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던, 마음을 그리는 동화작가 故 정채봉 원작 소설
<초승달과 밤배>는 2001년 1월 타계한 동화작가 故 정채봉의 동명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으로 작가의 또 다른 소설 <오세암>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화된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정채봉은 푸른 세상을 꿈꾸는 아이들의 마음처럼 맑은 사상과 깊은 울림이 있는 문체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심금까지 울리며 ‘성인동화’라는 문학용어를 만들어낸 영원한 동화작가. 특히, 대형서점마다 ‘정채봉 코너’가 따로 있을 만큼 어른들을 위한 동화 작가로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주옥 같은 다양한 작품들 가운데 그의 대표작인 ‘초승달과 밤배’는 한국문학 연재 당시부터 상당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87년 초판 발행 이후 지금까지 50판 이상을 찍은 스테디셀러이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여 광범위하게 읽히고 있는 이 소설은 평생 소년의 마음을 잃지 않고 맑게 살았던 故 정채봉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문학의 탁월한 해석력을 보인 영상시인 감독 장길수의 반가운 복귀
<초승달과 밤배>는 문학작품의 탁월한 해석을 보여준 장길수 감독의 반가운 복귀작품이다. <불의 나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아버지> <실락원>… 장길수 감독의 필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사회•문화 전반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문학작품을 스크린에 옮기는데 앞장 서 온 장본인이다. 또한 문학에 대한 그의 독창적인 해석은 텍스트로 풀어놓은 문학의 묘미를 영상으로 맛깔스럽게 살려내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해 왔다. 그리고 그가 1998년 <실락원> 이후 선보이는 7년만의 복귀작 <초승달과 밤배>. 할머니와 아이들이 주연인 이 영화는 국내 영화계의 현 판도에 비추어 볼 때, 일종의 모험이자 도전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없이 맑은 이야기와 감독의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이 더해진 섬세한 영상은 분명, 각박함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설 것이다.
6년의 약속, 9년만의 개봉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낸 반가운 쾌거
1996년, 장길수 감독은 밤새 눈물을 흘리며 읽은 ‘초승달과 밤배’를 영화화하기 위해 작가 정채봉을 찾아갔다. “아이들과 할머니가 주인공인 영화에 손님이 들겠어요? 그래도 영화로 만들겠다면…” 장길수 감독의 간곡한 부탁에 많은 어려움을 알고 있던 작가 정채봉은 4년이 지난 2000년, 어렵사리 영화화를 허락했다. 흥행보다는 작품성을 염두에 둔 까닭에 영화 제작비 투자자 만나기가 쉽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작품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장길수 감독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따내 제작까지 겸한 끝에 2002년 제작에 착수했다. 시나리오를 읽은 스탭들과 연기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순조로운 촬영이 시작되었고, 보충촬영까지 포함하여 2003년도에 제작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작가가 승인한지 9년이 지난 2005년, 많은 우여곡절 끝에 영화진흥위원회의 마케팅지원을 받아 마침내 개봉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많은 영화들이 흥행을 주목적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 갈 때, 높은 완성도를 위해 긴 세월을 기다려가며 신념과 굳은 의지로 완성된 <초승달과 밤배>. 자칫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해 그 진가를 발견하지 못할 뻔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있어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충청도와 군산, 인천 등지에서 이루어진 올 로케이션 시장 상인, 시골 분교 아이들 등 실제 주민들의 협조로 이루어진 사실감 높은 화면
<초승달과 밤배>는 2002년 3월 크랭크인하여 2002년 6월 크랭크업, 2003년 보충촬영 동안 충청도와 군산, 인천, 강화도 등지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되었다. 여러 촬영 장소 중 특히 할머니와 난나, 옥이 세 식구가 살고 있는 초가집은 충북 음성군 초천리에 있는 100년 된 초가집에서 촬영했다. 가난하지만 시골의 한적함이 묻어 있는 영화 속 정서에 들어맞는 장소를 물색하던 중 발견한 곳이다. 난나의 학교는 충북 음성군 삼생리 덕생분교. 주요 등장인물들과 보조출연자들을 제외하면 분교 학생들이 반 아이들로 출연해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이 학교에는 옥이의 순수함에 난나가 눈물 짓는 찔레꽃 도시락 장면이 등장해 관객들의 심금을 자극할 것이다. 약장수가 등장하는 장터는 인천 강화읍의 장터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는데, 70년대 어촌 마을의 느낌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소로써 현장감과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장길수 감독이 설득한 결과, 역시 실제 장터의 상인들이 직접 출연하게 되었다. 또한 영화 속에는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유명해진 인천 동구 만석동과 군산 바닷가 마을 어시장과 항구, 강화도의 넓은 갯벌 등 친근한 장소들이 속속 등장해 모두가 기억 속에 자리잡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연기력으로 정평 난 한국 연기파 배우들 총출동
<초승달과 밤배>에는 한국 연예계를 이끌어가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어떤 수식도 필요 없는 중견 연기자 강부자를 비롯해, 장서희, 기주봉, 양미경, 김애경, 이인철, 신지수와 故 김일우까지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들이 한 자리에 이토록 많이 모인 것은 드문 일이라 할 수 있다. 모두 원작이 주는 감동과 장길수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진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또한 배우들의 출연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는 더욱 인상적이다. 제작진은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어머니대신 모성을 느끼는 여선생님 역에 장래성이 유망한 연기자를 물색하던 중, 마침 장길수 감독의 눈에 띄어 장서희가 캐스팅 됐다. 그 직후 장서희는 MBC 일일 연속극 '인어아가씨'에 캐스팅 되어 영화와 드라마를 동시에 촬영하는 힘든 작업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장서희는 원작과 시나리오를 모두 읽고 감동을 받은 터라 바쁜 일정을 감수하면서 의상도 직접 준비하는 등 깊은 애정을 갖고 작품에 임했다. 그리고 이후 시청률 신기록을 세우며 톱스타로 떠올라 제작진의 기대와 예상을 적중시켰다. 성실한 연기자로 정평이 난 양미경은 장길수 감독과 바로 전 작품을 같이한 인연으로 무조건 촬영에 합류했고, 이후 MBC 드라마 '대장금'으로 제 2의 도약에 성공했다. 한편, 양미경의 남편으로 등장한 설치미술가 이상현은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의 주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배우. 해병 2사단 출신인 이상현이 해당부대 관할 군사보호지역인 갯벌 촬영 장소를 적극적으로 앞장서 섭외해 촬영허가를 얻어낸 일을 계기로 출연까지 하게 되었다. 또한 그리운 얼굴 故 김일우는 당시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자신이 안 하면 누가하겠냐며 이 영화 속의 유일한 악역에 출연을 자청했다. 특히 이중 가장 고생한 인물은 역시 강부자. 허리까지 빠지는 갯벌에 들어가 진흙 속을 구르고 철거반원들에게 발로 차이는 열연을 감행하는 등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다. 배우들의 이 같은 노력과 정성, 그리고 이들 배우들이 엮어가는 연기호흡은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감하게 하는 아역 배우 한예린이 보여주는 놀라운 연기력
2002년 유승호, 2005년 상반기 박지빈 그리고 하반기는 한예린의 세상. <초승달과 밤배>의 가장 놀라운 주역은 바로 아역배우 한예린이다. 당시 아홉 살이었던 한예린은 영양실조로 등이 굽은 옥이 역을 위해 촬영기간 내내 등을 불룩하게 만들기 위한 특수분장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어린아이답지 않은 프로의식으로 힘든 내색 없이 어른들도 쉽지 않은 곱사등 장애인 역할을 완벽하게 재연해 내었다. 뿐만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극중 상황에 맞춰 눈물을 흘려야 할 때면 감독의 요구에 맞춰 금새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정을 몰입하는 등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집으로>의 유승호, <안녕, 형아>의 박지빈의 아성을 무너뜨릴 한예린의 놀라운 연기력에 힘입어 <초승달과 밤배>는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있게 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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