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전율 - 빛과 어둠 속에 조율된 절망과 희망의 변주
[마지막 전투]에서는 처절하고 잔인한 전투와 살인에, 아기자기하면서도 따뜻한 휴머니즘적 유머가 그만의 탁월한 영상 언어 속에 절묘하게 녹아있으며, 스타일에서는 흑백의 화면 속에 빛과 그림자, 흑과 백에 대한 뤽 베송 최초의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시네마스코프와 강렬한 와이드 앵글, 역동적 카메라 기법도 이미 이 영화에서부터 사용되고 있다. 역시 80년대 레오 까락스, 장 자크 베넥스와 함꼐 누벨 이마쥬를 이끌던 뤽 베송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로 말하는 그만의 내러티브는 이 영화에서도 강렬한 힘을 발휘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물고기!
뤽 베송이 [그랑블루]보다 먼저 바다를 통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이 작품이다. [그랑 블루]에서 천장에서 쏟아지는 바다의 몽환적인 장면을 기억한다면 [마지막 전투]의 이 장면, 하늘에서 물고기가 쏟아지는 장면은 낯설지가 않다. 저예산 SF 영화만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면이며, 바다에 대한 감독의 한없는 애정과 동경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유머는 이 장면 이외에도 뒤로 가는 비행기나, 총 대신 사용되는 조명탄, 탁구경기 장면, 여인에게 선물을 내미는 장면 등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에릭 세라 - 빛과 어둠 사이에서 환타지를 완성하다.
뤽 베송이 영화의 이미지를 완성하고,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 낼 때, 뤽 베송 만큼의 공이 바로 에릭 세라에게 있다. 뤽 베송의 영화 8편의 영화음악을 맡아오면서 에릭 세라는 신비주의적이며, 몽환적이고, 때로는 광기어린, 웅장하면서도 시와 유머가 넘치는 영감의 세계를 완성한다. 데뷔작인 [마지막 전투]에서 그는 대담한 흑백화면에 걸맞게 돌비 스테레오를 사용한 입체 사운드로 소리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이 영화에서 들리는 것은 오직 음향과 에릭 세라의 음악일 뿐이며, 우리는 그것을 통해 미래 사회의 광기와 인간의 근원적 욕구와 고통을 느낄 수가 있다. 잔인한 전투 장면에는 폭발적인 기운이 넘쳐나면서도, 황량한 사막과 폐허 속에서는 인간의 쓸쓸함과 고독이 우수를 자아낸다.
원시화된 미래 - 알타미라 벽화의 인용
영화 속에서 의사는 폐허의 도시 위에서 나름대로의 문명의 생활상을 간직하며 벽화를 그린다. 의술과 문명을 기억하면서 벽화를 그리는 그의 모습은 역사의 종말과 시작이 공존함을 의미하며, 그가 그리는 전사의 모습은 최초의 인간과도 같다. 종말 이후 세상에 남은 마지막 인간들의 이야기 [마지막 전투]는 역사의 끝과 시작을 모호하게 구분 짓는다. 뤽 베송이 제시하는 미래는 첨단화된 우주 도시의 발전된 모습이 아니라, 폐허와 원시, 종말과 시작이 동시에 공존하는 無의 세계, 황량한 사막이다. 이곳은 물과 식량, 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언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 식욕과 성욕을 위해 끊임없이 전투를 벌인다. 상식적으로도 이것은 역사 이전, 원시 시대의 인류의 생활상이다. 뤽 베송에게 역사란 결국 다시 돌아가는 회귀로서 의미를 가지며, 미래란 원시로의 회귀이며, 인류의 새로운 시작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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