방향을 틀어 클래식 드라마의 바람둥이를 택한 배용준의 선택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는다. 개성 뚜렷한 현대 여성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전도연에게도, 내면의 변화를 절제된 연기로 드러내는 정절녀 숙부인은 처음 만나는 캐릭터다. 이미숙에게도 매력과 독기로 가득 찬 팜므 파탈이되, 첫 사랑의 아련함을 간직하고 있는 조씨 부인 캐릭터는 의외의 발견이다. 주어진 운명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기존 사극 캐릭터와 달리 자신의 의지로 시대를 거부했던 적극적인 인물들이 지닌 매력이 세 명의 배우를 한 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었던 이유! 조선 시대를 살아갔으되 현대인의 모습과 더 닮아 있는 요부,바람둥이,정절녀가 이들에 의해 어떻게 살아나는지 지켜 보는 것은 흥미 진진한 경험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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