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적이고 감각적인 영화 [아나토미]가 탄생하기까지... 1996년 영화 [템포]로 데뷔한 오스트리아 출신 감독 슈테판 루조비츠키는 의대생, 해부실, 비밀 집단과 관련된 공포영화에 흥미를 느꼈고, 도전 해볼만한 이상적인 프로젝트로 느껴졌다. 그의 컨셉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첫째, 초자연적인 공포에서 벗어 날 것! 둘째, 주인공을 [롤라 런]의 '프란카 포텐테'로 할 것! [아나토미]에서는 개연성 없는 살인이란 있을 수 없고,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 역시 극히 과학적이고 현실적 사유에 근거한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 가장 사실적인 것이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편 루조비츠키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여주인공 '파울라'의 캐릭터로 '프란카 포텐테'를 떠올렸고, 그녀를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풀려갔다고 한다. 그처럼 [아나토미]에서 프란카 포텐테가 보여준 연기는 주목할 만하다. [아나토미]는 독일 특유의 견고한 분위기와 발랄한 헐리웃 감각이 잘 스며든 스타일리쉬한 메디컬 스릴러로 전유럽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영화계에 신선한 자극을 안겨주었다.
살인의 공포는 에로티시즘과 같다!
보여주지 않는 것이 때론 더 상상을 자극한다. 이런 심리가 최대로 반영된 대표적인 장르가 공포물이다. 공포물에서는 어떤 일이 은밀히 진행되고 있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고, 영화를 보는 순간은 극중 인물과 동일시되어 같은 체험을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관찰만 하고 있을 뿐 자신에겐 직접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에로티시즘의 그것과 공통분모를 가진다. 이런 이유로 공포와 에로티시즘이 결합될 때 그 자극은 오감 너머의 두려움과 전율에 가까운 쾌감이 동반된다. 영화 속 '그레첸'은 살해의 위기가 닥치는 순간에도 육체적 욕망에 탐닉한다. 하지만 '그레첸'과 '하인'의 경우는 '팜므 파탈'의 단죄라기 보다는 학구적 측면에서 시작된 육체에의 집착이 애증과 결부되어 '사이코적 사건'으로 변질된 경우다. 그러나 이 영화의 공포 스릴러로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그 장면에 모두 함축되어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아나토미]를 통해 '두려움'과 '고통'과 '쾌감'은 같은 곡의 다른 변주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감미로운... 그래서 더 공포스러운 멜로디
차갑고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해부실. 즐비하게 늘어선 메스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상쾌한 멜로디의 음악... [아나토미]에서 해부할 때마다 흐르는 이 음악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있는 시체를 해부하는 손짓과 함께 오히려 음산하고 소름끼치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나토미] 사운드트랙은 새로 설립된 독일 콜롬비아 픽쳐스 필름 프로덕션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것으로, 최고 뮤지션들의 곡과 독일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 마리우스 룰란트의 음악이 수록되어 있다. Truby Trio의 "A GO GO", Jaziac Sunflower의 "Eyes of love", 70년대의 유명한 평크밴드 Jam과 작업했던 폴 윌러의 노래 "Here's a new thing" Fatboy Slim과도 작업한 바 있는 프래디 프레쉬의 "1971" "Praise You"등 다양한 음악이 영화 전편에 흐른다. 또, 수록곡들 중에 "My Truth"는 '그레첸' 역으로 나오는 "안나 루스"가 불렀으며 싱글 앨범으로도 출시되어 독일 내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아나토미]의 사운드트랙은 로맨스부터 공포까지 다양한 감성을 전달해주며 영화를 보는 내내 귀를 즐겁게 만든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