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우>가 시작하는 영화의 첫 부분에서 우주 장면에 흐르는 사운드트랙 ‘Lotus Gate’는 1994년에 발표한 앨범 ‘Landscape’에서 발췌했다. 이 앨범은 자연계의 여러 가지 형태, 지형, 구름, 파도, 식물 등을 묘사한 프로그램을 응용해 음악으로 만든 것이다.
히라사와 스스무의 말에 따르면 영화의 시작인 중요한 장면에 이 곡을 사용하기로 정한 건 자기가 아니라고. 사운드트랙 작곡을 위해 자료로 받은 그림 콘티 비디오 중에 이미 감독에 의해 들어 있었던 것이었단다.
비디오를 보던 그는 ‘왜 이 곡을 썼을까?’라고 의문을 가졌으나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선곡의 의미를 알고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이 곡의 구조가 점차적으로 변하는 ‘천년여우’의 시고 트랩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였던 것. 곡 중에서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떠다니는 효과음은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연주된 음절이 하나의 음을 형성해 그 음이 합해져 하나의 큰 음절이 된다. 그리고 음절의 연주 속도가 점점 감속 되면서 각각의 음의 정체가 밝혀진다.
이것은 상당히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모른다. 하지만 영화 장면 중에서 이 소리를 별 생각 없이 듣고 흘려버리는 청중의 무의식은 확실히 그 구조를 포착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거기에서 바로 감독의 덫에 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첫 장면의 사운드트랙에 의해 비밀의 뒷면을 암시하는 거대한 ‘숨겨진 구조’를 갖는 스토리.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그 ‘숨겨진 구조’ 속에서 감상자 자신은 자신이 이미 영화 속에 포함되어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 스크린이 자신을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필
1954년 동경도 출신. 79년 테크노 팝 밴드 ‘P-MODEL’을 결성. 참신하고 대중적인 사운드가 테크노 팝의 붐 속에서 일세를 풍미한다. 89년부터 ‘P-MODEL’에서 활동함과 동시에 솔로로도 활동 개시. ‘검풍전기 베르세르크’의 사운드트랙과 극중 노래를 담당했다. 2001년 제5회 문화부 미디어 예술제에서 ‘인터액티브 라이브쇼 2000 현자의 프로페라’가 심사위원회 추천작품에 선출되는가 하면 디지털 콘텐츠 그랑프리 2001에서도 최고상인 경제산업대신상과 엔터테인먼트 부문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 |
