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제너레이션>의 맥을 잇는 21세기 청춘영화! 사랑보다 돈을 선택한 20대, 그들의 사랑이야기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부문에 초청 2010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초청
대형마트에서 알바하는 수영과 길거리에서 모자를 파는 상일. 가진 건 없지만 아직은 행복해하며 동거하던 두 청춘. 그러나 사랑의 열병은 현실을 이기지 못한 채 화산자국처럼 가슴 속에 패인다. 일상의 모든 생필품이 구비된 대형마트와 밤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은 차가운 겨울 밤의 공기 만큼이나 그녀에게 차갑다. 그러나 영화 속 수영과 상일, 재범은 차가운 세상을 향해 가만히 기다리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그 무언가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사랑도 배신하고 부정한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2004년 <마이 제너레이션>에서 병석과 재경이 사과가 떨어지길 기다리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5년 전의 청춘과 지금의 청춘이 어떻게 다르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동석 감독은 그들이 원할 때 떨어지길 기다렸던 사과를, 그들이 간 뒤에서야 땅에 떨어뜨렸다. 병석과 재경이 전혀 모르게 말이다.‘행복은 자꾸만 비싸지는데 우리도 꿈을 살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던 <마이 제너레이션>의 병석과 재경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수영과 상일, 재범을 통해 ‘행복은 자꾸만 비싸지는데 훔쳐서라도 꿈을 사버리자’로 변한 듯 하다.
하지만 이렇게 변한 청춘들을 한심하다고만 말하기엔 지금 20대를 관통하는 이들의 현실은 너무나 퍽퍽하다.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한 해 천 만원이 넘는 살인적인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연명해야 하고, 그걸로도 모자라 대출을 받지만 사회 속으로 편입된 뒤에도 갚아야 할 빚의 늪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인생이 가장 빛나는 시기인 동시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 가장 치열할 수 밖에 없는 20대. 사회에 갓 편입되었거나 편입되기 직전의 그 시절, 청춘들은 어떤 식으로든 사회와 부딪히고 변화해간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거쳐야 하는 그 부딪힘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스물 네 살 수영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가는지 지켜보고 싶었던 류형기 감독. 영화 <너와 나의 21세기>는 너무나 리얼해서 차라리 판타지 같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처음엔 거리 두기를 했지만 차츰 가까워지는 재범과 수영은 또 다른 21세기를 상상할 수 있을까. 꿈을 꾸기엔 너무 비정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20대 청춘의 이야기. 88만원 세대의 모습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미세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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