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전하는 고요한 느와르, 코끝 찡한 로맨스 <황혼의 빛>
소외 받은 사람들의 고독한 인생을 보듬는 감독, 강렬하지만 과장 없는 감동을 선사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신작 <황혼의 빛>이 우리 곁을 찾아온다. <황혼의 빛>은 황량하고 쓸쓸한 대도시를 부유하는 외로운 영혼, 그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하는 남자 코이스티넨의 가여운 일상과 좌절,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작품. <과거가 없는 남자>로 2002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그의 신작 <황혼의 빛>은 2006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상영되어 평단의 주목을 이끌며 상영되었다. 국내에서도 2006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서울유럽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기대를 불러 모으는 중이다.
영화는 소외된 계층의 최소한의 삶 마저 위협받고 있는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주인공 코이스티넨의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숨겨진 따뜻함으로,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만의 독특한 유머로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어눌하고 무뚝뚝하지만 사랑스러운 내면을 지닌 남자 코이스티넨,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파란만장한 팜므파탈 느와르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을 만나 그 어떤 감독도 그려낼 수 없는 신선한 드라마로 당신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떠도는 구름> <과거가 없는 남자>에 이은 아키 카우리스마키 ‘빈민 삼부작(The Loser Trilogy)’의 마지막 편 <황혼의 빛>
<황혼의 빛>은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앞서 만들었던 <떠도는 구름>과 <과거가 없는 남자>를 이은 ‘빈민 삼부작’의 완결판이다. <떠도는 구름> <과거가 없는 남자>에서 각각 실직자 부부, 과거를 잊은 채 홈리스로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던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이번에는 사회에 소외된 채 고독에 신음하며 몰락해가는 한 남자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성공과 좌절이 공존하는 핀란드의 대도시, 주인공 코이스티넨은 대도시의 화려한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 일을 하고 있지만 후미진 뒷골목의 작은 집에서 살고 있는 소시민이다. 그는 사랑과 성공이라는 소박한 꿈을 가졌다는 이유로 큰 누명을 쓰고 그나마 가지고 있었던 직장, 집, 재산까지 잃게 된다. 하지만 그는 끝내 자신을 파멸로 이끈 누명을 벗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부당한 일이 있다면 나서서 따져야 하며, 이유가 없다면 털끝만큼도 손해 봐서는 안 될 각박한 요즘 세상에 코이스티넨처럼 미련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영화. 카우리스마키는 <황혼의 빛>을 통해 아직은 세상 한 켠에도 코이스티넨처럼 우직한 덕과 인간성으로 도시를 지탱하는 인간이 존재하며 이들은 사회의 무심함에, 외로움에, 강자들의 힘에 의해 잔인하게 짓밟히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황혼의 빛>은 전작 <떠도는 구름> <과거가 없는 남자>에서 직장이 없고, 집이 없는 주인공들처럼 사랑을 얻지 못하는 소외된 이의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쓸쓸한 대도시의 풍경을 담은 오프닝 씨퀀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코이스티넨의 조용한 방, 3년째 근무하지만 이름 하나 기억해주지 않는 동료들…. 카우리스마키가 표현하는 외로움의 이미지는 센티멘털하지도, 비밀스럽지도, 과장되지도 않지만 그 담담함과 소박함으로 더 큰 공감으로 이끈다. 또한 감독은 영화의 말미에 외로움의 끝에는 작은 희망이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프롤레탈리아 삼부작’(<천국의 그림자> <오징어 노동조합> <아리엘>)에 이은 아키 카우리스마키 ‘빈민 삼부작’의 마지막 편 <황혼의 빛>에서 외로움에 대한 감독의 성찰을 느껴보자.
이 시대의 작가, 아키 카우리스마키만의 아주 특별한 영화세계!
스스로를 ‘마음씨 따뜻한 아저씨’라고 평하는 아키 카우리마키의 작품은 언제나 스산한 화면 속에 스며드는 따뜻한 정서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는 언제나 경제적으로 결핍되었으며 사회적으로 소외 받는 약자들의 편에 선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결코 그들의 사회적 위치를 신파적인 요소로 이용하는 법이 없었다. 단순한 스토리와 절제된 대사, 그 미니멀리즘에서 이끌어낸 페이소스를 통해 감동을 선사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만의 영화 세계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언제나 최소한의 대사만 사용하는 그의 영화에서 배우나 시나리오만큼이나 중요한 재료는 바로 유머와 음악이다. 카우리스마키식 유머 감각은 굳이 뾰족한 머리 모양의 괴이한 뮤지션이 출연하는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를 예로 들지 않아도 된다. 진지한 듯 흘러가는 이야기,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터뜨려주는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색다른 유머는 관객에게 다른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청량감을 선사한다. <황혼의 빛>에서도 역시 그의 유머감각을 만나 볼 수 있다. 대단한 음모를 숨기고 접근하는 금발의 팜므파탈에게 이용당하는 코이스티넨의 수줍은 모습은 보통의 느와르 영화에서라면 보일 수 없는 풋풋함을 선사하고, 그런 웃음으로 형성된 정서적 동요는 관객에게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적재적소에 흐르는 음악 역시 그의 트레이드 마크. 결코 대사 레벨 이상의 데시벨을 허용하지 않기에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는 그의 영화에서 음악은 때로는 너무나 역설적인 상황에서 흐르거나, 때로는 지나치게 과장되어 관객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또한 광원을 드러내는 표현주의적 조명과 강렬한 색감, 연극적인 세트 안에서 배우들의 무표정한 얼굴, 정직한 정면 클로즈업, 대사보다는 상황을 설정하는 연출이 한데 어우러져 독창적인 아키 카우리스마키만의 영화적 색깔을 형성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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