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다하르]와 [ABC 아프리카]가 만나야 하는 이유
[칸다하르]와 [ABC 아프리카]는 작품세계가 다른 두 이란 감독이 자신의 나라를 떠나 고통받는 이웃나라의 문제를 카메라에 담았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비슷하다. 그러나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사뭇 다르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실화를 영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적 장치를 통해 영화를 재구성한다. 반면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제까지의 친숙한 자신의 영화스타일을 버리고, 철저한 현장중심의 즉흥적인 다큐멘타리를 보여준다.
우리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야기에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찾아간 두 감독의 이야기 방식과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바로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아주 오래된 물음이 있기에.
"나는 [칸다하르]의 촬영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횡단하면서 수많은 절망적 상황들을 목격하였다. 끝없는 피난민의 행렬, 죽어가는 사람들, 의족에 의지한 채 구걸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영화 만들기를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이 절망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세계가 조금만 더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을 가져 준다면 길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이 없고, 나 자신, 아무런 권력이 없음을 한탄하게 된다. 그리고, 바미안에서 파괴된 불상처럼 인류애가 무너져 내리는 현실을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다." - 모흐센 마흐말바프
"나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영상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이 개입됨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 작업에 한계가 분명히 있다할지라도. 나는 카메라야말로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체험케 하는 성실하고 공정한 관찰자라고 생각한다."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인터뷰
Q) 어떻게 이러한 주제에 관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까? 이전에 아프리카에 가본 경험이 있었나요? A) 유네스코 국제 농업 개발기금(IFAD:International Fund for Agricultural Development)에서 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그들에게 왜 나를 선택했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내가 20여년동안 아이들과 함께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어왔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말하자면, 이전에는 언론과 TV에서 본 것 외에는 아프리카에 가본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프리카에서 본 현실을 통해 이전에 가졌던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제가 아프리카 중에서도 우간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만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어떤 나라의 극히 일부분만을 보고나서 그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프리카처럼 풍부하고 다문화적인 대륙의 나머지 다른 많은 면을 과소 평가하는 것입니다. 우간다는 극심한 기아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사람들의 측면에서는 거대한 내적 부를 소유하고 있는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Q) 촬영하는데 당신은 어떤 접근방식을 취했나요? 많은 준비를 필요로 했을테고, 어떤 종류의 어려움에 부딪쳤나요? A) 영화를 찍는 작업은 매우 즉흥적이었습니다. 카메라는 항상 우리보다 몇발 앞서서 현장을 담아냈으며, 진실은 항상 허구를 뛰어넘었죠. 이러한 종류의 촬영에서는, 사람들의 관심, 특히 카메라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정확히 우리가 필요로 했던 영상입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우호적이었고 예의바른 사람들이었습니다.
Q) 고통을 어떻게 카메라에 담았나요? 당신 스스로 어느 정도까지 한계를 두었습니까? A) 나는 고통의 이미지가 관찰자에 의해 간섭받지 않고 그대로 보여져야 한다고 믿어왔습니다. 만약 한계가 있다면, 그게 어디인지는 제가 정하는 게 아닙니다. 카메라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거나 혹은 스스로 경험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담아내는 진실되며 공평한 관찰자입니다.
Q) 당신의 의견으로는, 감독의 접근방식이 저널리스트의 접근방식과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합니까? A) 감독은 스스로 대중들과 직접적이고, 정직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예술적인 창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며, 여러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저널리스트의 작업과 그들의 기사는 종종 인상적이거나 또는 감각적인 뉴스거리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대중의 반응은 매우 극단적이지만, 종종 매우 짧은 기간동안만 지속됩니다. 예술은 예술이고,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입니다.
Q) 왜 이 작품을 디지털 비디오로 찍을 생각을 했습니까? 당신의 작업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A) 7~8년 전에,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펜을 사용하듯이 Hi-8 카메라를 사용했습니다. 저는 영상적인 기록을 했습니다. 디지털 시스템의 질적 개선은 제 작업을 더욱 용이하게 해주었습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이 제게 팩스를 보냈을 때 씌어진 바대로, 모든 작업은 아프리카에 와서 한번 둘러보라는 초대로 시작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펜을 들고 갔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이러한 영상적인 기록이 영화를 만들기에 충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썩 괜찮았습니다. 나는 늘 "스케치(sketch)" 라는 것이 완성된 작품 이상의 어떤 것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러한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감독들은 작업의 각 단계(즉 촬영, 편집, 후반작업등)에서 기술적인 면에 매우 놀라게 되는데, 저는 아직 이 분야에서는 초보일뿐입니다. 저는 이 새로운 기술이 제공하는 무한한 가능성들을 막 밝혀내기 시작했습니다.
Q) 이러한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습니까? 이러한 작업을 계속 고집하시겠습니까? A) 디지털 비디오를 통한 작업은 제 작업스타일에 적합한 놀라운 가능성의 영역을 열어주었습니다. 나는 종종 제 작품에서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했습니다. 그들은 확실히 작은 카메라 앞에서 더 편안함을 느낍니다. 따라서, 촬영현장에는 기술자가 더 적어지고, 감독과 그의 배우들간의 의사소통이 더 쉬워집니다. 마치 마술에 의한것처럼 스탭들과 그들의 모든 복잡하고 성가스러운 장비들이 사라집니다. 그것은 놀라운 자유의 느낌입니다. 다시 35밀리 카메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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