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무(1997, Pickpocket / Xiao Wu)
배급사 : (주)영화사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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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는 청춘에 대한 쓸쓸한 보고서! 늘 후줄근한 옷차림에 까치집을 진 머리, 투박한 뿔테 안경 안으로 내다보이는 세상사 모든 게 따분한 듯한 표정... '소무'(Xiao Wu)는 중국의 한 도시 변두리에 기생하며 살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소매치기이다. 하지만 주인의 신분증 정도는 우체국에 넣어주는, 한편으로는 배려 깊은 좀도둑. 하지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한때 죽자살자 의리를 맹세했던 친구는 그를 따돌리고, 수줍은 사랑을 속삭였던 호스테스 연인은 돈 많은 남자를 따라가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가족은 그를 내쫓는다. 주인공의 이름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소무]는 이렇듯 외로운 한 중국 청년의 일상을 쓸어 담으며 그 주변의 남루하지만 소박한 마을의 풍경을 담담히 그려가고 있다.
"찍다 죽어도 좋다" - 목숨을 건 거리의 개릴라, 지아 장케 감독!
16mm카메라 한 대만을 어깨에 들쳐 매고 거리의 친그들과 함께 이 영화를 완성한 지아 장케 감독. 사실 말하자면, 이영화는 만들 수도 또 만들어져서도 안될 작품이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는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스튜디오에서만 영화가 만들어지게 되어 있으며, 정부 지원이 아닌 민간 자본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곳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설사 이렇게 영화가 만들어졌다해도 필름은 곧장 쓰레기 처리장으로 직행하며, 감독은 '불법자'라는 낙인이 찍혀 평생 숨어다니며 살아갈 운명을 맞을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아 장케는 목숨을 내놓으며, 이 영화를 만들었고, 게릴라가 그렇듯 그는 언제든 중국 정부로부터 칼날을 맞을 각오를 하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절실했기에 그리고 스튜디오 안에서는 소리낼수 없는 말이 있기에 지아 장케는 이 영화를 찍어냈다. 그 말은 감독이 이야기한것처럼 "우리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문제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세계 영화제 상금만으로 제작비의 3분의1을 충당한 영화 - 가난하지만 진실한 영화! 그리고 용기있는 영화!
고작 100컷 남짓한 필름을 정성스레 바느질하듯 이어 붙인 이 영화는 분명 거칠다. 배우들은 모두 아마추어이고, 별다른 음향효과나 음악, 눈이 휘둥그레지는 카메라 테크닉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야 없다. 그렇지만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연기에는 천연더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러움이 묻어 나오고, 소무의 일상을 훑어 나가는 카메라는 그의 심리를 묵직하면서도 상징적으로 따라간다.
[소무]는 홍콩 자본으로 순제작비 6만 달러를 들여 만든 영화이다. 하지만 세계 영화제에서 거둬들인 상금만으로 제작비의 3분의 1을 충당한 작품이기도 하다. 로테르담 영화제에서는 후버트 발스 기금상 1만 달러를 거머쥐었고, 부산 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신인감독상으로 1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데뷔작 한 편만을 가지고 21세기의 중국 영화를 대표할 신인 감독으로 지아 장케가 받고 잇는 스포트라이트. 그는 부산 영화제에서부터 평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아시아의 대표적인 신인 감독으로 떠올랐고, 그 소문은 유럽에까지 퍼져 프랑스를 비롯 유럽 전체가 이 영화에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올해 깐느 영화제는 [소무]의 촬영 감독이었던 유 릭웨이가 직접 감독한 [사랑은 우리를 갈라놓을 것이다. Love Will Tear Us Apart]를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 특이할 만한 점은 경쟁작이 확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한 작품을 빼고 뒤늦게 이 영화를 경쟁 부문에 넣은 것. 깐느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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