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의 귀환 다시 영화의 세계로 관객들을 불러모을 2021년 칸영화제 개막작 & 감독상 수상 <아네트>
2012년 <홀리 모터스>로 전 세계 시네필들의 마음을 훔쳤던 레오 까락스 감독이 9년 만에 신작 <아네트>로 귀환했다. 레오 까락스 감독 최초의 음악 영화라는 점에서 기획 단계부터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아네트>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최고의 배우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연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은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드디어 완성된 <아네트>가 펜데믹으로 2년 만에 제대로 열리게 된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전 세계 영화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칸영화제 개막식에 초대 받은 봉준호 감독 또한 “전 세계 최초로 레오 까락스 감독의 <아네트>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프리미어 이후, “2021년 가장 독창적인 영화”(Empire Magazine), “완전히 미쳤다”(London Evening Standard),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려갈 것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영화"(Time Out) 등 찬사를 받은 <아네트>는 폐막식에서 레오 까락스 감독에게 칸영화제 첫 감독상 수상의 영광을 안기기도 했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게스트, 레오 까락스 “살아있음을 느낀다(I Feel Alive)”리는 인사와 함께 한국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 선사
레오 까락스 감독은 이전에도 수차례 부산국제영화제와 영화 개봉 프로모션을 위해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동이 어려워진 올해, 그가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신작 <아네트>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은 국내 영화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4시간 여의 고된 여정 끝에 한국에 도착한 레오 까락스 감독은 마스터 클래스 현장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I Feel Alive)”라는 인사와 함께 관객들에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부산에 이어 이어진 서울 프로모션 일정에서도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는 감독의 요청으로, 무대인사가 있는 2번의 특별 상영이 긴급 결정되었는데, 모두 1분도 되지 않아 매진을 기록했다. ‘최근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여러 편 봤다’는 레오 까락스 감독은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고 언급하는 한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딸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레오 까락스 감독의 첫 음악 영화 전설적인 뮤지션 ‘스팍스’와 함께하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시네마틱 뮤지컬의 탄생
이제까지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 그리고 <홀리 모터스>까지 5편의 영화만(장편만 해당)을 세상에 내놓은 레오 까락스 감독은 6번 째 작품인 <아네트>에서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바로 첫 음악 영화를 만든 것이다. 어린 시절 뮤지션을 꿈꿨을 만큼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레오 까락스 감독은 10대 시절부터 자신을 사로잡았던 미국의 밴드 ‘스팍스’의 음악을 써서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 사실 <아네트>는 스팍스가 원안을 쓴 작품이기도 한데, 칸영화제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레오 까락스 감독에게 스팍스가 아주 간단한 스토리 라인과 15곡 정도의 노래가 담긴 데모 테이프를 보내면서 진짜 <아네트>의 여정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음악을 들은 레오 까락스 감독은 완전히 반해 캐릭터를 발전시켜 나갔고 자신의 꿈이기도 했던 뮤지컬 영화 제작을 이번 <아네트>를 통해 이룰 수 있었다. (실제로 레오 까락스 감독은 <퐁네프의 연인들>을 뮤지컬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직접 노래를 작곡할 수 없어 포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네트>의 시작이었던 아담 드라이버와의 만남 극적 합류로 <아네트>를 완성시킨 마리옹 꼬띠아르 설명이 필요 없는 두 배우의 환상적 케미스트리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 역을 맡은 배우 아담 드라이버는 <아네트>의 기획 단계부터 이 작품과 함께 했다. 레오 까락스 감독은 아담 드라이버의 초기작인 드라마 시리즈 ‘걸스’를 보고 그를 캐스팅했다. 당시에는 ‘아버지 역할을 맡기엔 너무 어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는 레오 까락스 감독은 아담 드라이버의 약간은 이상하고 독특한 매력을 좋아했고 ‘제작 과정이 길어지면서 아담 드라이버도 나이가 들어 촬영을 할 당시에는 나이가 적당해졌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동안 아담 드라이버는 <스타워즈> 시리즈, <패터슨>, <결혼 이야기> 등 유명 감독들의 작품과 대형 시리즈에 출연하며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가 됐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기 몇 달 전에 극적으로 <아네트>에 합류했다. 아이를 출산하고 얼마 안 된 상황이었지만 레오 까락스 감독과의 작업을 원했던 그는 아담 드라이버와 독특한 케미를 만들며 <아네트>의 커플 ‘헨리’와 ‘안’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모든 것은 현장에서!’를 주문한 레오 까락스 감독 라이브로 노래한 배우들, 특수 제작 인형까지 등장 모든 것이 달랐던 <아네트>의 현장
각각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와 오페라 가수 ‘안’ 역할을 맡은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는 송스루 뮤지컬인 <아네트>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소화하며 연기했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하는 것을 원했던 레오 까락스 감독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전에 녹음한 노래들을 섞어서 사용했고 오페라 가수의 아리아 장면에서는 전문 가수의 목소리를 얹기도 했지만 레오 까락스 감독은 ‘모든 것은 현장에서!’라는 원칙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겼다.
‘헨리’와 ‘안’의 딸 ‘아네트’를 인형(퍼펫)으로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엄마 ‘안’처럼 노래를 하는 어린 아이 ‘아네트’를 실제 아이가 연기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그에 대한 해답으로 인형을 택한 것이다. 후반 과정에서 CG 같은 기술로 ‘아네트’를 추가하고 싶지 않았던 레오 까락스 감독은 현장에 실제로 무언가가 있길 바랐다. 모두가 고심한 끝에 피노키오처럼 움직일 수 있는 인형(퍼펫)을 사용하기로 했고 여러 인형 전문가들이 참여해 ‘베이비 아네트’의 성장 과정을 인형을 통해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들의 도시 LA를 스크린에 담은 레오 까락스 감독의 첫 영어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가능케 한 시크릿
영화 <아네트>의 배경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LA이다. 이는 영화의 원안과 음악을 맡은 밴드 ‘스팍스’가 태어나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LA에서 영화를 찍는 것은 예산상 큰 부담이 될 수 있었기에 레오 까락스 감독은 프리 과정에서 배경을 다른 도시로 하자는 의견을 듣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저곳을 오토바이를 타고 옮겨다니는 인물인 ‘헨리’에게 뉴욕이나 파리, 토론토 같은 도시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LA에서는 오프닝 씬과 오토바이를 타는 씬, 숲 장면 등만 1주일 동안 촬영하고 그 외에는 비슷한 느낌을 가진 벨기에와 독일 등 유럽의 다양한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나머지 장면을 완성했다. 판타지가 있는 도시의 판타지적인 버전인 셈이다.
또한 <아네트>는 레오 까락스 감독의 첫 영어 영화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레오 까락스 감독은 어머니가 미국인이라 어렸을 적 프랑스어보다 영어를 더 먼저 익혔을 만큼 영어에는 능숙했다. 그래서 한번쯤 영어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고 한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나쁜 아빠의 이야기” 딸과 함께 영화에 깜짝 등장하는 레오 까락스 레오 까락스 스타일로 ‘딸에게 바치는 영화’
<아네트>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나쁜 아빠의 이야기’라고 레오 까락스 감독은 소개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딸이 태어나기 전과 후로 구분짓고 있는데, 딸이 태어나고 난 후에 만든 두 영화가 바로 <홀리 모터스>와 <아네트>이다. 이전의 파리 3부작과 <홀리 모터스>, 그리고 <아네트>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레오 까락스에게 미친 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평소 딸의 이야기를 자주 하며 다정한 아빠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레오 까락스 감독은 <홀리 모터스>와 <아네트>에서 딸과 함께 모습을 비치기도 한다. 이번 <아네트>에서는 오프닝에서 딸 ‘나타샤’에게 자신이 이제 만들 영화를 보여주려는 듯한 대사와 장면 구성으로 화면을 통해 그들을 만나는 우리를 인도한다. 이런 형식에 대해 레오 까락스 감독은 작은 홈 무비처럼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함께 출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뮤지컬 영화의 형식을 완성하는 오프닝과 엔딩 씬 연출, 그리고 메시지 <아네트>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특별함
<아네트>의 오프닝과 엔딩에는 특별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오페라나 뮤지컬, 연극 같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 모두 집중해달라는 안내 멘트가 등장하듯 레오 까락스 감독이 직접 등장해 ‘숨도 쉬지 말라’는 안내 멘트로 관객들을 <아네트>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그리고 주요 캐스트가 등장해 ‘So May We Start?”라는 노래를 부르며 마치 각자의 자리로 가서 역할을 준비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그리고 엔딩에서는 커튼 콜처럼 크레딧이 올라가는 와중에 모든 캐스트와 스탭, 그리고 레오 까락스 감독과 딸 나타샤가 출연해 관객들에게 집에 조심히 돌아가길 바라며 관람이 만족스러웠다면 주변인들에게 알려달라는 위트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일종의 쿠키 영상인 마지막 엔딩 크레딧은 영화 <아네트>의 관람에 묘미를 더하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한 시네마틱 체험을 선사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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