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의 눈부신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넘는다.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셀 애니메이션이고,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같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월레스 앤 그로밋] [치킨 런]처럼 찰흙 등 점성이 있는 소재를 이용해 인형을 만든 후 조금씩 형태를 변형시켜 촬영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각 장의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 촬영한 페이퍼 애니메이션 등... 그 가운데 '실루엣 애니메이션'은 [프린스 앤 프린세스]가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이 기법은 빛이 투과되는 배경 위에 관절 부위를 움직일 수 있는 인형들을 올려놓고 조금씩 움직임을 바꾸어가며 한 프레임씩 따로 촬영, 이를 영사함으로써 움직임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림자를 통해 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이 기법은 어쩌면 빛과 그림자만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가장 원초적인 영화 제작방식이라 할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사물이 조명과 실루엣으로만 표현되기 때문에 다양한 빛의 색감과 섬세한 라인, 사물의 움직일 때 만들어지는 부드러운 동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영화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이 독특하고 새로운 기법에 대한 완벽한 소화력과 탁월한 연출력, 밀도있는 극적 구성으로써 여느 3D 입체 애니메이션보다 화려한 스타일과 내러티브를 자랑한다. 셀 애니메이션 기법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교한 연출을 통해 입체적이고도 색다른 즐거움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식 정자와 산세의 섬세함, 이집트 왕관과 의복의 화려함 등 다른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는 풍부한 색채감과 입체감이 살아있다. 배경화면의 화려한 색상, 이집트의 작렬하는 태양과 노을이 물든 하늘빛은 풍경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로 그 빛깔. 여기에 확실하고 정확한 멈춤과 유연한 곡선의 조화가 어우러지면서 보여지는 실루엣은 화려한 색채와 선을 통해 눈부신 우아함과 정교함을 발산하며 아주 환상적이고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다.
천재 마술사가 어루만진 꿈의 영상
이 영화는 연필과 종이, 붓 등 매우 제한된 기법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심플함'이 얼마나 아름답고 입체적인 영상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입증해 준 걸작이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은 검정 도화지와 가위를 이용해서 제작하고,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빛나는 전구를 설치한 유리판에 약간의 마가린을 바른 후 그 위에 구멍난 검정색 도화지를 놓고 촬영했다. 그밖에 코끼리의 코나 애벌레, 또 다른 연한 물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모델용 반죽을 이용하기도 하는 등 감독을 비롯한 8명의 천재적인 애니메이터들은 각각의 장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디어를 발휘, 결국 눈부신 실루엣 애니메이션 영화를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고정된 볼렉스 카메라와 판유리, 검은 도화지, 트레이싱 페이퍼, 다양한 색감과 조도의 전구들을 이용해 제작한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완벽한 미장센과 정교한 촬영,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갖가지 독창적인 소품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 기법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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