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려행(2019, Ryeohaeng)
제작사 : 반달 / 배급사 : 반달

려행 : 티저 예고편

[리뷰] 탈북한 여성들의 평범하고 특별한 이야기 (오락성 6 작품성 6) 19.08.02



한국인 최초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임흥순 감독이
독보적인 예술 퍼포먼스로 들려주는 한국 근현대사 이야기


임흥순 감독은 제주 4·3을 다룬 <비념>(2012)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로 언론과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이후 여성노동자를 주목한 <위로공단>(2014/2015)을 통해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전세계적으로 그의 예술성을 입증시켰다. MoMA PS1, Centre Pompidou, Tate Modern, Lincoln Center 등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 개인전, 스크리닝 등 다채로운 전시에 참여했으며, 국내에서도 200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 독립예술 부문 우수상, 2012 시네마디지털서울 버터플라이상,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 베스트러프컷,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특별언급상 등을 수상하며 꾸준한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이처럼 미술작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 영화감독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활발한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임흥순 감독은 <비념>부터 <위로공단>, 그리고 <려행>까지 여성, 노동, 이주, 공동체 등 한국 근현대사에서 소외된 비주류와 그들의 분단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 사진, 비디오, 공공미술 등 다양한 예술 방식과 독창적인 시선으로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이에 감독은 “미술은 펼쳐놓고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영화는 실물이 아닌 이미지를 편집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미와 용이함이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될 자신만의 예술세계관을 전했다.

감독은 “제주 4·3, 노동, 북한이탈주민 이 모든 주제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 짓다 보면 해결될 수 없는 근원적 문제가 분단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건 현재를 다시 보기 위해서인데, 그렇다면 분단 당시의 상황은 어땠을까, 우리 사회를 갈라놓은 게 뭘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이야기해 과거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 곳곳에 머물러 있는 역사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을 밝혔다. 남과 북 두 체제를 모두 경험한 10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인식과 예술의 공적이고 사회적인 역할을 모색하고자 완성시킨 <려행>은 “남과 북을 상상으로나마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터미널 같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메시지와 함께 인터뷰, 퍼포먼스, 픽션 등이 결합된 형태로 또 한번의 용감한 시도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시킨다.

알바로 시자, 쉐리 삼바, 쿠사마 야요이 등 세계적 작가들 참여!
국내 유일한 세계적인 공공 예술 축제 APAP 5의 이유 있는 지원!


<려행>이 처음 공개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 5)는 2005년 제1회를 시작으로 안양시가 3년마다 개최하는 국내 유일 공공예술축제이다. 안양의 지형, 문화, 역사 등에서 영감을 얻어 도시 곳곳에서 미술, 조각, 건축, 영상, 디자인,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을 선보여 왔으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자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비단 국내 작가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 최근 루이비통과 협업해 화제를 더한 인기 작가 쉐리 삼바, 현대 미술의 부흥을 이끈 리암 갈릭, 일본 설치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 등 각국의 저명한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높은 완성도와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려행>을 지원한 APAP 5의 주은지 예술감독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샤르자비엔날레 디렉터, 현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SFMOMA) 큐레이터 등으로 활약 중으로 APAP 5와 임흥순 감독의 만남은 전세계적으로 높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려행>은 안양의 삼성산과 안양천, 예술공원 일대를 주 무대로 제작되었으며 이는 안양(安養)이라는 지명의 연원인 마음을 편하게 하고 몸을 쉬게 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북한 이탈주민의 삶에 대한 염원을 투영시키고자 하는 임흥순 감독의 숨은 의도가 담겨 있다. 이에 임흥순 감독은 “한때 안양시민들이 즐겨 찾던 공간이지만 대기업이 만든 상권이 번영하면서 죽은 상권이 되었다. 그 곳을 다시 살리고자 시와 예술대학이 협력하여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안양의 천과 산이라는 것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한정된 공간이지만 재미있을 수 있을 것 같아 제작하게 되었다. 또 개인적으로 2010년부터 자연에 눈이 가기시작했다. 30대부터 자연스럽게 눈이 자연으로 가게 되더라.”고 전해 영화의 배경을 산으로 장소한 이유와, 안양이라는 도시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또한 “공공과 예술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담아내고자 이번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전해 안양의 삼성산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북한이탈주민 여성들로 하여금 분단, 노동, 이념 등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를 살펴보며, 이를 통해 공공과 예술의 관계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감독의 의도를 드러냈다.

평양냉면부터 웨스 앤더슨 스타일의 건물까지
2019, 지금 우리가 가장 열광하는 ‘힙한 나라’


아주 특별한 휴먼 바캉스 <려행>에서 다루고 있는 ‘북한’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주목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으로 항간에는 기차로 유럽을 횡단할 수 있는 가상 티켓이 만들어지는 등 북한에 대한 관심을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북한의 건축물과 인테리어 양식은 완벽한 좌우대칭 구도와 과감한 파스텔 색상이 마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의 감성과 비견되며 외신에도 여러 번 소개됐으며,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 세트장 같다”, “독특하고 예쁘다” 등의 네티즌 반응을 보이며 온라인에서 뜨거운 화제를 몰이 중이다. 또한 북한의 ‘대동강 맥주’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대동강 에일’과 함께 북한의 식문화에 대한 궁금증도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6월에는 ‘평양 슈퍼마케트’라는 팝업스토어가 열려 북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확산시켰다. 남북이 개방되었을 때 우리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그려보고자 기획된 이 프로젝트에서는 젖캔디, 손가락 과자 등 북한 마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상품들을 전시 및 판매했다. 이는 실제 북한 제품들이 아닌 북한 이탈주민들의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주최한 필라멘트앤코의 디자인이 더해진 이색 상품들이다. 핑크빛 컬러의 제품 패키지들은 ‘북한’이라는 소재를 재미와 공감을 끌어내며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또한 영국인 ‘니콜라스 보너’가 수년간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수집한 우표, 포장지, 만화책 등 북한의 그래픽 디자인을 엮어낸 <메이드 인 조선>과 프랑스의 북한 전문가 두 명이 15년간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질문에 답한 북한입문서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 역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며, 어쩌면 지금 가장 ‘힙한 나라’인 ‘북한’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여기로 떠나온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려행>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진다.

지금, 여기 나의 나라로 오기까지 -
그들이 들려주는 ‘려행’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


<려행>의 출연자들에 대해 임흥순 감독은 “그녀들과 인터뷰를 통해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고,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남한이든 북한이든 보고 겪은 감정은 같다고 생각하기에 밝은 미래를 여행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북한 이탈주민을 통해 북한 체제를 고발하거나,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기존의 자극적인 노출 방식과 달리 그들의 기억과 감정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임흥순 감독은 특유의 쉽고도 소통 가능한 이미지적 형식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집중한다. 이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에 대한 시선을 변화시킨다.

또한 임흥순 감독은 “대부분의 내 작업은 전문 배우와 함께하지 않고 ‘보통사람’이 갖고있는 면을 드러내려 한다. 나의 일은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즉 내가 미리 만들어놓은 자리에 배우들이 들어와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어떤 주제를 놓고 출연자들과 함께 커뮤니케이션하며 구체적인 부분을 만들어 간다.”며, 여기에 “이 작품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인터뷰이들의 말이다. 내가 어떤 형식의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처음부터 정한 건 없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분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보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생긴다. 그때마다 장면들을 스케치해 놓고 그걸 나중에 영화로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장면들을 연결하는 건 편집실에서 한다. 처음부터 그 장면들을 미리 연결한 방법을 정해놓지 않는다. 파편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다. 기존의 서사방식이나 앞에 나온 이야기와 맞지 않더라도 굳이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출연자들을 대하는 태도와 그들의 이야기를 유연하게 보여주기 위해 접근했던 방식을 전했다. 이에 부응하듯 하나의 마음으로 열 개의 이야기를 가지고 이 곳에 정착한 그녀들은 가수부터 주부, 대학생, 디자이너, 봉제업, 심리상담사 등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기까지 험난했던 여행 이전의 삶과, 이 곳에서 서로를 열심히 이해하며 살아가는 여행이후의 삶을 각자의 목소리로 들려주어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문제를 다양한 인식을 통해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총 0명 참여)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