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8, Why Has Bodhi-Dharma Left for the East?)
당시 대구 효성여대에서 미술을 가르치던 배용균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그가 혼자서 연출, 시나리오, 제작, 촬영, 조명, 미술, 편집 등을 모두 해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예술 영화의 흔치 않은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그가 혼자 8년을 준비해서 만들어낸 이 작품은 산사에서 수도 생활하는 세 승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불교의 선을 매개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꿈과 자연 회귀의 본능을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 전개보다 이미지를 강조한 이 영화에서는 공간과 시간을 정교하게 짜나간 유려한 조형미가 탁월하다. 특히, 자연의 빛을 이용한 아름다운 회화적 구성과 한국 영화에서 일찌기 볼 수 없었던 탁월한 촬영은 이 작품이 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예술영화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한다. 큰 스님과 그를 바라보는 젊은 기봉, 그리고 고아인 동승 등 불가에 몸담은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모두 아마추어 연기자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로카르노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아쉽게도 우리나라 극장에서 개봉했을 당시 40분 가량이 잘려나갔다고 한다.
| |
|
|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