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집(2005, The House of Sand / Casa de Areia)
독재적인 남편 때문에 황량하기만 한 모래평원에 정착하게 된 오레아는 이주 초반, 어떻게 해서든 그곳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녀의 끈질긴 시도들을 번번이 좌절시킨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숙명론적 분위기를 강하게 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운명을 천국이나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의 의지, 즉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위로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마음을 바꾼 뒤 노예 출신 마쑤와 평온한 여생을 꾸려가는 오레아가 그 증거다. 특히 바깥 세상으로 떠났던 딸 마리아가 돌아와, 인간이 달에 갔는데 그 곳에는 모래밖에 없다고 전하는 마지막 시퀀스는,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아름다우면서도 명확하게 드러내는 롱 쇼트 중심의 촬영, 오레아 집 근처의 드넓은 모래평원이나 해변 장면을 시간의 압축장치로 활용하는 편집방식, 그리고 3대에 걸친 여성의 삶을 번갈아 연기하는 모녀 배우 페르난다 몬테네그로와 페르난다 토레스의 열연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다. (김선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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