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이노선스(2001, Wild Innocence / Sauvage innocence)
배급사 : 이모션픽쳐스(주)
수입사 : 이모션픽쳐스(주) /
차가운 흑백 화면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열정과 냉혹한 현실
<와일드 이노선스>의 주인공 프랑소아 모제는 가난하지만 열정으로 가득한 젊은 감독이다. 이 영화 속 프랑소아는 실제로 연인을 마약 중독으로 잃어버린 필립 가렐 감독의 분신이며, 그의 영화 <야성적 순수>는 필립 가렐의 <와일드 이노선스>에서 극 중 극으로 겹쳐진다. 프랑소아는 영화 제작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과정에서 젊고 매력적인 여배우 루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주연으로 캐스팅하게 된다. 하지만 프랑소아는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루시는 촬영이 지연되자 연극 순회공연을 떠나겠다고 한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재력가 샤스로부터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마약을 운반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열정과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프랑소아는 마치 영혼을 팔 듯 악마적 캐릭터 샤스의 계략에 의해 서서히 파멸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는 필립 가렐의 시선에 동정이나 비난은 담겨있지 않다. 단지 서로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정작 소통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연인의 모습, 예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실에서는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자멸해가는 한 젊은이의 모습을 통해 영화 자체를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이끌어낸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젊은 감독이 자신의 영화와 연인을 위해 샤스라는 위험한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가게 되는 과정은 차가운 흑백 화면 속에서 시종일관 건조한 시선으로 펼쳐진다.
지극히 비타협적인 필립 가렐의 영화 세계
질 들뢰즈는 필립 가렐을 현대 영화의 가장 위대한 감독들 가운데 한 명으로 꼽으면서 동시에 “그의 작품은 영화에 아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힘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드러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필요함”을 애석해하고 있다. 영화 산업의 주변부에 머물면서 지극히 사적인 성향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 일군의 감독들 가운데서도 필립 가렐은 특히 자신의 미학에 엄격하고 까다로우며 산업적 규제에서 자유롭다. 더불어 그의 영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극단적이기도 하다. 매우 사적이면서 시적인 그의 영화는 서사적으로나 미학적으로 쉽게 타협하는 것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그가 만든 각각의 영화는 그 자체로 일종의 선언문을 형성한다. 매우 수다스러운가 하면, 어떤 때는 말 그대로 무성 영화이고, 밀폐된 공간에서 촬영되는가 하면 광막한 야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며, 흑백인가 하면 화려한 컬러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작품이 한결같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가는 어려움, 고통 그리고 사랑의 불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독이다. <와일드 이노선스>의 두 주인공 프랑소아와 루시 역시 필립 가렐의 차가운 현실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냉혹한 현실의 접점에서 프랑수아는 끝내 사랑하는 여인과 자기 자신의 영혼을 지켜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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