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인생반전을 꿈꾸는 겁 없는 언니들이 온다!
여자 나이 서른이라고 하면, 이미 결혼도 했고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번듯한 어른 여자의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른 살들은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는 기분에 울적하다. 성공적인 일과 연애,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과제가 줄줄이 카드 빚 독촉장처럼 놓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한 시인은 <삼십세>라는 시에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라고 적었나 보다. 별볼일 없는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에 주눅들지만 다시 한번 인생반전을 꿈꾸는 그녀들! 이렇게 살기도 싫고, 이렇게 죽기는 더더욱 싫은 그녀들이 올 가을 스크린을 찾아온다. 바람둥이 남자친구, 산더미 같은 빚만 남았지만 소설 공모전 당선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스물아홉 막장청춘 애자. 그리고 <다 큰 여자들>에는 만 스물아홉 동갑내기 여자친구들 치아키와 마사미가 있다! ‘결혼이 여자의 행복’이란 통념이 짜증 나지만, 귀여운 아이도 갖고 싶고 외로움도 좀 떨쳐버리고 싶은 싱글 치아키. 딸아이를 아끼지만, 사랑이나 일을 통해 엄마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 싶은 결혼 5년차 주부 마사미.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는 두 사람은 자극을 주고받으며 예상을 깨는 선택과 반전을 감행한다. <다 큰 여자들>에는 인생반전에 대한 희망과 함께, 서른 즈음 그녀들의 삶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있다. 영화는 서른 즈음의 여자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공통의 문제들과 정면 승부한다. 일과 결혼, 육아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문제라 진부하거나 불편할 수도 있는 소재들을 손쉽게 피하지 않는다. 치아키와 마사미는 비관과 유머, 무모한 용기와 단단한 오기를 뒤섞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 문제들에 대처하는 가장 즐거운 방식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각자의 방식을, 우리는 ‘행복’이라 부른다. 여자의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2009년 가을, 인생반전을 꿈꾸는 만 스물아홉 언니들의 행복 찾기 <다 큰 여자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진한 행복을 전해 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 이해해야만 하는 여자들!
서른 즈음 여성들의 공통된 고민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치아키와 마사미라는 캐릭터다. 두 사람은 일과 결혼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확실한 대조를 이룬다. 일에 성공했지만 사랑은 쟁취하지 못 한 여자 치아키 vs 결혼에 성공했지만 사회적 성취는 이루지 못 한 여자 마사미. 이러한 구도는 다소 도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과 사랑, 또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란 어려운 법이며 미혼과 기혼 친구의 갈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 큰 여자들>은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코믹하게 포착하는 한편, 결국 크게 다를 바 없는 공통의 감정상태에 주목한다. 일하는 여성이든,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주부든, 일상 속에서 허전함과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다. 치아키와 마사미는 지독한 혼란과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만난다. 완벽하진 않지만, 어쨌든, 여자의 삶에서 중요한 과제 하나씩은 완수해낸 것처럼 보이는 그녀들이 있다. 그런데 이건 아닌 것 같다. 일상은 금방 부서져버릴 것 같고, 애를 썼는데도 왜 인생이 행복하지 않은지 알 수 없다. 현재가 불행하다고 느끼고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은 이상한 것일까? 설명되지 않고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은 다른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영어 내레이션, 또는 “이해하시겠어요?”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장황한 내레이션으로 구체화된다. 혹은,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 돌발행동과 당혹스러운 돌출발언으로 나타난다. 자신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끼며 끊임없이 이해를 구하는 두 여자는 과연 이해 받을 수 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에서 사후세계의 면접관 모치즈키를 짝사랑하는 면접관 소녀 시오리로 국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오다 에리카가 치아키를 연기했다. 오다 에리카는 쿨하고 쉬크한 겉모습과 달리, 문제가 누적되자 주변에 말도 없이 잠적해버리는 사고뭉치 여자아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이래저래 결핍감에 허덕이는 엄마이자 아내 마사미 역할은 모노우 아키코가 맡았다. 모노우 아키코는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편안하고 소녀적인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연기로 호평을 받는 배우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시고 먹을 필요가 없는 것까지 먹어버리는 불안정한 여자아이의 모습을 호소력 있게 재현해냈다. 이제 “이해하시겠어요?”라고 재차 묻는 치아키와 마사미에게 관객들이 대답을 들려주어야 할 차례다.
여성만화가 아비코 마리의 호쾌하고 거침없는 입담!
이런 어른 여자들의 리얼한 이야기는 분명 원작의 힘에 기인한 바가 크다. 영화 <다 큰 여자들>은 아비코 마리의 만화 <이런 어른 여자들>(2005)을 원작으로 한다. 아비코 마리는 대학을 3일만에 중퇴하고 2여 년간 극단 활동을 하다 89년 컬트 만화잡지 <가로>를 통해 데뷔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 데뷔 초기부터 여성의 본심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작품을 발표해 여성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비루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유머, 팝적인 감각의 그림체와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깊이 있는 언어가 그녀의 강점으로 꼽힌다. 주요 작품으로 <여자아이의 조건>,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것이다>, <배꼽 아래의 쾌락>, <쓰리 피스!>가 있다. 아비코 마리는 <호박과 마요네즈>,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등으로 국내에서 유명한 나나난 키리코, 그리고 오쿠보 뉴와 절친으로, 세 사람은 불행한 20대 남녀의 이야기 <동경 남자아이>를 펴내기도 했다. 만화 <이런 어른 여자들>은 스물아홉 동갑내기 두 여자, 치아키와 마사미가 각자의 행복을 찾아내는 이야기로, 현실적이고 과감한 결말이 눈에 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 <다 큰 여자들>은 ‘그녀는 오랜 기다림 끝에 멋진 왕자님을 만나 결혼했고, 그 후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요약할 수 있는 여성 판타지가 현실 속에서 조율되는 양상에 주목한다. 독설과 유머로 심란한 현실과 낯뜨거운 속마음을 담아낸 <다 큰 여자들>은 관객들에게 시큼털털한 공감의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서른 살 여자가 느끼는 온갖 감정들의 스펙트럼!
이처럼 거침없는 이야기는 도미나가 마사노리 감독의 손을 거치며 독특한 느낌의 영화로 거듭났다. 일찍이 단편영화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도미나가 감독은 장편데뷔작 <파빌리온 살라만더>로 다시 한번 일본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영화의 허구적 성격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는 대담한 작풍과 엉뚱한 유머가 열광적인 팬들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영화로 <다 큰 여자들>이 결정되는 덴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프로듀서가 이 기획을 도미나가 감독에게 가져갔을 때, 도미나가가 원작자 아비코와 친구 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래서 이 기획은 쉽게 통과되었다! 여느 일본 인디영화처럼, <다 큰 여자들> 또한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굵직한 내러티브나 확실한 기승전결은 없다. 물론, 특별한 사건과 드라마틱한 반전들이 연달아 일어나지만, 그것은 치아키와 마사미가 감각하는 세계, 그녀들의 감정을 통과한 세계에서 발생한다. 유럽 예술영화 같은 세련된 시퀀스를 바탕으로, 치아키와 마사미에게 존재하는 온갖 감정의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허를 찌르는 유쾌한 에피소드, 통쾌하고 화끈한 언행, 일상의 소소한 풍경과 재치 있는 대사, 여과 없이 두 여자의 심경을 들려주는 꽤 심각한 내레이션, 계속 자라나는 옥수수, 어둡고 괴기한 느낌마저 드는 장면들까지, 영화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른다. 이러한 연장선 하에서 결말 또한 바뀌었다. 각자의 현실적 선택에 분명하게 방점을 찍는 원작의 결말 대신, 영화는 두 여자의 감정적 접점을 강조하며 끝난다. 영화는 두 여자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제3의 시공간을 열어젖힌다. 현실의 단편들을 이어 붙여 시공간을 교란하는 도미나가식 기법은 이 지극히 현실적인 여자들의 세계에 소용돌이 치는 감정들을 좇아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냈다! 아비코 마리의 거침없는 이야기와 도미나가 마사노리의 몽롱한 시공간, 치아키와 마사미의 강렬한 감정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초대받은 관객들은 분명 짜릿한 전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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