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춘영화의 또다른 시작을 알린다 - 재기발랄.. 그 반대편에서 시작하는 청춘
특정한 장르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위 ‘청춘영화’는 항상 그 시대를 대변하는 감수성을 담아왔다. 70년대의 <바보들의 행진>, 80년대의 <고래사냥>처럼 ‘97년 <비트>는 당대 청춘영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강한 비트의 음악과 스피디한 영상의 현란함을 청춘영화의 주요 포맷으로 정착시킨 <비트>류의 영화를 뒤이은 것은 2001년의 <엽기적인 그녀>의 기상천외한 가벼움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인터넷 세대의 변화무쌍한 감수성에 기인한 청춘영화들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뮤직 비디오같은 화면에 담아 선사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동석 감독은 부자연스러운 화장기를 벗어버리고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청춘들을 바라보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렇게 내놓은 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은 의례 청춘영화들이 보여준 것과는 아주 낯선 자세를 취한다.
과장된 음악이나 다소 거친 대사 그리고 관객에게 급격한 감정변화를 요구하는 이제까지의 다른 청춘영화들에 비해, 자기를 표현하는데 소극적이고 연인끼리의 감정 표현도 서툴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은, 적지 않는 수를 차지하는 변변치 못한 청춘들의 이야기는 아무런 자극적인 요소를 주지 않고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뮤직비디오같이 예쁘고 화려한 영상 없이도, 관객들은 현금지급기 앞에 초조한 병석의 눈빛에서, 애써 명랑함으로 무장하지 못해 하루만에 직장에서 쫒겨나는 재경에게서 각자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청춘의 불안함의 징후들을 확인하고 동질감을 느끼고 주인공들이 겪는 아픔을 함께 나누게 된다.
또 다른 방식으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낯설고 솔직한 <마이 제너레이선>은 과장된 발랄함으로 점철된 기존의 청춘영화와는 분명한 선긋기를 선언하며 청춘영화의 새로운 세대를 여는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워크아웃 되어버린 신용불량 청춘
신용불량자가 수 백만명에 이르고 청년실업이 방송에서나 보는 뉴스거리가 아니라 나의 문제, 내 가족의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에서 이 영화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청춘’이라는 아름다운 시기,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춘들은 일하지 못하는 괴로움에 시달린다. 일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유일한(?) 무기인 ‘돈’을 벌지 못해 주류 사회로부터 계속 떠밀려나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한편으로 젊은 세대는 각종 매체 등을 통해 새롭고 좋은 ‘물질’을 희구하는 ‘욕망’만큼은 그 어떤 세대들보다 한껏 부풀려져있고, 이들은 소비를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소비기계’가 점점 되어가고 있다. 아이의 울타리를 나와 아직 성숙한 어른으로 정착하지 못한 젊은 청춘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소비’의 자유롭게 누릴만한 ‘사회적 능력’을 나누어 받지 못한 채 그 괴리감에 시달린다. 또한 이 젊은 세대는 현실의 고통을 맞닥뜨릴 만큼 단단히 단련되지도 않았다. 감독이 되고싶다는 병석의 막연한 꿈은 상황에 밀려 점점 멀어져가지만 그는 그 억울한 감정을 잘 표출하지도 못한다. 재경은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사채업자 사무실과 홈쇼핑 사기단, 카드깡 회사까지를 전전하며 어리숙한 모습으로 점점 크게 상처만 받는다. 그래서 겉으로는 쿨~한 척 하지만 전 세대 못지 않은 갈등과 고민을 지니고 있는 오늘의 청춘들은 경제적인 파국 속에 채 피워보기도 전에 시들어버린다. 워크아웃 되어버린 신용불량 청춘이 보내는 조난신호에 이제 누가 응답해야 하는 것일까..?
연기경험 없는 배우들이 펼친 진실의 기록
실제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하고 있는 두 주인공 김병석과 유재경은 전문 배우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영화의 감독을 포함한 총 6명의 스탭 중의 2명이다. 애초에 스탭으로 참여하였다가 배우까지 하게 된 경우다. 이들은 둘 다 영화 속 병석과 재경의 성격과 실제 모습이 꼭 닮아 있으며 자신들의 실제 생각과 삶을 기록한다는 자세로 영화에 임했다. 그래서 영화에 출연한 것을 대단하게 여기지도 않는 태도이다. 노동석 감독은 청춘 영화에 의례 등장하는 ‘스타’가 등장하는 순간 현실의 청춘을 지나치게 과장하게 된다는 생각에 주변부로 점점 떠밀려갈 수 밖에 없는 청춘을 주변 인물에서 찾았고 그 선택은 진실감으로 가득 찬 연기를 통해 빛을 발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력하게 자꾸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대해 그들이 짓는 표정을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무언가를 원하고 있지만, 결코 자신을 휘감고 있는 사회구조의 모순됨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우울한 불안감에 충만한 이 젊은 커플의 표정은 너무 지쳐있다. 영화를 보고난 후 그 밋밋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더라도 재경의 눈에 떨어질 듯 매달려있는 눈물이 주는 여운을 아마도 잊기는 힘들 것이다.
마티즈 한 대 인원으로 만들어낸 한국영화의 새로운 발견
<마이 제너레이션>이 각종 영화제에서 선보였을 때 그 영화적 완성도 말고도 또 하나의 이슈가 화제가 되었는데 그것은 초경량으로 운영된 제작과정 때문이었다. 디지털로 만든 독립영화들이 저예산으로 제작된다는 것은 새삼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이 영화는 키네코 비용을 제외한 순 제작비가 3천만원에도 못 미친다. 또한 주연배우이자 연출부였던 2명을 포함한 총 스탭이 마티즈 승용차 1대 안에 거뜬히 들어가는 6명이었고, 모든 장면을 세트가 아닌 친구들의 집과 거리, 승용차 안에서 찍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열악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나온 영화가, 미리 본 평론가와 감독들의 말을 빌리자면 ‘올 해의 가장 의미있는 발견’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날로 높아지는 제작비에 참신한 시선의 영화가 부족한 요즈음에 <마이 제너레이션>이 보여주고 있는 내실있는 성과는 작은 영화들에게 힘을 주는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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