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와 ‘섹스’, 두 개의 조각난 퍼즐을 맞추어가는 특별한 여정!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천천히 푸른 빛으로 넘실대는 바다 속을 따라 부드럽게 이동한다. 신비롭고 아늑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으로 가득한 그곳. 이야기가 시작되고 또 되돌아가고 마무리되는 비밀의 열쇠가 숨겨진 장소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이야기가 담고 있는 마술적인 힘 또한 함께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드리드의 루시아. 그녀는 갑작스레 애인에게서 결별을 통보받고 그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지중해의 한 외딴 섬으로 도망치듯 떠난다. 눈부신 햇살이 가득한, 조용하고 신비로운 낯선 섬에서 루시아는 역시 사연을 간직한 듯한 두 사람 엘레나와 카를로스를 만난다.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풍요로운 태양 아래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던 그녀는 애인이었던 로렌조와 보낸 지난 시간의 어두운 부분들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한편 로렌조는 6년 전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여자와 인생 최고의 섹스를 경험하지만 서로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다. 하지만 그 강렬한 기억이 남긴 놀라운 비밀이 밝혀지고 로렌조는 위험한 열정과 관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는 이렇듯 ‘루시아’와 ‘섹스’로 조각난 이야기들을 하나 둘 퍼즐을 맞추듯 조합해 나가며 실제와 허구,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그 안에 얽힌 사랑과 운명의 연결고리는, 극한으로 끌어올린 듯한 폭발적이고 다양한 섹스 장면들처럼 충만하게 이야기 속으로 결합된다.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들 또한 생생하게 살아숨쉰다. 그들이 느끼는 행복과 희열, 고통과 상실감, 슬픔까지 영화는 강렬한 영상 이상의 섬세한 감정들까지 표현해낸다. 홀리오 메뎀 감독의 작품이 여타 다른 멜로 영화들과 차별화되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치명적인 사랑의 감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루시아>에서는 그 최대한의 감정이 섹스와 연결되어 더욱 배가된다), 그 절실하게 살아있는 감정들은 운명적인 판타지로 이어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순간순간들은 너무나도 감동적이다.
스페인 멜로영화의 새로운 발견, 홀리오 메뎀 감독!
홀리오 메뎀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와 함께 현재 세계적으로 한창 주목받고 있는 스페인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그는 명실상부 루이스 브뉘엘, 카를로스 사우라 그리고 페드로 알모도바르로 이어지는 스페인 영화계가 낳은 세계적인 감독의 계보를 잇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영화제 등을 통해 소수의 관객들에게만 알려져 왔었다. 특히 이번에 개봉되는 영화 <루시아>는 초현실과 현실을 오가는 몽환적인 이미지와 우연과 운명이 엇갈리고 반복과 순환으로 이어지는 구성 그리고 그 속에 어우러지는 사랑 이야기로 대표되는 그의 영화적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있을 뿐 아니라 대담한 성 묘사와 노출 장면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스페인 개봉 당시 11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여 15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며 홀리오 메뎀 작품 중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가 되었다. 스페인의 아카데미인 고야상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신인여우상(파즈 베가)과 음악상(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선댄스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비평가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정식으로 극장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찾아온다. 홀리오 메뎀의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눈 앞에 다가온 것이다.
파격적이고 대담한 묘사, 올해 만날 수 있는 가장 관능적이고 섹시한 영화!
<루시아>의 원제가 ‘Lucía y el sexo/Sex and Lucia’인 것처럼 영화 속 ‘루시아’와 ‘섹스’, 이 두 가지는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주제이자 키워드이다. ‘루시아’는 주인공인 동시에 안내자이며, 그녀의 시선은 카메라와 같다. 생기 가득하고 열정적인 루시아는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에너지의 근원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뫼비우스의 띠 같이 얽혀있는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로렌조에게 일어난 6년 전 생애 최고의 섹스에 기인한다. 그 후 루시아와 로렌조의 만남,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성관계, 로렌조가 빠져드는 위험한 열정까지 ‘섹스’는 이야기 곳곳의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하지만 영화 <루시아>에서 연출해낸 홀리오 메뎀의 풍족하고 다양한 섹스 장면들은 지금껏 우리가 보아왔던 것들과는 매우 다르다. 유희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이고 경이로울 정도로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묘사들은 메뎀의 손을 거치며 신기하게도 매우 절실하면서도 아름다운 장면들로 뒤바뀌는 것이다. 올해 만날 수 있는 가장 관능적이고 섹시한 영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또한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더욱 특별하게도 이번에 국내에서 개봉되는 버전은 어떤 장면도 삭제되거나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오리지널 그대로이다. 미국 개봉 당시에도 NC-17 등급을 받았던 파격적이고 대담한 묘사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촬영과 가슴을 파고드는 아름다운 음악!
영화 속 낯선 섬으로 떠나는 ‘루시아’의 여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공헌은 촬영감독인 키코 드 라 리카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영화의 초반 섬을 둘러싼 휘황찬란한 이미지들을 풍요로우면서도 따스하게 매만져냈으며, 매혹적인 낮은 채도의 푸른빛과 투명하게 표백된 흰빛을 절묘하게 조화시킴으로써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신비롭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스페인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음악 또한 미묘한 감정과 정서적 울림을 유려한 화면과 함께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해낸다. 그의 전작인 <그녀에게>의 ‘쿠쿠루쿠쿠 팔로마’와 <나쁜 교육>의 ‘문리버’ 이상으로 <루시아>의 메인 테마곡은 영화 전체에 아련하고 진한 감성을 불어넣는다. 광각으로 잡아내 드넓게 펼쳐진 섬의 해변과 짙푸른 하늘 그리고 왈츠풍의 애조 띤 음악이 어우러지며 마치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이다.
두 여인 그리고 지중해의 한 작은 섬에서 시작된 ‘루시아’와 ‘섹스’에 관한 이야기!
<북극의 연인들> 이후, 훌리오 메뎀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해 보다 덜 어두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후에 이 영화에서 엘레나 역을 맡게 되는 나즈와 님리를 염두에 두고 <루시아>를 쓰기 시작하였다. 나즈와 님리는 <북극의 연인들>에서 여주인공 안나 역으로 출연했는데 메뎀은 그녀에게 그 영화에서보다 덜 비극적인 결말을 주고 싶어했다. 결국 전작과는 다르게 <루시아>에서 나즈와 님리는 엄청난 비극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치유하고 주변 사람들을 화합하게 만드는 마술적인 힘을 발휘한다. 메뎀은 또한 여자친구인 몬체 산즈와도 함께 일하고 싶어했고 결국 산즈는 <루시아>의 미술감독을 맡으며 영화의 분위기와 그 빛나는 장면들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는 이 영화를 산즈에게 헌정하였다. 메뎀은 이 영화를 <북극의 연인들>을 감독하기 이전에 휴가차 갔던 ‘포르멘테라’라는 작은 섬에서 영감을 받은 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스페인 연안 밖의 잘 알려지지 않은 섬 ‘포르멘테라’에 도착했을 때, 그는 곧바로 자신이 다음 영화의 무대를 찾았음을 깨달았다. 이야기는 ‘루시아’라는 인물과 그녀가 도망쳐 숨어버린 섬에서부터 시작한다. 동시에 그는 후에 분리된 대본으로 바꾸는 ‘섹스’라고 이름 붙여진 소설을 전개해 나갔다. 그리고 나서 메뎀은 두 대본을 합하는 작업을 했으며 여덟 개의 초벌이 쓰여졌고 1년의 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루시아>가 탄생했다.
완벽한 ‘루시아’, 파즈 베가의 발견 그리고 영화가 완성되어가는 특별한 과정!
메뎀은 ‘루시아’의 캐릭터를 위해 상처받기 쉬운 동시에 섹스어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여배우를 찾아야 했다. 이러한 두 성격은 동시에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루시아 역에 맞는 여배우를 찾는 과정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메뎀은 “어쩌면 그녀를 선명한 선을 지닌 ‘건강한 여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바로 ‘파즈 베가’라는 아름다운 여배우를 찾았을 때 내가 했던 생각이기도 했다.”라고 말하였다. 파즈 베가는 <루시아> 이후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음했으며 ‘제2의 페넬로페 크루즈’라 불리우며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영화감독으로서 메뎀의 특징은 영화촬영을 시작하기 전 긴 리허설을 고집하는 데 있다. 그의 모든 영화들은 경험과 상상력에서 만들어진 원작으로부터 시작된다. 대본 각각의 느낌을 보다 잘 전달하는데 있어, 강도 높은 리허설 시간이 배우들을 그의 언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그가 인물들을 종이 위에서 배우에게로 옮기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메뎀은 이 과정이 힘겹지만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리허설 동안에 나는 배우와 함께 인물의 중심으로 파고들려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인물을 잡아냈다고 느끼는 순간, 나는 그 속에서 나와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것은 사물들이 변하기 시작하는 매우 강렬한 과정인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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