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가 공식 인정한 재기발랄한, 천재적 코미디 한 편
미국에선, 속시원하게 웃으려면 알버트 브룩스를 떠올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미디하면 떠올리는 누군가가 있듯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이제는 인정받는 배우이자 감독이 된 브룩스는 헐리우드에서 코미디에 관한 가장 독창적인 영화인이며 최고의 재담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지구상 그 어느 곳 보다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헐리우드에 영감의 여신 뮤즈가 나타난다면? 우아하게 영감을 떠올리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고 있으리라? NO! 그러면 재미없지. 우리가 기대하는 여신과는 영 다른 이 엽기적인 여신과 그녀의 재능을 조금이라도 나눠 가지려는 인간들 이야기, 바로 오, 나의 여신! [뮤즈]의 탄생이다. 브룩스가 생각한 뮤즈는 천방지축에다 뻔뻔하고 당당한, 한마디로 여신같지 않은 여신이다. 살아남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든 헐리우드에서, 한때 잘나갔으나 이젠 퇴물이 된 시나리오 작가 스티븐에게 인생을 바꿔준다는 여신이 등장한다. 경외해 마지 않던 롭 라이너, 제임스 카메론, 마틴 스콜세지도 그녀를 만난 뒤 걸작을 만들어냈다는 사실. 그러나 이 여신에게 영감을 얻기 위해선 멀고 험한 장애물을 건너야 했으니, 바로 제멋대로인 여신의 비위를 맞추는 것. 브룩스는 영감에 굶주린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엽기적인 여신과 벼랑 끝에 선 작가의 인생 서바이벌을 기막힌 솜씨로 펼쳐낸다. [뮤즈]를 보는 관객들은 상상을 뒤엎는 여신의 모습에, 헐리우드의 뒷얘기를 신랄하게 그려내는 브룩스의 천재적인 코미디 감각에, 94분 동안 홀린 듯 폭소를 터트릴 것이다.
샤론 스톤, 새로운 코미디의 여신으로 등극하다!!
샤론스톤이 코미디를? 그녀가 누구던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는 [원초적 본능]과 [슬리버]의, 뇌쇄적인 눈빛과 아찔한 몸매를 뽑내던 최고의 섹스 심벌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서슴지 않고 그녀를 폭동이라 불렀으며, 그녀만 보면 뇌의 활동이 멈춰버렸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야말로 섹시함의 대명사로 불려왔던 샤론 스톤. 그런 그녀가 코미디의 여신으로 등극한다. 정신 나간 듯한 얼굴로 주인공을 맞는 첫 장면에서 이미 화들짝 놀란 관객들은 바비 인형처럼 눈썹을 치켜뜨며 코믹한 표정으로 주스를 마시거나, 수십개의 핀으로 머리를 묶고 순진한 얼굴로 배고프다고 외치며 음악에 맞춰 촌스러운 춤을 추는 샤론을 보는 순간, 포복절도하며 뒤로 자빠질 것이다. 이런 샤론 스톤을 상상한 사람은 오직 알버트 브룩스 감독뿐이었다. 영화 시사회를 본 제작자들은 천재적인 캐스팅이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샤론 스톤은 예민하고 제멋대로며 거만한, 여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생생한 여신을 창조해 냈고 헐리우드는 그녀를 코미디의 여신, 코미디 폭탄이라 칭송했다. 물론 그녀는 멋진 누드를 보여주는 깜짝 서비스까지 잊지 않는다. 너무 갑자기 등장해서 그야말로 깜짝 놀라긴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 롭 라이너, 마틴 스콜세즈, 제니퍼 틸리, 시빌 셰퍼드. 헐리우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실명캐스팅!
영화를 좀 본다는 영화팬들이라면 누구나 경외해 마지 않는 이 많은 사람들이 [뮤즈]에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그것도 자신의 대표작들이 여신 뮤즈 덕분에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불명예(?)를 감수하면서 말이다. 사람 좋아 보이는 롭 라이너는 감사의 뜻으로 뮤즈에게 로렉스 시계를 선물하며, 마틴 스콜세즈는 신경질적인 얼굴로 다음 작품의 아이디어를 위해 뮤즈를 찾는다. 또 우리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왜 [타이타닉]의 속편을 만들지 않는지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제니퍼 틸리는 예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애교를 떨고 시빌 셰퍼드는 인도주의 영화상의 사회자로 등장한다. 우리가 어떤 영화에서 이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을까? 감독과 배우를 총망라한 실명 캐스팅은 전무후무한 사상 최고의 캐스팅이자 그 자체로도 빅 이벤트다. 도대체 그들은 뮤즈와 어떤 관계일까? 해답은 영화에 있다.
엘튼 존의 OST
[뮤즈]는 헐리우드 거물급들의 향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카메오들과 더불어 [뮤즈]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거장은 세계적인 팝스타 엘튼 존이다. 6천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이 시대 최고의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 앨튼 존. 수많은 히트곡과 더불어 [라이온 킹]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주제가상과 아카데미를 수상한 그가 영화 [뮤즈]의 OST를 만들었다. 샤론 스톤의 친구이자 브룩스 감독의 팬이기도 한 그는 이 영화의 OST제작과 더불어 오랜 협력자인 버니 토핀과 함께 영화의 엔딩 타이틀 곡을 부르기도 했다. 1998년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기도 한 이 세계적인 팝스타는 세기를 넘어서도 여전히 사랑받는 뮤지션이자 팝의 산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 영화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헐리우드가 [뮤즈]에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 덕분에 우리는 최초로 실사 영화음악의 전체 디렉팅에 도전한 엘튼 존의 주옥 같은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샤론 스톤 & 알버트 브룩스
제작이 결정되자마자 제작자 허브 나나스는 알버트 브룩스에게 물었다. 뮤즈는 누가 하지? 브룩스는 당연히 샤론 스톤이라고 대답했고, 나나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샤론스톤이 코미디를? 브룩스는 마치 과시라도 하듯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건다. 둘은 그저 한번 인사를 한 정도의 사이였는데, 샤론 스톤은 그가 뮤즈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마자 정말 굉장하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출연여부에 대해 5초동안 고민했다고. 오히려 브룩스가 그래도 시나리오를 읽어 보라고 권하자 그녀는 정확하게 NO라고 대답했다. "제우스의 딸일지도 모르는 이 캐릭터는 사람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멋대로인 그녀 때문에 사람들이 황당해지잖아요. 그러면서도 귀엽고, 그 아이디어가 너무 근사했어요.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만난 샤론 스톤과 브룩스는 영화 찍는 내내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브룩스는 그녀를 이렇게 평가한다. "스톤은 내가 원한 것보다 훨씬, 나은 배우였죠. 그녀는 재미있고 똑똑한 배우였어요.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바보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타나는 그녀 때문에 뮤즈는 더욱 생생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헐리우드의 전설이 된 이야기, 전화 한 통화로 끝낸 캐스팅 !
전화 한 통화로 캐스팅을 끝냈다는 얘기는 헐리우드 뿐 아니라 충무로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헐리우드의 배우들은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듯 브룩스의 전화 한 통에 출연을 허락한다. 샤론 스톤뿐만 아니라, 앤디 맥도웰도 마찬가지였다. "알버트 브룩스잖아요! 그에게 전화를 받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 몇 안되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맙소사! 이젠 맘 놓고 웃을 수 있구나! 했어요." 성공한 작가이자 스티븐에게 뮤즈를 소개시켜 주는 친구 잭 역으로 제프 브리지스를 캐스팅 할땐 약간의 속임수가 있었다. 이렇게 작은 배역을 해본 적 없는 브리지스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불가항력이었다고 변명하는 브룩스다운 거짓말이 그것. "잭 니콜슨이 이 역을 수락했는데 자넨 좋은 기횔 놓친 셈이 될거야. 뭐 압력을 넣는 건 아니구..." 물론 그만 수락하고 만다.
세트가 아닌 진짜 헐리우드, 대역이 아닌 진짜 감독
헐리우드에 가보고 싶은가? [뮤즈]를 보라! 이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 파사데나의 부유한 맨션에서부터 파라마운트사, 스필버그의 드림웍스는 세트가 아닌 진짜 헐리우드 스튜디오다. 그곳은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감독과 배우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으며, 계약을 하는 곳이다. [뮤즈]는 헐리우드의 생생한 뒷얘기를 그 한복판에서 찍어내어 더욱 현실적이고 살아있는 영화가 되었다. 통행권이 없어서 그 큰 스튜디오를 걸어가는 스티븐의 모습은 진짜 스필버그 스튜디오의 진풍경이고, 아카데미 시상식의 뒷풀이 장소로 이용되는 스파고 레스토랑 역시 이 영화에서도 실명으로 거론되는데 특히 스파고의 사장인 볼프강 퍽은 직접 몇 장면에 출연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헐리우드를 약간 비튼 이 영화에 스튜디오 측에서 선뜻 촬영을 허락한 것은 신기한 일이다. 거기다 자신을 희화화 하기로 작정한 시나리오에 몸을 맡긴 전대미문의 감독들. 브룩스와 고교동창인 롭 라이너, [택시 드라이버]로 인연을 맺은 마틴 스콜세즈. 이들은 브룩스의 협박에 못 이겨 출연을 결정했다는데 특히 스콜세즈 감독은 비행기 타는 걸 죽도록 싫어함에도 뉴욕에서 LA까지 날아와 촬영에 임하는 열성을 보여줬다. 알버트 브룩스 감독을 둘러싼 헐리우드판 의리의 사나이들 이라고나 할까? 내가 너 땜에 못살아! 감독들은 엄살을 부렸지만 영화를 보고는 서로 낄낄대며 자신의 연기가 최고라는 자찬을 서슴지 않았다고. 다시 영화에 출연할 의향이 있냐는 말엔 모두들 Nev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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