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경쟁 부문 15번째 초청! 역대 감독 중 최다 기록! 보통 사람들이 나누는 환대와 우정! 켄 로치 감독의 가슴 벅찬 피날레!
켄 로치 감독의 4년 만의 신작 <나의 올드 오크>는 제76회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마지막 상영을 장식, 거장의 저력을 입증하듯 뜨거운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상영 직후 이어진 연설에서 켄 로치 감독은 ‘희망’에 관한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계속 싸우다 보면 결국은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감동을 전했다. 언제나 ‘보통’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희망을 이야기해온 켄 로치 감독은 <나의 올드 오크>를 통해서는 소외된 두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으며 ‘함께’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BBC의 TV 드라마 연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켄 로치 감독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관료주의 시스템과 홈리스 문제를 꼬집은 [캐시 컴 홈](1966)으로 영국 사회를 강타하며 대중들에게 자신을 이름을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이후 영화 <불쌍한 암소>(1967)로 첫 장편 데뷔를 치른 그는 줄곧 노동, 빈곤 등 우리 사회의 사각 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중앙에 가져다 놓는 시도를 주저하지 않으며 소셜 리얼리즘의 대가로 떠올랐다. 특히 켄 로치 감독은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굳건한 작품관을 바탕으로 칸영화제와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노동자 소년과 매의 우정을 통해 현실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계급의 한계를 그린 <케스>(1969)가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독립’이라는 역사의 광풍 앞에 놓인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과 영국 내 복지 시스템의 허점을 비판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거머쥐며 전 세계에서 단 9명의 감독만이 해낸 대기록을 일궈냈다. 이 밖에도 <숨겨진 계략>(1990), <레이닝 스톤>(1993), <앤젤스 셰어:천사를 위한 위스키>(2013)로 3번의 심사위원상을 수상함과 더불어 3번의 국제비평가연맹상(FIPRESCI), 2번의 에큐메니컬상(Ecumenical Jury)을 수상하며 칸에서만 총 10개의 트로피를 석권했다. <나의 올드 오크>는 그의 칸영화제 18번째 상영작이자 15번째 경쟁 초청작으로, 역대 감독 중 최다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칸이 사랑한 거장’임을 입증했다. 또한, 켄 로치 감독은 지난 인터뷰를 통해 <나의 올드 오크>가 “마지막 장편 영화가 될 것”이라고 언급, 약 60년 간의 작품 활동의 마지막을 암시했다.
이 밖에도 영화는 국내 개봉 전부터 다양한 영화제를 통해 세계 관객들의 지지를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스위스의 가장 권위있는 영화제로 평가되는 제76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데 이어, 제68회 바야돌리드국제영화제, 제50회 겐트영화제, 제35회 서드베리국제영화제, 제24회 캘거리국제영화제 등 유럽과 북미의 유수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거머쥐며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되어 전석 매진을 기록, 국내 관객들 역시 영화에 뜨겁게 화답하며 거장의 다가오는 피날레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를 잇는 영국 북동부 3부작의 마침표! 전작에서 이어지는 뿌리깊은 구조적 문제부터 국제 사회의 단면까지! 켄 로치 감독의 오랜 바람이 담긴 사려 깊은 시선!
켄 로치 감독은 그간 영국의 역사적 과오가 남아있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기회의 땅 미국과 혁명의 불씨를 꿈꾸는 남미 등 전 세계를 배경으로 다양한 삶의 형태를 포착해왔다. 그는 최근 들어 과거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직격으로 맞닥뜨린 영국 북동부 지역에 집중, 성실한 목수의 이야기를 통해 약자를 배제한 복지 제도의 모순을 이야기하거나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가족의 삶을 바탕으로 불평등 계약 앞에 놓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묘사했다. 이른 바 북동부 시리즈라 불리며 영국 사회 내 뿌리 깊은 빈곤과 차별에 집중해온 켄 로치 감독과 폴 래버티 작가의 주제의식은 <나의 올드 오크>를 통해 완결됨은 물론, 영국을 넘어 국제 사회로까지 확장된다.
극 중 펍 ‘올드 오크’가 자리 잡은 마을은 과거 주요 산업이던 광산의 몰락 이후 활기를 잃어버린 곳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마련했던 가족의 보금자리는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었고, 사람들로 북적였던 학교와 교회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이러한 침체된 마을의 모습은 켄 로치 감독의 전작 속 인물들과 연결되며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낸다. 과거 수많은 파업을 통해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제를 확립하지만, 노조의 해체를 겪으며 때로는 14-16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노동을 하게 된다. ‘리키’와 같은 현대의 노동자들은 앱과 알고리즘에 의해 지배받고, 이러한 불합리한 노동 구조는 <나의 올드 오크>에서 다루고 있는 1984년의 광부 파업을 비롯해 단계별로 축적되어왔다. 또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속 ‘케이티’가 런던을 떠나 뉴캐슬에 정착할 수밖에 없던 이유 역시 <나의 올드 오크>에서 언급된 것처럼 임대 사업자들이 폐광으로 폭락한 북동부의 집을 대거 매수해 가난한 임차인들을 이주시켰기 때문이다. 이렇듯 켄 로치 감독과 폴 래버티 작가는 우리 눈앞에 펼쳐진 문제를 직시하게 만들었던 전작에 이어 <나의 올드 오크>를 통해서는 현재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과거를 택한다. 앞서 은유되었던 영국의 암울했던 격동기와 이를 온몸으로 경험한 공동체가 어떻게 남겨졌는지에 관한 쓸쓸한 현실을 그린다. 이들은 또 다른 ‘다니엘’과 ‘케이티’와 ‘리키’가 존재하는 마을의 모습을 통해 산업의 격변이 남기고 간 음영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마을에 전쟁으로부터 도망친 ‘야라’와 이방인들을 덧붙이며 세계에 만연한 폭력의 트라우마와 혐오, 인종주의 등 현 국제 사회의 단면까지 담아낸다.
“이곳에 우리가 해야 할 더 긴 이야기들이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영화의 시작을 언급하기도 한 켄 로치 감독은 <나의 올드 오크>를 통해 “용기와 결단으로 힘든 시기를 맞서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 “수십 년 동안 한 지역 사회에 불어닥친 사건과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음을 밝혔다. 시대에 발맞추어 더욱 폭 넓어진 거장의 사려 깊은 시선은 우리가 짚어야 할 주요 논의들에 닿으며 또 다른 마스터피스를 탄생시킬 예정이다.
“이들 사이에 우정이 피어날 수 있을까요?” 각자의 터전을 잃은 두 공동체의 갈등으로 바라본 단상! 빛나는 연대의 가능성을 포착하며 멈출 수 없는 희망과 용기를 제시하다!
1984년, 당시 영국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는 비효율성을 이유로 국영 탄광을 폐쇄하고 약 2만 명에 이르는 광산 노동자들을 해고한다. 이에 수많은 광부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2년여에 걸쳐 대규모 파업을 진행하지만, 결국 국가의 승리로 돌아가며 많은 이들은 생계를 잃는다. <나의 올드 오크>는 지역 사회를 지탱하던 산업의 몰락 이후 사회로부터 단절된 마을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곳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느 날 마을에 찾아온 낯선 이들의 등장과 동시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영화는 “두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라는 켄 로치 감독의 설명처럼 사람들 사이의 ‘공존’에 관해 질문한다.
마을에 새로 들어온 주인공 ‘야라’는 사진작가를 꿈꾸는 소녀지만, ‘난민’이라는 이름표는 그녀를 마을 사람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트려 놓는다. 하지만 펍 ‘올드 오크’의 주인 ‘TJ’는 그런 ‘야라’를 성심성의껏 도와주고, 그들 사이에는 세대와 환경을 뛰어넘은 특별한 우정이 생겨난다. 두 사람은 소외되고 굶주린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타인을 향한 관심의 중요성을 역설해 온 켄 로치 감독은 ‘TJ’와 ‘야라’의 관계를 통해 희미하지만 빛나는 연대의 가능성을 점차 마을 전체로 확장해 나간다. 그들의 연대는 밥을 나누어 먹는 것에서 시작된다. 과거 국가로 인해 고통받던 사람들이 “함께 나눠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라고 외쳤던 것처럼, 그들의 구호는 오랜 시간이 흘러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곳으로 흘러 들어온 이방인들에게로 뻗어간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켄 로치 감독은 서로를 돕는 인물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희망’에 관해 노래한다.
하지만 ‘TJ’와 ‘야라’를 향한 이기주의와 혐오는 끊이지 않는다. 희망이 피어났다고 생각한 곳에는 또 다른 절망이 드리운 것처럼 보인다. 그 순간 영화는 모두가 세계의 비극 앞에서 함께 애도하게 만들며 눈물겨운 ‘화합’의 불씨를 마련한다. 중요한 건 소수를 구별 짓는 것이 아닌 누구나 소수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끝내 두 공동체는 서로가 타의에 의해 각자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같은 상황에 처했음을 알게 된 그들은 둘에서 하나가 되는 진정한 ‘연대’를 맞이한다.
켄 로치 감독은 “연대는 자선 활동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올드 오크>는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기 위한 힘은 결국 모두가 ‘함께’ 할 때 생기며, 이 힘은 관객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울림을 던지며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게 만드는 새해의 용기를 전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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