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돌핀이 저절로, 두 여성의 깜찍한 일상 탈출!!
생일도 안 챙겨주는 남자친구를 둔 간호사, 한숨 나오는 역할만 맡는 삼류배우. 새넌과 프란시스의 꼬리표다. 지루한 일상에 지쳐가는 두 여자는 우연히 금고털이 조직의 통화내용과 전화번호를 알게 되는데, 그것이 두 여자의 숨겨진 호기심을 깨운다. 금발의 프란시스와 갈색머리 새넌은 완벽하게 금고를 턴 조직을 협박한다. 그녀들에겐 단순히 좋은 차, 병원 기자재를 사려는 소망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조직은 위협을 느끼고 그녀들을 제거하고자 한다. 운좋게 살아난 두 사람. 당당한 대결을 선포하고, 그러던 중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자신들의 내면에 눈뜬다.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는 두 여자. 일상의 탈출을 기도했던 두 여자가 이제는 금고털이 조직과 맞장뜰 판이다. 결국 지루한 일상도 저지르고 바꿔보면서 좀더 흥미로워 진다는 가벼운 진리를 두 여자는 몸소 깨닫고, 관객에게도 이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뭔가 답답할 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을때, 우리들은 무작정 떠난다거나 뭔가 색다른 일을 찾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해결되진 않는다. 오히려 작은 사건 하나, 해프닝 하나가 생각지도 못한 활기를 되찾아 주기도 한다. 영화 [하이힐 크라임]은 새넌과 프란시스를 통해, 활력은 어쩌면 아주 작은 일에서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진리를 일깨워준다.
침울한 버디가 아니다, 이제는 상큼한 버디 무비를 즐기고 싶다!!
친구라는 뜻의 버디(Buddy). 60년대부터 제작된 버디 무비는 남성 주인공 둘이 이끌어 가는 영화다. 데니스 호퍼의 [이지 라이더], 조지 로이 힐 감독의 [내일을 향해 쏴라]와 [스팅] 등이 초기 버디 영화의 대표작으로 세상의 변두리에 걸쳐진 인물들을 통해 사회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다. 현재는 [리쎌 웨폰] 시리즈와 [러시아워], [나쁜 녀석들] 등 오락성을 중요시한 남성 액션 버디 무비가 줄을 잇고 있다. 여성들이 주인공인 버디 무비는 90년대 부터 제작되었다. 대표적인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 [바그다드 카페] 등이다. 여성 버디 무비는 남성 중심 사회에 희생된 여성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하이힐 크라임]은 전형적인 여성 버디 무비. 범죄 영화와 코미디 장르를 끌어들여 재미와 흥겨움을 더했다. [하이힐 크라임]은 경쾌한 터치로 밝은 여성상을 제시하며, 결말도 여성들의 깔끔한 승리로 매듭짓는다. 오버하지 않으면서 시종일관 깜찍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웃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범죄조직과 한판 승부를 펼치지만 현명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여성들, 새넌과 프란시스는 2000년대 새로운 여성 버디 무비의 장을 연 주인공들이다.
여성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을 보다!!
그동안 등장했던 일련의 여성 영화들은 대부분 남성 중심 사회와 여성의 대결을 그렸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묘사된 여성들이 남성들과 대결하면서 여성성을 아예 포기하거나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식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허다했다. 그런 영화들에 지쳐버린 관객들이 주목할 영화가 [하이힐 크라임]이다. 기존 영화의 연약한 여성상을 거부한 멜 스미스 감독은 과감하고 도전적이지만 황당하지 않은 여성들을 등장시켜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성 영화를 선보이려 했다. 여성들은 흔히 자신의 처지로부터 도망치려 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삶을 찾고자 노력하는 적극적인 여성이 더 많다는 것이 감독 멜 스미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하이힐 크라임]은 두 주인공의 설정부터 다르게 시작했다. 과감하게 무심한 남자친구를 차는 새넌이나 꿈을 버리지 않는 프란시스는 여성성에 앞선 보편적인 인간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멜 스미스의 연출은 두 주인공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맞춰졌다. 그녀들 또한 완벽한 새넌과 프란시스로 탄생하여 감독을 만족시켰다. 덕분에 [하이힐 크라임]은 여성 그 자체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여성의 고유한 특성을 깨닫고 세상과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진리를 자연스레 깨달아가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여성도 남성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명쾌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좀더 사실적인, 그러나 유쾌한 코미디!! 여유 있는 유머는 리얼리즘에 있다!
잔잔한 감동속에 웃음을 녹여내는 것이 헐리우드 코미디와 다른 영국 코미디의 진수라면, 멜 스미스 감독은 그 선두에 있다. 웃음속에도 리얼리즘이 있다는 것이 멜 스미스 감독의 철학이다. [하이힐 크라임]에서도 마찬가지로 멜 스미스 감독은 리얼리즘이 살아 있는 코미디를 염두에 두었다. 황당무계하지 않고 유쾌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넌과 프란시스가 똘마니 대니의 집으로 잠입할 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장면을 보자.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프란시스는 열쇠 없이 문을 열려다 신용카드를 몽땅 부러뜨린다. 다른 영화들은 철사 하나로 간단히 문을 열지만 [하이힐 크라임]은 신용카드로 문을 열 것 같은 상황을 던져주고 그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그것은 현실이다. 영화 장면들을 따라 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맥가이버나 슈퍼맨이 아니다. 멜 스미스식 코미디의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주 기분 좋은 코미디면서 두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웃음속에서 감동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바로 영화의 사실성과 여유있는 유머 덕분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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