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탄했던 한 남자가 살인에 이르기까지… 인간본성의 죄의식에 대한 고찰.
쿄지는 일본을 떠난 후 마카오에서 조용하고 순탄한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일상은 배를 타고 홍콩이 내려다 보이는 식당에 출퇴근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마감된다. 그의 삶은 만족스럽고 행복하며 평온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그는 식당의 보스인 위왓의 처, 세이코와 연인 관계가 되었고 얼마 후 보스에게 발각 되 버리고 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보스는 쿄지를 용서하며 세이코를 죽일 것을 명령하고 보스에게 충성심을 보이고자 하는 쿄지는 사랑하는 연인을 잔인하게 죽임으로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
죄와 죄의식 그리고 인생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영화 전반에 걸쳐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휴양지를 배경으로 가라오케에 목숨을 거는 전문적인 킬러와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하고 아름다운 여인, 나름대로 합리적이지만 비열한 보스 등의 캐릭터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예상 밖의 이야기를 펼쳐 간다. 그래서 관객에게 인간 본성에 내재한 범죄와 죄의식에 대해 조용하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범죄자 이다. 누구나 죄의식을 지니고 살아가고 나름대로 용서의 방법을 배워간다. <보이지 않는 물결>은 자신의 영혼 깊숙이 존재하는 숨겨진 본능에 마음을 열게 한다.
크리스토퍼 도일(촬영),프랍다 윤(각본),아사노 타다노부 그리고 펜엑 감독,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의 최강팀이 다시 뭉친 영화!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역시 전작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원제: Last Life In The Universe) 를 뺄 수 없다. CF감독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펜엑 감독은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 로 베니스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등에서 알짜배기 상을 거머쥐며 인정받게 되었다. 그리고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보이지 않는 물결> 을 공개했다.
<보이지 않는 물결>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의 든든한 후원자들이 다시 뭉친 영화라는 점이다. 촬영의 크리스토퍼 도일과 각본의 프랍다 윤에 아사노 타다노부까지… 특히 방향을 잃고 부유하는 자의 혼미한 감정을 감각적으로 화면에 구현해 내는 도일의 카메라는 관객의 감정을 잡아두는데 부족함이 없다. <중경삼림>(1994) <첨밀밀>(1996) <해피 투게더>(1997) <화양연화>(2000) <영웅>(2002) 등의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화면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도일. 펜엑 감독은 자신이 생각한 샷 구상과 도일의 것이 거의 일치했다고 말해 이 두 거장의 재능이 찰떡 궁합을 이루고 있음을 드러냈다. 프랍다 윤은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에서 펜엑 감독과 공동 각본 작업을 했지만 <보이지 않는 물결> 에서는 본인의 아이디어만으로 밑그림을 완성했다. <보이지 않는 물결>은 거장들의 재능과 감성이 총망라된 수작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쉽게 흘려서는 안될 영화인 것이다.
아사노 타다노부, 부유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
오시마 나가사에서 기타노 다케시, 구로사와 기요시, 이와지 슈운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이케 다카시 등 일본 대표 감독의 영화에는 그가 빠지지 않았다. 일본의 억압된 영혼을 대변하는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는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와 <보이지 않는 물결>을 통해 펜엑 감독의 완벽한 페르소나가 된다. 긴 다리에 갈색 머리카락을 지닌 이 이국적인 배우는 <자토이치>(2003)로 우리에게 낯이 익은데 이미 한국에 매니아적 팬 카페가 있을 정도로 팬층이 두텁다.
<보이지 않는 물결>에서 아사노 타다노부는 쿄지의 심리상태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그가 아닌 쿄지를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서 다치고 상처 받는 그의 모습과 깊어지는 그의 표정은 관객의 마음에 조용하지만 깊은 파장을 남긴다. 현실에서 위안을 찾지 못한 채 부유하는 쿄지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혹은 인간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주변인의 모습을 보게 한다.
<올드보이>의 강혜정 합류하다! 한국, 일본, 태국, 홍콩이 함께 완수한 초특급 범 아시아 프로젝트!
펜 엑 라타나루앙과 프랍다 윤 그리고 일본의 슈퍼스타 아사노 타다노부에 홍콩의 대표적 촬영 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이 힘을 합친 이 영화에 <올드보이>와 <웰컴투 동막골>의 헤로인 강혜정이 가세했다.
이 외에도 홍콩의 코믹연기자로 <무간도>(2002)에서 보스역을 맡아 열연한 에릭 챙과 태국의 로맨틱 코미디 거장 툰 하라냐숲이 보여주는 열연도 볼 만하다. 툰 하라냐숲은 한국관객에게는 생소하지만 태국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국민 배우다. 원래 감독은 보스인 이왓을 거칠고 비정한 냉혈한으로 설정했지만 배역에 하라냐숲이 결정되면서 자상한 이미지가 가미 되었다. 감독은 캐릭터에 자상한 면이 더해져 뜻하지 않게 플롯의 인과관계가 더 탄탄해져 만족스럽다고 전한다.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결과적으로 영화를 돋보이게 했다는 평이다. 또한 하라냐숲의 연기는 극 중 녹아있는 블랙코미디를 더 감칠맛 나게 했다.
<보이지 않는 물결>의 촬영은 홍콩, 태국 그리고 마카오에서 진행됐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이국적인 정취가 펼쳐지는데 노련한 연출진은 다양한 장소를 통일감 있게 담아냈다. 모든 사물은 쿄지의 심리 변화를 드러내기 때문에 장소의 이동과 상관없이 모든 프레임이 일관성을 가지고 변해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쿄지가 일한 식당이 있는 공간은 불안을 암시한다. 그리고 도피 여행의 출발지인 배와 구세주같은 킬러를 만난 푸켓은 안정을 암시하는 것이다. 모든 공간은 쿄지의 내면의 변화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며 동일한 주제 의식 아래 흘러간다.
‘보이지 않는 물결’은 혹시 쓰나미??
한 동안 사람들은 이 영화의 제목이 지난 2004년 12월 푸켓 섬을 덮친 쓰나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그 때 조금 떨어진 근처에서 영화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촬영 일정은 쓰나미가 발생하기 한참 전에 이미 정해졌지만…
영화에서 ‘물결’은 시종일관 빠지지 않는 배경이 된다. 식당에서 일하는 쿄지는 배를 타고 출퇴근 하고 연인을 죽인 후에는 여행을 빙자한 도피처로 배를 선택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배 위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모든 사건은 물 근처에서 이루어진다. 쿄지는 영화 속에서 네 곳을 번갈아 이동하는데 마카오와, 크루즈, 푸켓, 그리고 다시 마카오의 순서다. 펜엑 감독은 쿄지가 어디를 가던지 그것은 쿄지의 심리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길 원했고 모든 물은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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