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의 재치와 [내일을 향해 쏴라]의 모험이 재현된다.
[웨어 더 머니 이즈]는 폴 뉴먼을 위해 쓰여진 영화다. 한때 이름을 떨쳤던 은행강도가 노인이 되어 다시 재기에 나선다는 설정 자체가 폴 뉴먼의 대표작인 [스팅] [내일을 향해 쏴라]와 교묘하게 어우러져 단순한 시나리오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197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스팅]은 폴 뉴먼의 마지막 강도영화였으며, '비폭력적인 강도'라는 점에서 [웨어 더 머니 이즈]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스팅]의 조지 로이 힐 감독, 파트너 로버트 레드포드와 함께 만든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역시 비슷한 캐릭터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폴 뉴먼 스스로도 이번 '헨리'의 캐릭터는 [내일을 향해 쏴라]의 '부치 캐시디'와 매우 흡사하며 영화 속의 대사를 인용한다. "머리를 써, 부치. 그게 네 특기잖아!"
'헨리'의 캐릭터는 [HUD] [THE VERDICT] [허슬러] [컬러 오브 머니] 등 폴 뉴먼이 출연했던 영화들의 잔재가 최대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구대를 앞에 놓고서 캐롤(린다 피오렌티노 분)과 웨인(더모트 멀로니 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유유자적하게 큣대를 잡은 헨리의 모습은 [컬러 오브 머니]의 '에디 펠슨'을 연상시킨다.
펄펄 나는 젊은 액션 배우들을 모두 제치고 75세의 나이에도 어느 누구 못지 않은 남성적 매력을 발산하며 주연을 맡은 연기자, 폴 뉴먼. 강한 남성적 카리스마, 8차례의 아카데미 노미네이션에 오스카 특별 영예상까지 수상한 스타들의 우상인 그가 있었기에 [웨어 더 머니 이즈]는 가능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메리칸 케이퍼 무비의 진수!!
'케이퍼 무비'란 범죄 영화 중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쾌한 유머로 흥미진진한 재미를 주는 강도 영화를 일컫는 말이다. [스팅]과 [내일을 향해 쏴라]가 대표적인 '케이퍼 무비'.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현란한 첨단 장비와 박잔감 넘치는 액션으로 승부한다면, '케이퍼 무비'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쾌한 웃음에 승부수를 건다. 카니에프스카 감독도 유머와 기막힌 반전이 있는 영화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한다. 경찰과의 힘겨운 총격전이나 피튀기는 폭력 장면 하나 없이 가뿐하게 거액의 돈을 훔치는 주인공들. 그들의 무기는 재빠른 머리회전과 두둑한 배짱이다. 이 두 무기는 주인공들의 위기상황에서 더 빛을 발하게 된다. 가령 [웨어 더 머니 이즈]에서 경찰로 위장한 헨리(폴 뉴먼 분)가 슈퍼마켓에서 진짜 경찰을 만났을 때, 캐롤(린다 피오렌티노 분)이 훔친 돈다발과 함께 숨어있는 뒷 트렁크를 경찰이 열려고 하는 순간, 그리고 수십대의 경찰차와 수십명이 경찰들이 캐롤의 집을 빼곡이 둘러싼 순간 등 결코 빠져나갈 구멍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 주인공들은 상식을 뒤엎고,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해법으로 유유히 위기를 모면한다. 관객들이 이제는 끝났구나 하는 심정으로 체념하는 순간, 그들의 기가 막힌 탈출방법은 어떠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강한 박진감과 통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진정한 '케이퍼 무비'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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