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 웰즈,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포드, 팀 로빈스, 케빈 코스트너, 멜 깁슨... 배우이면서도 뛰어난 감독인 스타들. 그들의 이름 위에 당당히 버티고 선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워렌 비티. 1981년 [레즈]로 아카데미 남우 주연, 감독, 각본, 제작 후보에 올라 [시민 케인]의 오손 웰즈가 세웠던 아카데미 4개부문 동시 후보의 대기록을 수립했으며 현재까지 개인으로는 13회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제작한 영화로는 52개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영화인. 헐리우드의 유명배우 셜리 맥클레인의 남동생으로 24세 때 엘리아카잔 감독의 [초원의 빛]에 주연을 맡으며 소녀들을 설레게 했던 워렌 비티는 이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젊고 반항적인 미국 청년의 자화상으로 떠올랐다. 이후 [샴프]와 [해븐 켄 웨이트] 등의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 제작상, 감독상 등에 노미네이트되며 천재적인 영화적 재질을 발휘했다.
81년 레이건 행정부의 미국을 뿌리부터 뒤흔들었던 화제작 [레즈]는 무관심 속에 잊혀져간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과감하고도 놀랄 만큼의 완성도로 그 해 아카데미 최고의 결실로 꼽혔다. 그 후 기존 영화의 비쥬얼 양식을 한 템포 앞당긴 [딕 트레이시], 자본주의의 본질을 꿰뚫은 영화 [벅시], 로맨스 가이로서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러브 어페어]등 출연 영화마다 카멜레온과도 같은 다채로운 변신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모든 변신들은 불워스에서 그가 보여준 놀라움과 찬사에 비하면 지극히 온건한 것. 양복을 벗어버리고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걸친, 머리에는 두건을 두르고 선글라스를 낀 채 어깨를 들석이며 연신 허공에 손짓을 해대는 워렌 비티. 쉴 새 없이 쏟아 붓는 랩송으로 스크린을 팽팽한 리듬으로 채우고 스테이지를 누비는 현란한 댄스로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간 불워스는 어떤 영화에서도 만나지 못할 충격적 변신으로 기록될 것이다. 나탈리 우드, 레슬리 캐론, 쥴리 크리스티, 다이앤 키튼, 이자벨 아자니, 킴 베신저, 마돈나, 아네트 베닝까지 수많은 히로인들을 실제로 사로잡았던 러브 메이커이자 한계를 알 수 없는 헐리우드의 천재인 그의 생애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조차 듣고 있는 불워스에서 또 한번 우리를 놀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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