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화가인 타시마 세이죠의 자전적 소설을 소재로 하고 있는 [그림 속 나의 마을]이 단순한 성장영화의 의미를 넘어서는 이유는 원작에는 없는 신비롭고도 환상적인 요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나무 위에 세 노파, 신비롭게 분장된 센지의 얼굴, 숲 속 도깨비, 물 속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말하는 망둥이 등 영화 속 환상적 요소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꿈의 영역을 현실과 동등한 세계로 재창조한 히가시 감독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쌍둥이 형제의 심리 표현에 있어서 발휘되는 유머는 상당히 독창적이다. 쌍둥이가 냇가에서 망둥이를 잡을 때 물고기의 대사가 자막으로 처리되면서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감독은 자연과 마술, 어른과 아이들의 경계를 녹여버리고 전혀 새로운 제 3의 영화적 세계를 창출한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순결한 리얼리티와 [집시의 시간]의 신비로움을 개성있게 융합한 새로운 형식적 특징이야말로 [그림 속 나의마을]을 규정하는 독특한 예술적 성취이다.
일본 고치현의 시골마을에서 촬영된 [그림 속 나의 마을]은 가공하지 않은 시골마을의 수려한 자연 경관의 모습과 함께 도시화, 현대화되기 이전 일본인의 생활상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온 가족이 다다미 방 화로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나, 장어를 잡는 모습, 목욕물을 데우고, 어머니와아들이 함께 목욕하는 장면 등을 특별한 장치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사실적인 카메라와 미장센에서 더욱 강한 일본 맛을 느낄 수 있는 사실적인 영화이다. 현재까지 소개된 여타의 일본 영화와는 다르게 솔직한 일본의 광경을 고백하고 있다는 점이 [그림 속 나의 마을]이 지닌 또 하나의 매력이라 하겠다.
[그림 속 나의 마을]의 캐스팅은 쌍둥이를 포함한 거의 모든 배우가 순수 아마추어 배우들이고 대부분 고치현 현지에서 직접 선발된 사람들이다. 실제 100여명의 마을 사람들이 직접 영화 속 마을 사람들로 분하였고, 세 노파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따로 분장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한다. 촬영 역시 고치현으로부터 차로 약 1시간, 인구 약 4천명의 산골 마을인 고호쿠마을에서 이루어졌었고, 이 영화의 제작을 계기로 고호쿠 마을에서는 '사진문화의 마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이 영화를 마을의 재산으로 남기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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